기후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이번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점심 후 40분 정도 걷기를 거의 매일 해온 필자는 이달 들어 들쑥날쑥하고 있다. 근무지 근처에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데이터센터 공사현장’에서 언제부턴가 점심시간이 되면 불법이 횡행한다. 차량마다 에어컨을 켠 채 꼭꼭 창을 닫고서 쉬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수십 대 차량이 30분 이상 공회전하는 것은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미세먼지 발생은 물론 에너지 낭비를 유발하고 자신의 건강에도 해롭다. 대기환경보존법 제59조(공회전의 제한) 위반으로 과태료 대상이
필자가 1970년대 말~80년대 초 대학생이었을 때, 학생운동에 가담한 이른바 ‘의식 있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이영희 교수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 등을 읽었다. 필자도 이 책들을 읽으면서 국가와 정치권력의 본질, 그리고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말·행동·삶의 이중성을 아는 계기를 가졌다.그때 필자가 참여하는 독서회가 있었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감옥에 갔다 온 복학생이 좌장을 하면서 신출내기인 필자 같은 사람들을 교양·학습하는 그룹이었다. 거기서 이영희 교수의 책들, 박현채 교수의 ‘민족경제
몰디브 스카우트 지도자 라시다는 2004년 스위스 알프스 산맥 중턱에 위치한 걸스카우트 국제센터에서 열린 리더십 세미나에서 만난 친구이다. 당시 열아홉 살이었던 내가 처음으로 혼자 참여한 국제행사였고, 라시다는 내 첫 외국인 룸메이트였다.일주일이라는 세미나 기간에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은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열심히 익히는 것과 동시에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가장 어린 참가자가 아프리카에서 온 15세, 가장 나이가 많은 참가자는 중년의 파키스탄 참가자였는데, 문화도 장래 희망도 달랐지만 문제는 없었
[데일리임팩트 관리자 ]다음은 최근 70대 K가 필자에게 보내온 60대 조카 J와 나눈 카톡 대화 발췌록이다. 우리 사회 진영대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전재한다. J는 원자력 관련 사업을 하던, 정치에 관심도 없던 평범한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서 탈원전 시민 운동가가 됐다. 좌파 운동권들과 교류가 잦아지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K는 중도 우파 성향이다. 돈독했던 둘 관계가 “가치관이 다르면 식사도 않는다”는 우리 사회처럼 됐다.K:(중략)이재명의 형수에 대한
우리나라 동남해안 울산시와 마주보는 일본 해안에 하기(萩)라는 도시가 있다. 인구 5만 남짓의 그리 크지 않은 이 도시는 작아서 우리가 잘 모르는 곳이지만 일본의 근대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일본을 근대국가로 이끈 메이지(明治)유신(維新)이 이곳에서 발원했기 때문이다.1866년 사쓰마번(薩摩藩)의 지도자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와 조슈번(長州藩)의 지도자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는 동맹을 맺어 도쿠가와(德川) 막부를 타도하기로 하고 이듬해 11월 군대를 이끌고 교토로 진군한다. 이들이 황궁을 점령하고 메이지(明治
기차역은 한 도시의 출입구이며 상징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차역은 국내외 여행의 시작 및 종착점이다. 단순히 차를 타고 내리는 기능만 있는 곳이 아니라 한 도시의 품위가 드러나는 곳으로 방문객이 도시의 이미지를 가늠하는 곳이 된다. 아름다운 기차역과 주변 가로, 경관 및 기능적으로 시가지와 잘 어우러진 기차역,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가 풍부한 분위기 있는 기차역과 도시가 우리에게 오래 기억되는 이유다.고속도로와 자동차 이용 일반화에 따라 잠시 가려졌던 철도의 매력은 근년에 자동차나 항공교통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의미가 부각되며 다시 르네
이달 초 미국 경제의 살아있는 이슈인 연지준의 정책금리와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는 새 소식이 있었다. 미국의 금리는 아직도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관심사이고, 5월 미 하원에서 부채한도 조정을 둘러싼 대치로 더 부각된 미국의 국채는 국제금융시장의 근간이 되는 금융 상품이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 만하다. 좋은 소식, 적당히 양호한 고용사정먼저 좋은 소식이다. 연지준(연방준비제도,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대로 7월 말 정책금리를 0.25% 인상했다(5.25~5.5%). 작년 초 시작된 금리 인상이
얼마 전 휴식이 간절해서 오후 반차를 결정했다. 쌓인 피로감을 풀기 위해 딱 반나절 정도만 이메일과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나고 싶었다. 막상 당일이 되니 4시간 동안 카페에 가거나, 서점에 가기,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 등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올랐지만, 이런 유혹을 떨쳐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디지털 디톡스(스마트폰, 노트북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를 실천하려고 집으로 갔다. 그런데 동네 우체국을 지날 때쯤, 불현듯 잊었던 등기서류가 생각나 갑자기 버스에서 내리게 됐다.등기 우편물은
뷔페(Buffet)는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식단(食單)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1960년대 말경까지는 중부 유럽에서도 아주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뷔페가 식당가에 본격 소개되기 전에는 ‘바이킹거(Vaikinger)’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바이킹거는 그 호칭에서 알 수 있듯 북유럽, 즉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유래했습니다.바이킹거는 당시에도 일정 금액을 지불한 손님이 다양하고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을 무제한적으로 접시에 담아 마음껏 즐기는 새로운 음식 문화로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좋아하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27일 “올해 7월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달이 될 것”이란 관측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이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구 온난화 시대(The era of global warming)는 끝났다. 지구가 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됐다.” 한편 외신들은 극한 폭염, 홍수, 폭풍 등 기상 이변이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보도했다.구테흐스
지난달 국내 최대의 공익법인 중 한 곳이 한국가이드스타의 투명성 평가를 받겠다고 연락해왔다. 그리고 얼마 후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공익을 위하여 일하는 우리를 누가 평가하느냐는 자부심이 넘치던 기관이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생겼다. 기부금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대통령의 연초 지시가 만든 변화였다.관련 정부 부처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총 1조 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 비리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314억 원에 이르는데 횡령, 리베이트 수수,
6월 25일에서 7월 25일까지 31일간 진행된 올해 장마는 유달리 많은 이상 패턴을 보이며,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장마 일수는 짧았지만, 하루 평균 30㎜ 정도 비가 내려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극단적인 폭우가 집중되어 ‘극한호우(강수량이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할 경우 기상청이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장마전선이 중부지역에 정체되면서 충북, 전북과 경북내륙 등 세 지역이 모두 역대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고, 청주시 일대 290.2㎜, 공주에서
15년도 더 지난 일이다. 국내의 저명한 고등교육 전문가를 모시고, 대학교육의 본질을 주제로 한 특강을 마련한 적이 있다. 그때 초빙된 교수의 첫마디가 지금도 기억난다. 아침에 이화여대 특강을 간다고 하니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교육이 뭔지는 알아?” 자타 공인 고등교육 전문가가 아내 앞에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야말로 우리네 교육의 현주소 아닐까 싶다.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유행어가 떠오른다. 자녀의 대학입시 3대 성공 요건은 조부모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 했던가. 나중에
한반도 상황이 북핵 문제로 인해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이 핵개발에 몰두한 결과 현재 핵탄두 30개 이상을 이미 제조한 가운데, 50~7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2023 스톡홀름평화연구소 SIPRI 보고서). 또 작년 한 해 동안 90차례 이상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였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장착해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
일타강사 두 사람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대통령이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 바로 전날인 6월 14일 “저출산은 허세 인스타 때문…일타강사 발언에 네티즌 공감 쏟아져”라는 기사가 여러 매체에 실렸습니다. 유명한 수학 일타강사가 인강에서 한 그 발언 자세히 전하기 전에 용어 설명부터 좀 하고 진도 나가겠습니다. (밑줄 그을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일타강사’는 뛰어나게 잘 가르치는 수능 학원 선생이지요. 대통령이 킬러문항 없애자고 말하면서 주목을 더 받게 된 사람들인데, ‘수강 신청이 첫 번째로 마감되는 강사’라는
원고와 피고는 오질 않고 양측 대리인인 변호사만 출석해서 맥이 풀렸다. 하지만 조정실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원고와 피고가 며칠 전에 만나 얘기를 나눈 후, 대리인에게 많은 부분을 위임한다고 했단다. 이혼 의사를 철회할 마음은 없는지부터 확인한 후, 친권과 양육권은 원고인 엄마가 갖기로 합의했다. 그런 다음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가 있는 사건이라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보다 면접교섭에 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 나중에 분란이 생겨 번복하는 일이 없도록 면접교섭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설명해 주었다.대리인이 원고와 피고에게 각자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조인됐다. 이 협정으로 3년여 한반도를 피로 물들였던 전쟁이 멈췄다. 그로부터 70년, 평화가 지속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휴전이란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사실은 전쟁을 중단한 휴전상태로 언제든 열전(熱戰)에 돌입할 수 있는데도-.남북, 국내외 갈등과 대결도 심각하다. 북한의 핵무장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을 쏴 댄다. 남북한 대화도 단절됐다. 북진통일과 대남적화통일을 주장하며 휴전선에서 잦은 충돌을 벌이다 전면전이 된 1950년의 남북 대치상황과 유사하다.
지구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이번 장마로 피해와 사상자가 속출하고, 실종자를 찾던 젊은 목숨까지 희생됐다. 궁평지하차도에서는 인재(人災)로 보아도 할 말이 없을 주검이 생겨났다. 큰 수해(경북 영주, 1961년 7월)를 겪어본 필자로서는 그 아픔이 쉽게 낫지는 않을 것임을 안다.이제 비가 그치고 나면 폭염과 ‘장마 쓰레기’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쓰레기에서는 플라스틱이 가장 많고 골칫거리다. 기적의 재료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온갖 찬사를 들어온 플라스틱의 역사는 인류의 산업발전에 기여한 지대한 공로로 가득하다
경제학의 출발점은 희소성이다. 사람이 가지고 싶은 욕구에 비해서 재화나 서비스의 양이 부족한 게 경제 문제고, 이 해결방법을 다루는 학문이 경제학이다. 인류가 희소성 해결을 위해 처음 발견한 놀라운 제도가 ‘거래(transaction)’다. 거래는 13만 년 전 인류가 동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시도했다. 물물교환으로 시작된 거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감소시키려고 ‘돈(money)’을 도입했다.처음에는 돈으로 소금, 조개껍질 등이 사용되다가, 여러 제약성(무게, 용해 가능성, 파손)을 피하려고 나중에는 은과
1년여 전인 2022년 6월, 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던 한국 출신의 아이돌 그룹 BTS 멤버들이 “잠깐 단체 활동을 멈추고 쉬면서 개인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을 하자 그룹 해체의 선언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전 세계 팬들이 난리가 나고 관련 주식이 크게 떨어지는 등의 후폭풍이 이어졌다.단체 활동을 멈추는 이유로 리더인 RM이 “음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토로하며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