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한반도 상황이 북핵 문제로 인해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은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이 핵개발에 몰두한 결과 현재 핵탄두 30개 이상을 이미 제조한 가운데, 50~7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2023 스톡홀름평화연구소 SIPRI 보고서). 또 작년 한 해 동안 90차례 이상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였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장착해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거의 완성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은 이웃 나라가 공격 목표이기 때문에 주로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북한의 핵무기가 직접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2~3년 전부터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위한 핵 운용체계를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핵위협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강 대 강 치닫는 한반도 안보상황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함께 이러한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강경책을 구사함으로써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서 핵 태세(nuclear posture)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확장 억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체(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를 발족하고, 한반도에 더 많은 전략자산 전개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하여 지난달 18일에는 핵협의체 1차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고, 42년 만에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이렇게 한반도 상황이 강 대 강의 대결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미국과 나토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간의 갈등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중러북의 군사협력에 대항하여 한미일이 군사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남북간의 대화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한미 핵협의체가 발족한 배경을 살펴보면 국제정세의 변화 외에 매우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주목을 해야 하는데, 첫째, 북핵 협상의 실패, 둘째, 대북 제재의 약화, 셋째, 미국의 북핵 억지 약속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안감 등이다.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1980년대 후반부터 지난 30여년간 이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했다. 남북간 합의(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미북간 합의(1994년 제네바 합의), 다자간 합의(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미북 정상회담 합의(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이 모두 물거품으로 끝났다. 남북한과 미북간의 양자 방식이나 6개국(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이 참여하는 다자 방식의 협상을 모두 해 보았으나 실패했다.

또 최근에는 미국과 북한의 국가수반이 직접 북핵을 협상할 정도로 협상의 수준을 높여보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관련국들이 모두 협상에 지쳐서 더 이상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이제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미국과 핵군축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북한이 첫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부터 한국과 미국을 비롯하여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강화해 나오고 있다. 2017년까지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하면서 동참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중, 미러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더 이상 대북 제재를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이렇게 2019년 북핵 협상의 실패 이후 대북 제재가 약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빠른 속도로 고도화시키자, 우리 사회에서는 북핵 위협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과연 미국이 북핵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었다. 일부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이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였다. 또 남한의 독자적 핵무장론이 대두하게 되었다. 작년 말에 최종현학술원이 갤럽코리아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6%가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지지하여 국내외에 큰 충격을 주었다. 북한의 ICBM이 미 본토를 위협하게 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핵을 억제하거나 한국을 방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

올해 들어 윤석열 정부는 북핵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등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미국은 우리에게 확장 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오직 “미국을 믿어라. 미국은 적의 핵 공격을 억제할 수 있고, 유사시 확실하게 응징하고 보복할 것이다”라는 얘기만을 반복하였다.

   한미 공조하면서도 평화 모색을

우리의 외교안보팀이 이러한 미국의 신비주의를 타파하고, 우리가 미국의 확장억제 운용체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끈질기게 요구한 결과,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 핵협의체 발족과 함께 더 많은 전략자산 전개를 약속하는 워싱턴 선언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미국은 이러한 약속을 통해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개최된 핵협의체(NCG) 첫 회의에서 한미 양측은 첫째, 보안 및 정보 공유 절차 개발, 둘째,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및 소통체계 확립, 셋째, 관련 기획, 작전, 연습, 시뮬레이션, 훈련 및 투자 활동에 대한 협력과 개발 등을 비롯하여 한미의 핵 억제 및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기본 계획을 마련하였다. 특히 한미 양국은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무기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이제 미국의 핵 능력과 우리의 첨단 재래식 전력을 합쳐 미국 일방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확장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NCG의 첫 단추는 잘 끼워졌으나 북핵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미국 국내정치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 대선이 내년 11월에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NCG를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시간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기간이 골든타임이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 과거 그가 재임기간에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주장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바이든 행정부의 NCG를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1년반 내에 NCG가 수행해야 할 과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양국간 긴밀히 공유할 정보공유 목록, 공동 기획 지침, 향후 양국이 시행할 도상 훈련 및 시뮬레이션과 같은 연습 시행방안, 북핵 위협 및 북한의 핵 사용 임박시 양국 정상간 협의 장치, 그리고 전략자산을 포함한 핵전력 전개 및 배치 방안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NCG가 잘 작동되려면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될 때, 내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이 대북 확장억제와 한반도 평화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한국과 연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장기적으로 남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해결하여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이번 NCG의 출범과 함께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잦아질수록 남북한은 안보딜레마에 부닥치게 된다. 즉 우리의 안보 추구 행위에 대해 본의 아니게 북한은 안보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럼으로써 북한이 안보 증강에 매달려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사실 NCG 첫 회의를 전후로 북한은 화성-18형 발사 실험을 하고, 또 북한 지도부가 협박 공갈성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한반도에 핵전쟁의 위험을 고조시켜 주게 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는 반드시 대화나 협상을 통한 평화 추구 노력이 동반되어야 파국을 면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와 강한 반공주의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고르바초프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화나 협상을 추진함으로써 소련연방의 해체와 냉전 종식에 기여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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