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논설위원,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허찬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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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경제의 살아있는 이슈인 연지준의 정책금리와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희비가 엇갈리는 새 소식이 있었다. 미국의 금리는 아직도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관심사이고, 5월 미 하원에서 부채한도 조정을 둘러싼 대치로 더 부각된 미국의 국채는 국제금융시장의 근간이 되는 금융 상품이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 만하다.

  좋은 소식, 적당히 양호한 고용사정

먼저 좋은 소식이다. 연지준(연방준비제도,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상대로 7월 말 정책금리를 0.25% 인상했다(5.25~5.5%). 작년 초 시작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니 당연히 향후 금리 향방이 관심사이다. 4월경만 하더라도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으나 인하는 그림의 떡이다. 당시 실리콘 밸리 뱅크를 필두로 중견 은행들의 문제가 불거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자 인하 가능성이 힘을 받았었다. 하지만 파급효과가 제한적인 찻잔 속 태풍으로 넘어가며 연지준의 금리인상 행보는 이어져왔다. 남은 가능성은 연내 추가 인상과 현 수준 동결이다.

연지준의 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다. 그러니 연지준의 금리 결정은 물가와 고용상황 간의 줄타기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이 칼럼에서 설명하였듯이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들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만 보면 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변수는 노동시장의 고용사정이다. FOMC 참가자들이 ‘인상’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게 할 소식은 고용사정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며칠 전 발표된 7월 고용상황 보고서가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규 취업자 수가 매달 20만을 넘어서며 취업사정이 구직자들에 유리한 상황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가 하향 수정한 6월과 7월 신규 취업자 수는 20만 명을 하회하며 이전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임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파월 의장을 비롯 대부분 정책 결정자들에게 금리 추가 인상을 자제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제 유가, 곡물가가 더 불안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고, 미국 경기 호조세와 직접적 연관이 적기 때문에 연지준이 바로 대응해야 할 성격의 충격이 아니다.

  나쁜 소식, 피치의 국채신용등급 강등

8월 2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피치(Fitch Ratings)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최우량 단계인 AAA에서 AA+로 한 등급 낮추었다. 향후 사회보장성 지출의 증가 등 중·장기 부채 증가 추세, 그리고 정부 지출과 부채한도를 관리하는 ‘거버너스 악화’ 두 가지를 강등의 근거로 제시했다. 후자의 근거로 올 5월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이 부채한도 증액을 거부하며 자칫 부도로 이어질 뻔했던 부채위기 사태를 지적했다. 발표 전 내용을 전달받은 재무부를 중심으로 바이든 정부가 향후 10년간 재정 적자를 크게 줄이는 장기 예산 계획을 제시했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물론 공화당은 정부를 공격하는 호재로 삼았다. 그런데 학계 및 금융권 등에서 피치의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현황을 보면 미국 국가 부채가 약 33조 달러로 절대 규모가 크나 전문가들은 경제규모와 비교한 상대적 규모에 초점을 맞춘다. 빚이 얼마나 부담이 되는가는 소득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만 원 빚이 연소득 2000만 원인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만 소득이 2억 원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이다.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2022년 미국의 부채비율은 136.3%(국회예산정책처의 OECD국가 비교자료)이다.

미국의 부채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110% 미만이었으니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오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긴급재정지원 지출이 크게 늘어서 나타난 결과이다. 아직도 피치로부터 AAA 등급을 받고 있는 독일이나 호주의 부채비율도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14~20% 포인트 상승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G7 국가들의 부채비율이 더 높고, 일본의 비율은 미국의 두 배를 넘는다.

여기에 피치를 제외한 다른 두 신용평가사(무디스와 S&P)가 비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대형 금융사들도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실없는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꺼림칙한 점도 있다. 2011년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부채한도 조정을 거부하며 벼랑 끝 대치를 한 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었다. 미국의 정쟁이 악화일로라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이런 극단적 대치가 재연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본 좋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주일 사이 미국 장기 국채의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였고, 주가는 하락했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말 달러 당 1300원 미만이던 환율이 최근 1315원으로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대체적으로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여파가 크지 않다는 게 미국 내 관측이고, 우리의 부채비율(2022년 48.1%)이 미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안심해도 될까?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는 국가재정에도 불구하고 피치가 매긴 우리의 신용등급은 AA-이다. 걱정되는 이슈가 많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기록적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는 머지않아 우리의 부채비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국가부채의 규모나 쓰임에 대해 우리가 긴장을 풀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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