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논설위원, 전 KBS 해설위원실장

이동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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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전인 2022년 6월, 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던 한국 출신의 아이돌 그룹 BTS 멤버들이 “잠깐 단체 활동을 멈추고 쉬면서 개인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을 하자 그룹 해체의 선언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전 세계 팬들이 난리가 나고 관련 주식이 크게 떨어지는 등의 후폭풍이 이어졌다.

단체 활동을 멈추는 이유로 리더인 RM이 “음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토로하며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아 자신이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 BTS가 사실상 해체되는 것인가? 앞으로 K팝은 어떻게 되나? 왜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 군 복무문제에서 다른 예술분야와 형평성 있는 대우를 해주지 않은 때문인가? 앞으로 개인활동을 한다면 그것이 단체활동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등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그런데 중부지방에 사상 유례없는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제방 유실, 강물의 범람, 인명피해 등 소식으로 모두들 힘든 가운데, 열흘 전쯤 나라 밖에서 들어온 한 뉴스가 음악팬들을 기쁘게 해주었다. 곧 방탄소년단 정국의 솔로곡 '세븐(Seven)'이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서 역대 아이튠즈 최단 시간 안에 100개국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정국이 7월 14일(한국 시간) 발매한 첫 번째 솔로 싱글 '세븐(Seven)'이 글로벌 음원 플랫폼 '아이튠즈'(iTunes)에서 발매 2시간 33분 만에 100개 국가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야말로 유례없는 신기록이다. '세븐'은 또 K팝 노래 중 최단 시간인 1시간 6분 만에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노래는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도 2023년 발매된 남자 아이돌 노래 중 '최초'이자 자체 최고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같은 그룹 멤버인 슈가와 지민이 낸 솔로 앨범도 올 상반기 미국 음악시장을 강타했다. 슈가가 발표한 솔로 앨범 ‘D-DAY’가 5위, 지민의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가 7위에 올랐다. 또 실물 앨범과 디지털 판매량을 합산한 ‘Top Albums(Total Sales)’에서는 ‘D-DAY’가 8위, ‘페이스FACE’가 9위에 자리했다. 한국 솔로 아티스트로는 이례적인 성과다. 그만큼 세계의 젊은이들이 BTS를 목마르게 기다렸다는 것이고, 나아가 이들 멤버가 개인으로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사진: ABC TV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ABC TV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정국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막을 올린 GMA의 ‘2023 서머 콘서트 시리즈’에 첫 주자로 출연해 솔로 싱글 ‘세븐 Seven’, 솔로곡 ‘유포리아 Euphoria’와 함께 단체활동의 ‘메가 히트 송’인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BTS의 에너지를 이어갔다. 이 콘서트는 미국 ABC의 뉴스프로그램이 주최하는 여름 콘서트인데, 그 콘서트의 개막을 장식한 것이다. 첫 공개된 '세븐Seven'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서머 송'으로, 일주일 내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순정남의 정열적인 세레나데가 담긴 곡이며 재치 있는 가사,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 그리고 정국의 유니크한 목소리와 감미로운 음색이 어우러졌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 4월 21일 발매된 슈가의 ‘D-DAY’는 슈가가 2020년 5월 공개한 믹스테이프 ‘D-2’ 이후 약 3년 만에 곡의 작사, 작곡과 함께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작품인데. 앨범 순위 상단에 올랐고, 3월 24일 공개된 지민의 첫 솔로 앨범 ‘FACE’는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민이 느꼈던 진솔한 감정을 담은 앨범이다. 이렇게 사실상의 단체활동 중지선언 1년 만에 눈부신 성과를 냄으로써 K팝이 솔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 하겠다.

사실 일곱 명의 방탄 청년들이 일곱 색깔 무지개로 함께 있을 때 항상 빛나왔던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자신들만의 무지개를 만들 차례가 온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고 그들도 K-POP이라는 공장시스템 속에서 기계적인 음악 생산에 투입돼 삶의 의미를 잃은 것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게 단체활동을 중지하고 솔로활동으로 들어가 성과를 냄으로써 이제 자신과 팬들에게 어떤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영역을 힘차게 열어가게 되었다고 하겠다. 앨범 발매에 맞춰 정국이 “제가 처음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장르였고, 작업과정도 신선했다....이렇게 하다 보면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더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다는 음악적인 목표도 생겼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들이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 더 반가운 일이다.

방탄소년단 BTS는 자주 비틀스와 비견되었다(필자 개인은 Beatles를 줄이면 BTS가 되니 반대로 BTS는 Beatles라는 이름을 교묘하게 차용한 것이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로 주장한다). 1962년 데뷔 이후 인기 절정을 누리던 비틀스 그룹이 8년 만인 1970년 공식적으로 해체를 선언한 이후에도 이들 4인의 멤버들은 나름대로의 존재감과 상업성, 작품성을 갖추고 각 분야에서 성공하고 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처럼 우리의 BTS도 이제 차원이 다른, 음악팬 개개인 모두에게 소통하고 위로하는 음악세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달 중순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축하행사가 서울에서 열려 전 세계에서 수많은 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지만, 사실 그 자리에는 정작 있어야 할 이들 7명 전체의 공연도 없는, 어쩌면 공허한 행사였다. 그것은 물론 멤버 한 명이 군에 가기 위해 단체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사정 때문이었을 것이고, 이 점과 관련해 필자는 다른 부문에서처럼 대중예술 종사자들을 특기자로서 형평성 있게 해주는 문제를 방기한 것이 아니냐고 문화체육부 장관을 비판한 바 있었다. 다행히 이들이 솔로로 성공의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해서 그동안의 우려가 조금은 씻기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이들이 계속 성공함으로써 단체 활동 중지 이후 주춤해진 K팝의 열기를 다시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우리 음악이 세계인들에게 좋은 위안과 희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면 더 좋은 일이다. 물론 BTS만 성공하라는 것은 아니고 다른 그룹들도 나름대로 다 꾸준한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말하자면 K팝의 제2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더욱더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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