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회장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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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이번 장마로 피해와 사상자가 속출하고, 실종자를 찾던 젊은 목숨까지 희생됐다. 궁평지하차도에서는 인재(人災)로 보아도 할 말이 없을 주검이 생겨났다. 큰 수해(경북 영주, 1961년 7월)를 겪어본 필자로서는 그 아픔이 쉽게 낫지는 않을 것임을 안다.

이제 비가 그치고 나면 폭염과 ‘장마 쓰레기’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쓰레기에서는 플라스틱이 가장 많고 골칫거리다. 기적의 재료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온갖 찬사를 들어온 플라스틱의 역사는 인류의 산업발전에 기여한 지대한 공로로 가득하다. 우주산업, 마이카(가격 인하와 연비 향상)시대를 열었고, 건물의 초고층화에도 플라스틱의 내구성과 경량화가 끼친 영향력은 말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서서 손가락질하는 것도 모자라 ‘지구생태계 파괴 주범’이라는 죄명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끝장을 내버리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 손에나 곁에는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텀블러가 있거나 생수병이 놓여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는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심한 말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라스틱의 탄생 배경이 목재, 철, 종이 등의 대체물질을 개발하면서 발견되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종이봉투를 대신해서 비닐봉지를 개발했고, 코끼리 상아를 대신해서 플라스틱 당구공을 만들었고, 천연섬유를 대신해서 나일론과 폴리에스터를 개발했다.

그런데 다시 비닐봉지를 대신해서 종이봉투가 친환경이라고 사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왜 이렇게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뱅뱅 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비닐봉지를 종이봉투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장바구니를 들어야 한다. 편리함을 두고서는 아마도 일회용 플라스틱과 헤어진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EPR), 친환경제품 설계의무지침(EUP),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관한 각종 규제 법률과 여러 정책을 나라별로 펼쳐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것이 폐기물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폐플라스틱 양은 1억5600만 톤에서 지난해 3억530만 톤으로 거의 곱으로 늘어났다. 더구나 재활용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고, 관리되지 못하고 자연에 버려지는 것이 20%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태평양에서 쓰레기 섬 발견 이후 유엔환경총회(UNEA: UN Environment Assembly)는 해양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해결책 마련으로 여러 차례 마주 앉았다. 그러다가 제5차(2022년, 케냐 나이로비) 총회에서 플라스틱 전체 생애주기(설계·생산·사용·처리·환경·유출 및 폐기를 포함하는)에 포괄적으로 접근해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 보자는 의지에 합의한다.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End Plastic Pollution: Towards 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신규협약을 성안하기로 175개국이 만장일치의 결정을 보았다. 회의의 차수를 5회로 한정하고 2024년 말까지 시한을 정한 것은 어떻게든 협약을 성사시켜야만 한다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1차 회의(INC-1: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열렸다(2022년 11월 28일~12월 2일). 2차 회의는 올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려서(5월 29일~6월 2일) 협상 전 제출된 서면 의견서를 바탕으로 협약에 들어가야 할 주요 사항을 논의했다.

그러나 순환경제와 재활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플라스틱 생산량의 감축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혔다. 석유 플라스틱 산업이 발달한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미국, 인도 등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자국의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지지했지만, 다른 나라들은 모든 국가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규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처신하기가 곤란하게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에서 4.1%를 차지해 6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은 세계 3위까지 올라가 있다.

이제 플라스틱에 대한 국제규제가 2024년 말경에 성안(成案)되면,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말 일회용품과 헤어질 결심이 섰느냐이다. 아직도 프로야구·축구 경기장이나 각종 축제장에서 애용되고 있는 일회용품(막대풍선 등 응원용품)의 향연이 멈춰지지 않고 있다. 정녕 사람이 변하지 않고서는 플라스틱의 해결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기에 유엔환경총회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정정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 우리가 환경규제를 타협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순리로 받아들이고, 쓰레기를 순환자원으로 인식할 즈음에야 해방구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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