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뉴스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라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보통 사람인 필자로서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전직 대통령이 국민에게 어떤 나쁜 일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부정 축재를 했는지 국민은 모두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직계 가족인 손자가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자신의 불법행위도 고백하는 상황은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특히, 그의 가족들은 그 사람을 흔히 얘기하듯 ‘돌연변이’라고 부르면서 비난할 것이 분명하다.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유난히 특별한 아이들
꽃샘추위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3월 중순에 들어선 우리 주변에는 매실나무의 꽃, 매화를 앞세워 여러 식물이 꽃을 피우며 본격적인 봄을 알리고 있다. 노란색 작은 꽃다발을 수만 개 달고 있는 산수유, 이름도 어려운 희귀식물 깽깽이풀, 어린 노루의 귀처럼 털북숭이 잎을 가진 노루귀도 산기슭 바위틈에서 봄을 알리고 있다.마치 죽은 듯이 온통 칙칙한 나무들도 눈에 띄는 꽃은 아니지만 나름의 꽃을 피우고 작은 새싹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숨어서, 아는 사람들에게만 또는 바람에게만 봄을 알리는 개암나무도 꽃이 한창이다.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객원기자] 지금까지 OO세대라고 불렸던 이들은 주로 20, 30대 젊은 층이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기도 하고 경제, 문화, 사회현상을 대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베이비부머의 결정판인 1958년 개띠의 은퇴 시점을 전후로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산업이 주목받았고, 그들의 설 자리가 점점 확장됐다. ‘여생’이라는 말 대신 인생 2막, 후반생, 신중년, 꽃중년, 선배시민 등으로 달리 부르며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담아 표현했다. 신세대만큼이나 사회를 구성하는 중추 역할로 시니어 또한 중요해졌다는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객원기자] 천장이 제법 높고 긴 탁자가 놓인 캘리그라피 작가 황성일(57) 씨의 공간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황성일먹글씨연구소’라는 이름 때문인지 종이와 가구 곳곳에 스몄을 묵향을 기대했지만, 현대 감성과 세련된 향취가 풍긴다.“어릴 때, 요즘으로 말하면 산업디자인이 하고 싶었나 봐요. 옛날 제 스케치북을 보니까 나이키나 프로스펙스 등을 그려놨더라고요. 관심은 많았는데 1남3녀다 보니 어른들이 남자는 예술을 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딸 셋은 피아노를 배웠는데, 저는 한 번도 못 쳐봤네요.”찻잔과 마주한 황
3월 초에는 24절기 중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경칩’이 자리 잡고 있다. 2월 초의 입춘이 봄에 들어선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한 달쯤 뒤인 경칩(올해는 3월 6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즈음에는 흔히 “만물이 소생한다”라고 얘기하게 된다.지난해 가을 어떤 식물은 종자 또는 포자라는 후손만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였고, 어떤 식물은 몸통과 생장점만을 남기고 최소한으로 몸집을 줄여 혹독한 겨울에 살아남을 준비를 하였다.이 겨울 동안 얼마나 많은 종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있는 실험 결과를 당귀나 고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타계한 지 1년이 돼갑니다. 지난해 2월 26일 부음을 들은 그 시각에 나는 하필 당 시인 유상(劉商)의 ‘왕영을 보내며’[送王永]라는 시를 읽고 있었습니다.그대 가고 나면 봄 산을 뉘와 함께 노닐까 君去春山誰共遊새 울고 꽃 지는데 물은 하염없이 흐르네 鳥啼花落水空流지금 냇가에서 그대를 보내노니 如今送別臨溪水뒷날 그리우면 이 물가로 오겠네 他日相思來水頭그 뒤 안타깝고 애도하는 마음에서 되지도 않은 붓글씨로 이 시를 써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 중기의 서예가 황기로(黃耆老, 1521~1575)의 활달하고
가끔 가는 시골 마을에 큰 상수리나무가 있다. 어느 날 문득 잎이 다 떨어진 나무 높은 가지를 올려다보았더니 뭔가 까치둥지 같은 것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무가 녹색 잎을 달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잎이 다 떨어진 겨울을 지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식물을 조금 공부한 티를 내듯이 직감적으로 겨우살이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겨우살이’란 이름은 말 그대로 겨울에도 살아있다는 뜻이다. 겨울에도 녹색 잎을 달고 있는 상록성인 특징을 보고 옛날 사람들은 ‘살아있다’라고 여겼으리라. 사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어 새삼 언급할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객원기자]사람은 모두 두려움 없는 노후를 원한다. 막상 그 순간을 맞이하면 상상했던 모습과 같을 수도, 혹은 매우 다를 수도 있다. 현역에서 이탈한 이후 생기는 무소속감은 무목적, 무기력 일과에 불을 붙인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여의치 않으니 돈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걱정과 궁금증이 큰 사람들을 위해서 은퇴 준비나 노후 설계를 조언하는 경제 유튜브 채널이 적지 않다. 노년의 삶을 논할 때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은퇴설계 분야의 독보적 1인자다 보니 각종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객원기자] 국민연금에 대한 회의 섞인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국민연금이 연구되고 도입된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초고령사회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누구든지 결혼하면 바로 2세 소식이 들려왔는데 이제는 아니다. 사는 게 각박해 미루고, 시기를 놓쳐 결혼이 인생의 과정에서 빠진 이도 쉽게 눈에 띈다. 1월 27일에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제도 유지를 전제로 향후 70년 재정수지를 추계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 20여 년간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은
두 자리 숫자로 영하의 기온이 표시되던 일기 예보가 한 자리 숫자로 바뀌고 낮 온도는 영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엊그제 바꾼 것 같은 탁상 달력도 벌써 한 장 넘어가 2월이 되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는 지금 2월 달력 첫 주에 쓰여 있는 ‘입춘(立春)’이라는 두 글자가 반갑기만 하다. 환경은 여전히 냉혹한 겨울이지만 곧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설렘과 희망이 마음속에 피어나고 왠지 얼굴에 미소도 번진다.‘입춘 가절(立春 佳節)’을 맞이하는 농부들은 따뜻한 봄을 기대하는 우리들의 단순한 기쁨과 조금 다른 복잡한 마음으로 분주해
라디오에서 영동지방을 포함한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에 폭설이 내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뉴스가 시간마다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날이다. 어쩌다가 그 폭설 지역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니 뉴스에 신경이 쓰인다. 곧 폭설 내린 길을 운전해서 돌아가야 할 일이 걱정이라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루이틀 전만 해도 건조주의보가 반복되어 영동지방 일대에 산불을 걱정하던 뉴스에 비하면 어쩌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폭설이 내린 숲의 모습은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아름답다. 특히 녹색 잎 더미 위로 눈이 내려앉은
내가 장애인이라면? 내 가족 중에 누구 하나가 장애인이라면? 나라면 그 고통과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을까? 심신의 괴로움이 당연히 크겠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길과 말질을 이겨내면서 세상과 화해하며 살아가기가 참 어려울 것 같다.그래서 장애인의 처지에 공감하며 그들을 돕는 사람들의 말과 글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든 의도된 선행이든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보는 시각과는 별개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일처럼 장애인을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객원기자] 새해가 밝으면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12년 주기로 돌아오는 동물을 통해 사람들은 그해 기운을 가늠하기도 한다. 십이지 열두 마리 동물 중 순해 보이면서 비교적 작고 귀여운 토끼가 2023년의 동물이다. 미지의 동물인 ‘용’ , 맹수 ‘호랑이’, 파충류 ‘뱀’ 등에 비해 친근하게 느껴지는 토끼를 곳곳에서 찾아봤다.계묘년 새해 이영수 화백의 ‘검은 토끼’ 선물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육십간지의 40번째다.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뜻해 ‘검은 토끼의 해’이다. 검은색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객원기자] 5년 전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 임종소 씨(79)는 누군가의 평범한 어머니이자 할머니였다. 아픈 몸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 젊은이들도 어렵다는 피트니스 대회에서 75세 나이에 입상을 하고 나자 건강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각종 매체를 통해 꾸준히 얼굴을 알리다 보니 어느덧 80이 코앞이다. 지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이에 맞는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고 사는 임종소 씨를 2023년 새해 첫날 만나고 왔다.어떻게 지내셨나요?2019년도에 WBC 오픈월드 챔피
얼마 전 아내가 논을 사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깜짝 놀라, 무슨 여유가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를 가리키며 저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그날은 기온이 예년 평균보다 높은 ‘더운’ 가을이 지속되다가 하루 만에 갑자기 기온이 20도나 곤두박질치고 한파경보가 내려진 11월 말의 어느 날이었다. 뉴스에서는 11월에 한파경보가 내려진 것은 기상특보 역사상 처음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더군다나 평년보다 높은 온도를 계속 보이던 날씨가 하루 사이로
운동화를 인터넷으로 샀더니 실제 사이즈보다 작아 발이 불편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기에 반품하면 그게 그 가격. 고민하다가 요즘 한창 이웃 간 중고거래가 성행하는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이 떠올렸다. 회원 가입을 하고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고, 상품 설명과 팔아야 하는 이유 등을 써놓은 뒤 헐값에 내놓았다.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새 신발이다 보니 곧 사겠다는 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집 앞에서 직접 거래했고, 1만 원을 벌었다. 그리고 운동화가 정말 필요한 제 주인을 찾아갔다.먼지 쌓인 물건의 재발견 살면서 누군가에게 내
그냥 달아날 법도 했다. 예과 2학년, 교회 오빠를 따라간 청량리 무료 급식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눈에 봐도 아파 보였다. 따뜻한 밥 한 끼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노숙인의 온몸이 비에 젖어갔다. 왜 그들은 차디찬 길바닥에 몸을 뉘어야만 했을까. 여태까지 어디서 어떻게 병들었을까.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 듯 조심스럽게 길 밖을 나선 이들을 살피다 보니 20년 세월이 훌쩍 넘었다. 하고 싶은 공부와 일에 관심 두었을 뿐인데 ‘노숙인의 슈바이처’라는 별칭도 따라붙었다. 밖으로 나가 소외됐던 우리 이웃의 손을 잡아준 최영아(52) 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의 사회학 교수이며 작가인 다비드 르 브르통(69)의 저서 '걷기예찬'(김화영 역, ㈜현대문학, 2007)에는 좋은 말이 참 많이 나온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라는 말로 글이 시작된다. “걷는 사람은 시간의 부자다.”라는 말도 있다,좀 더 인용해볼까. “걷는 동안 여행자는 자신에 대해, 자신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혹은 자신과 타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게 되고 뜻하지 않은 수많은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지난주에 슬리퍼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 하나는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그 남자는 열 살 먹은 큰아들이 자기 슬리퍼를 허락도 없이 신고 나가자 심하게 욕하며 나무랐는데, 그때 자신을 무시해온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사건은 10월 25일에 벌어졌지만 살인의 구체적 계기가 슬리퍼라는 사실은 지난주에 밝혀졌다.그도 아들이 어릴 때는 발에 맞지 않는 아빠의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귀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슬리퍼가 남자 대 남자로 맞서는 도구가 됐다고 받
2016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다음 카페 걷기 모임 ‘신나는 도보여행’이 첫발을 뗐다. 여럿이 함께 걷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날짜를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올해 11월 11일, 신나는 도보여행 회원들은 오후 1시에 모여 우면산 자락을 걸었다. 6년이라는 세월 동안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함께 길을 걸었다. 지금까지 지인을 카페에 초대하는 방식으로 모인 회원만 800명이 넘는다. '신나는 도보여행'을 만들고 걷기 좋은 길을 발굴해 찾아 걷는 신미숙(64) 대표. 그가 걷기만큼 좋아한다는 그것! 걷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