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

전정일 교수
전정일 교수

얼마 전부터 뉴스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라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보통 사람인 필자로서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전직 대통령이 국민에게 어떤 나쁜 일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부정 축재를 했는지 국민은 모두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직계 가족인 손자가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자신의 불법행위도 고백하는 상황은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특히, 그의 가족들은 그 사람을 흔히 얘기하듯 ‘돌연변이’라고 부르면서 비난할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유난히 특별한 아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특별한 학생들이 많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특별한 학생들도 만나게 된다. 이럴 때도 머릿속에서 ‘돌연변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또, 집의 아이가 엉뚱한 일을 할 때면 우리 부부는 서로 자기를 닮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면서 돌연변이가 분명하다고 합리화를 하곤 한다.

‘돌연변이’는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식물 사회에서 돌연변이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돌연변이(突然變異)는 '생물체에서 부모에게는 없던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유전하는 현상'이라고 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유전자나 염색체의 구조에 변화가 생겨 일어나는 것, 즉 유전정보가 기록된 DNA가 변이해서 원본과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생물체가 후손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분열하고 그 과정에서 유전물질인 DNA가 복제되는데,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변화가 생긴 것이 ‘돌연변이’이다.

DNA 복제 과정에서의 오류는 여러 가지 내·외부의 원인으로 발생한다. 그러한 오류 대부분은 생물이 스스로 교정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지만, 일부의 돌연변이는 자손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 이렇게 변화를 초래하는 돌연변이는 생존에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고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우연히 발현한 돌연변이 형질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이후 자손에서 그 돌연변이 형질이 해당 종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것이 진화의 원동력 중 하나로 작용한다.

식물을 육종하여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돌연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연적으로 생긴 돌연변이를 찾아내어 활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 일상에서 많은 식용하는 벼, 옥수수, 바나나, 당근 등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돌연변이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들이다. 우리가 그 과정을 잘 접하지는 못하지만, 식용작물, 원예작물, 산림 수목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관상식물에서 그 결과를 좀 더 쉽게 볼 수 있다. 가까운 식물원, 수목원, 정원을 방문하면 많이 보던 식물인데 어딘가 색이 다르거나 크기가 다르거나 등등 다양한 형태적 변이를 보이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식물들도 결국은 ‘돌연변이’한 식물체의 일부 또는 전부를 키워낸 것들이다.

잎이 황금색으로 아름다운 소나무의 돌연변이 품종인 뱀솔(Pinus densiflora ‘Oculus-draconis’). 신구대학교식물원 보유.
잎이 황금색으로 아름다운 소나무의 돌연변이 품종인 뱀솔(Pinus densiflora ‘Oculus-draconis’). 신구대학교식물원 보유.

이렇게 보면, 우리가 보통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돌연변이’가 사실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긍정적 돌연변이’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사람 사회에서도 긍정적 돌연변이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사람 중에서는 창의성 높은 사람이 긍정적 돌연변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 로봇과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고 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이렇게 창의성이 높은 사람이 더욱 필요한 인재상일 것임이 분명하다.

요즘 논쟁거리가 되는 전직 대통령의 손자 얘기로 돌아가 본다. 그 사람이 가족들에게는 ‘돌연변이’로 부정적 취급을 받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치유하고 많은 사람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많은 ‘돌연변이’ 젊은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창의성 높은 숨겨진 인재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지지해주고 키워주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음 글은 4월 13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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