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

전정일 교수 
전정일 교수 

꽃샘추위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3월 중순에 들어선 우리 주변에는 매실나무의 꽃, 매화를 앞세워 여러 식물이 꽃을 피우며 본격적인 봄을 알리고 있다. 노란색 작은 꽃다발을 수만 개 달고 있는 산수유, 이름도 어려운 희귀식물 깽깽이풀, 어린 노루의 귀처럼 털북숭이 잎을 가진 노루귀도 산기슭 바위틈에서 봄을 알리고 있다.

마치 죽은 듯이 온통 칙칙한 나무들도 눈에 띄는 꽃은 아니지만 나름의 꽃을 피우고 작은 새싹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숨어서, 아는 사람들에게만 또는 바람에게만 봄을 알리는 개암나무도 꽃이 한창이다.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봄바람은 개암나무의 꽃가루를 유효적절하게 사방으로 퍼뜨려준다.

 개암나무. 한국 원산인 낙엽활엽관목으로 전국의 산야에 야생한다.  
 개암나무. 한국 원산인 낙엽활엽관목으로 전국의 산야에 야생한다.  

아무것도 없이 흙만 덮여 있는 것 같은 정원 화단에서도 자그마한 새싹들이 수없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보다 더 예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지금 이 시기에는 많은 식물이 ‘회춘(回春)’하는 것이다. 사전에 적혀 있는 ‘회춘’의 의미는 말 그대로 봄이 다시 돌아옴을 뜻하기도 하고, 중한 병에서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음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게는 ‘도로 젊어짐’의 뜻으로 쓰일 것이다.

지난가을 식물의 모습을 기억해보면 보면 지금 식물의 모습은 ‘회춘’한 것이 분명하다. 한해살이 식물을 보면 봄에 새싹이 나고 여름을 거치며 생장하고 가을에 노화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해살이 식물도 한 해 중에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봄 여름에 성장하고 가을에는 겨울을 대비해서 영양분을 축적하면서 몸체 중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떨어뜨리는 것이 한해살이 식물과는 달라 보이지만, 그 결과는 노화한 것과 다르지 않다.

여러해살이 식물의 일생을 살펴보면, 나이가 어렸을 때는 생장이 느리다가, 청년기에는 생장이 왕성하고, 다시 노화 단계에서는 생장이 느려지다가 정지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1년을 사는 식물이든지 여러 해를 사는 식물이든지 전체적으로는 결국 이와 같은 생장 과정을 보이는데, 그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옆으로 누운 S자 곡선을 그리게 된다. 즉 생장곡선은 S자 곡선으로 표현한다.

사람의 일생도 식물과 다르지 않아 S자 모양의 생장곡선을 보이게 된다. 신체적인 생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생장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으로 잘나가던 사람도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이르게 되면 생산성도 떨어지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가 맞이한 상황이 바로 이런 고령화사회이며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식물이 매년 ‘회춘’하기도 하지만, 일생을 놓고 보면 결국 노화를 맞이하게 되는 점에서 우리 사람들과 같다. 그런데, 사람과 달리 식물은 노화 단계에서 다시 생장기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즉, 진정으로 ‘회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오래되어 노화된 뿌리, 가지, 줄기 등을 전정(剪定)하여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조직의 생장을 유도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분재를 키우는 과정이나 과수원에서 과일나무를 키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노화한 식물을 회춘시키는 과정의 핵심은 오래된 몸체 일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즉, 구태를 버려야만 하는 것인데, 살을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고령화사회를 맞이한 우리 사회를 식물처럼 다시 회춘시킬 수는 없을까. 사람은 식물과 다르니 그대로 침체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식물처럼 구태를 버리고 새살이 돋게 하면 되지 않을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를 회춘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은 바로 ‘교육’에 있다고 믿는다. 즉,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을 국가나 사회가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했던 일을 더 지속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과 같은 보수 교육을 해준다든지, 새로운 적성을 찾아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재교육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교육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올해 우리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성인학습자, 즉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정원문화산업전공’이라는 새로운 전문학사 과정을 개설했다. 사회적으로 ‘정원’과 ‘정원 활동’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산업이 진흥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시니어’분이 새로이 ‘회춘’하기 위하여 초롱초롱 눈을 뜨고 열심히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같이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많은 시니어분께 응원의 박수와 국가의 실질적인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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