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 원예디자인과 교수

전정일 교수
전정일 교수

라디오에서 영동지방을 포함한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에 폭설이 내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뉴스가 시간마다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날이다. 어쩌다가 그 폭설 지역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니 뉴스에 신경이 쓰인다. 곧 폭설 내린 길을 운전해서 돌아가야 할 일이 걱정이라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루이틀 전만 해도 건조주의보가 반복되어 영동지방 일대에 산불을 걱정하던 뉴스에 비하면 어쩌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폭설이 내린 숲의 모습은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아름답다. 특히 녹색 잎 더미 위로 눈이 내려앉은 소나무 숲은 설경 중에서도 으뜸이다. 설경에 빠져 눈길을 운전해야 하는 걱정은 금세 잊은 채 눈밭을 여기저기 걸어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눈 색이 검은빛이 돈다. 며칠 전 뉴스에서 겨울 황사와 미세먼지를 주의하라고 했던 일이 떠오른다.

 눈은 아름답지만 검은빛이 도는 눈을 보면 걱정스럽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눈은 아름답지만 검은빛이 도는 눈을 보면 걱정스럽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봄철에 기승을 부리는 황사가 겨울에도 우리나라에 몰려오는 일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흰 눈을 검게 만든 그 모습에서 새삼 충격을 받는다. 이런 겨울철 황사 문제는 주로 봄철에 고비사막에서 발원해서 우리나라 하늘을 누렇게 만드는 황사와 함께 몽골 지역의 사막화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이러한 사막화 문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당하고 있기에 국내의 황사 피해를 줄이는 데만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오류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비사막이나 몽골 지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국, 몽골 그리고 국제적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유엔환경계획 한국협회에 전문가가 기고한 글에 따르면, 중국은 20년 전인 2002년 한 해에만 삼북(三北, 서북, 화북, 동북 등 세 지역)방호림 프로젝트와 북경-천진방사프로젝트에 각각 13억 9300만 위안(약 2400억 원)과 12억 3200만 위안(약 2200억 원)을 투입할 정도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막화와 황사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대규모 식목사업의 실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동안에는 단순림으로 산림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숲에 종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한 번 해충이 닥치면 나무는 대부분 사멸해버렸고, 복원이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동안 사막화는 대규모로 심화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내몽고와 몽골의 외몽고 등 사막화가 되는 지역은 초원이며 초원의 소멸이 사막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중요한 문제이다. 북경을 거쳐 한국으로 불어오는 가장 주요한 경로가 내몽고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하다. 이들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400㎖에 미치지 못하는 건조지역이라서 원래부터 나무가 거의 없고 풀만 가득한 초원 지역이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친 경제부흥 정책으로 급격한 개간이 이루어짐에 따라 초원이 급속도로 파괴되어 버렸다. 이곳에 대규모 식목사업을 한 결과, 물 부족으로 나무가 죽거나 지하수 고갈 문제를 일으켜 다시 사막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중국 정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초원이 없어지면서 사막화가 된다면 초원을 지키는 것이 최상의 길일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몽골 지역의 초원은 1000여 종의 식물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이다. 이러한 곳이 일단 사막화하면 한두 종류의 식물을 심어서 원생 초원과 같은 역할을 복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단순림이 사막화가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상적인 숲으로는 혼효림(混淆林)을 들 수 있는데 침엽수, 활엽수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섞여 자라는 숲이다. 혼효림이 좋은 이유는 식생의 종 다양성이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단순림에 비해 해충 피해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효림에는 여러 종류의 해충들이 서식하면서 서로 세력을 견제하며 해충밀도를 낮춰 주기 때문에 숲이 건강해진다. 또, 나무의 뿌리가 땅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수종, 얕게 퍼지는 수종이 섞여 있어서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하고, 토양 단면의 공간 이용이 효과적이어서 폭우가 내린 때에도 뿌리들이 균형 있게 얽혀 있어서 산사태를 방지하는 효과가 커지게 된다.

단순림도 좋은 점이 있기는 하다. 집약적인 보호 관리를 통해 이른 시일 안에 녹화를 할 수 있으며 목재 생산이라는 측면에서도 효율이 높을 수 있다. 그렇지만 특정 수종의 생존에만 유리하기 때문에 경관적, 환경적, 생태적으로는 가치가 매우 적다. 또 자주 발생하는 영동지방 산불의 경우에서처럼 불길을 무엇으로도 막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극심한 피해를 주곤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지역의 수종이 바로 소나무 단순림이기 때문이다.

위의 여러 경우에서 보듯이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단순림으로 숲을 조성하는 것은 곧 사막화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숲과 자연환경에서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생각과 행동의 ‘단순림화’를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 요직에도 출신이 같은 사람들만 모이고 있는 ‘단순림화’가 심화하고 있다. 모든 환경문제가 그렇듯 이미 그 증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문제가 확대되면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된 경우가 많다. 파괴된 다음 복구할 것인지 그 전에 지켜내야 할 것인지는 너무도 자명한 질문이다. 우리나라 사회가 ‘단순림화’를 지나 사막화되기 전에 문제가 바로잡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음 글은 2월 2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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