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가치와 의미 더하는 당근마켓 이야기

최근 당근마켓을 통해 이웃끼리 소소한 물건을 사고 팔거나 나누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최근 당근마켓을 통해 이웃끼리 소소한 물건을 사고 팔거나 나누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운동화를 인터넷으로 샀더니 실제 사이즈보다 작아 발이 불편했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기에 반품하면 그게 그 가격. 고민하다가 요즘 한창 이웃 간 중고거래가 성행하는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이 떠올렸다. 회원 가입을 하고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고, 상품 설명과 팔아야 하는 이유 등을 써놓은 뒤 헐값에 내놓았다.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새 신발이다 보니 곧 사겠다는 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집 앞에서 직접 거래했고, 1만 원을 벌었다. 그리고 운동화가 정말 필요한 제 주인을 찾아갔다.

먼지 쌓인 물건의 재발견 
살면서 누군가에게 내 물건을 팔겠다거나 남의 것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남이 쓰던 물건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을 듣고 살아온 탓이다. 시대가 변했다. 중고물품을 액운으로 논하기보다 누군가에게 쓸모없는 것을 나눠 쓴다는 문화와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그 중심에 당근마켓이 있다. 
2015년 ‘판교장터’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18년 1월부터 전국 서비스에 들어간 당근마켓은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큰 관심을 받게 됐다. 2022년 10월 기준 서비스 이용자가 3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3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으며,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번개장터를 제치고 업계 1위가 됐다. 중고물품을 사고팔지만 자발적으로 확산된 나눔 거래는 2015년 17개였으나 2021년에는 403만8222개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스타와의 직거래-유랑마켓’의 한 장면. 사진 jtbc 유튜브캡처.
jtbc 예능프로그램 ‘스타와의 직거래-유랑마켓’의 한 장면. 사진 jtbc 유튜브캡처.

중고거래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동네 맛집, 궁금한 점 질문, 동네 소식 등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당근마켓 공동창업자인 김재현 최고전략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당근마켓은 지역주민끼리의 중고거래를 연결하고, 발전시켜서 동네 커뮤니티로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근마켓은 간편한 게 장점이다. 회원 가입도 쉽고, 실생활 깊숙한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남녀노소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당근마켓이 좀 더 우리 생활에 흡수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 생전 처음 겪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됐던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방영된 jtbc 예능프로그램 ‘스타와의 직거래-유랑마켓’ 덕분이다. 스타의 집을 찾아가서 사회자가 둘러보다가 잘 쓰지 않는 물건을 찾아내 팔고, 지역 주민과 거래하는 장면을 담아냈다. 말 그대로 ‘당근마켓 사용설명서’였다.

스타의 애장품을 사러 나온 사람의 사연도 전달하고, 어려운 시기에 이웃과 물품을 공유하는 장면이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동안 우리 생활에 급속도로 와닿은 문화가 당근마켓을 통한 이웃 간 직거래 문화다. 

많이 쓰지도 않은 채 싱크대에 넣어두었던 주전자를 잘 닦아 당근마켓에 올렸더니 새주인을 찾아갔다.
많이 쓰지도 않은 채 싱크대에 넣어두었던 주전자를 잘 닦아 당근마켓에 올렸더니 새주인을 찾아갔다.

동네 안에서 찾은 가치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다 보니 거리 제한 없이 정보가 연결되고 소통된다. 중고거래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 또한 지역 한계는 없었다. 옆집, 윗집은 그저 타인이 됐고, 이웃의 역할이 잊히기도 했다. 그에 반해 당근마켓은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차별점이 있다. 동네라는 공감대 속에서 이웃의 가치를 재건하는 마음도 당근마켓에 깔려 있다.
보통 당근마켓은 현재 사는 지역의 6km 이내 지역에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동네 활성화 정도에 따라 2~3km 정도로 더욱 가까운 이웃의 정보를 받는다. 주변의 작은 골목, 걸어서 혹은 마을버스를 타고 만나는 정도 거리에 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 지역 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작은 것도 나눠 쓰고 소통하는 것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일단 뭐가 사고 싶다면 온라인 쇼핑을 찾아보기 전에 당근 마켓을 찾는다. 찾고 있던 물건이 중고이긴 하겠지만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며칠 전 필요한 물건을 집에서 1km 이내에 사는 이웃으로부터 구매했다. 만약 이 물건이 없었다면 차를 타고 매장에 가서 3배의 돈을 지불하고 사야 했다. 때로는 상상을 뛰어넘는 물품이 등장할 때가 있다. 중고 명품은 물론 장독대 뚜껑, 1000~ 2000 원에 책정된 작은 물품, 심지어 김장철 김장하고 남은 절인 배추와 젓갈에 눈에 띄기도 한다. 맥락 없이 누군가의 소장품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집안 구석에 잠들어 있는, 먼지만 타고 쓰이지 않는 물건이 소중하게 그 몫을 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찾는 물건이 있어 몇 번 검색했다면, 이후에라도 가까운 지역 사람이 비슷한 중고물품을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당근마켓을 통해 산 신발장. 비대면 거래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 판매자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공간에 물건을 놓아두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최근 당근마켓을 통해 산 신발장. 비대면 거래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 판매자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공간에 물건을 놓아두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당근마켓의 정말 중요한 가치는 사람다움이라고 본다. 소소한 물품을 무료로 나누기도 하고 적은 돈에 판매하면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갖게 해준다. 새 상품이 아닌 중고물품을 이웃과 돌려쓴다는 개념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집 안에서 뭘 내놓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금은 쓰지 않은 물건이 있다면 깨끗하게 씻고 청소한 뒤 일단 사진을 찍어놓고 본다. 다른 누군가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말이다. 물론 최근 당근마켓 이용자 수가 늘면서 이와 관련된 피싱이나 사기 피해 등도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거래할 때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당근 중고거래 팁
1. 돈은 만나서 물건을 확인한 후 계좌이체를 하거나 직접 현금을 주는 것이 좋다. 최근 당근페이가 안전결제가 아니고 바로 판매가자 입금받는 간편송금 서비스라서 거래 사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 최대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거래한다. 버스 타고 멀리 갔으나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돌아온 적도 있다.
3. 사기 전에는 꼭 다른 사이트를 통해 가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4. 팔 때는 새 주인을 위해서 최대한 깨끗하게 물건을 준비해 가져간다.      

5. 현금 거래를 할 수 있으니 잔돈을 챙겨서 나간다.

 

이 외에도 똑똑하게 내 물건 나누기
아름다운 가게 : 반드시 판매가 가능한 물품이어야 한다. 물품을 보내기 전 세탁하거나 깨끗하게 정리해서 보내야 한다. 물품을 기부하면 기부영수증이 발급되는데, 기부받은 물품이 판매할 수 없으면 기부영수증 가액 산정이 안 된다. 기부 물품이 3 박스 이상이면 수거 신청할 수 있다. (1577-1113 또는 beautifulstore.org)
지파운데이션 : 기부 물품을 통해 아동청소년, 미혼모, 독거노인, 위기가정 등을 지원한다. 지파운데이션 나눔가게를 통해 자원 재순환에 기여한다. 15kg 이하는 택배발송하거나 물류창고가 가까우면 직접 기부할 수 있다. 기부 물품이 30박스 이상일 때만 전화를 통해 방문수거 신청(02-6335-0100(내선5) / 경기도 김포시 금포로 1491길 104-9 지파운데이션 물류창고) 

카카오 메이커스 '새가버치' : 새가버치는 헌 물건의 새 가치를 찾는 메이커스 제조업 실험실이라고 소개한다. 이 미 만들어진 물건을 양질의 제품으로 활용하며 생태계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카카오톡 쇼핑 채널 중 하나인 메이커스에서 운영하며, 현재 ‘새 활용 크루’를 3기까지 모집해 마감했다. 3기 신청자가 안 입는 티셔츠와 셔츠를 모아서 업체에 보내면 양말로 새 활용한 제품을 생산해 낼 예정이다. 1기를 통해 헌 티셔츠 8600장을 받아 만든 새 활용 양말 2만 켤레는 취약계층 어린이를 위해 기부했다. 다음 기수 일정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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