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는 우리말을 완벽히 구사했으며,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Elizabeth II mastered our language, loved our culture and touched our hearts.”)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달 96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추도사의 한 대목이다. 그는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육성 영어 성명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이는 프랑스를 방문할 때마다 훌륭한 불어 연설로 감동을 주던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답례로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전체 114개 국가 중 110위를 기록했다. 자선기부와 봉사활동 경험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충격이었다. 2년 전, 57위에서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이다. 또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결과에서는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들 중, ‘기부에 대한 무관심’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의 기부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였다.이러한 통계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위축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통계 결과로도
과학기술 발전은 소통수단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원전 3만년 프랑스의 동굴벽화로부터 시작된 인류 최초의 소통수단은 1994년 월드 와이드 웹(WWW)이 개발되면서 빠른 속도의 뉴스 전달과 온라인 쇼핑도 가능해졌다. 2005년 선보인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는 많은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만남까지도 온라인상에서 가능케 해 주어 삶이 편해지면서 삶의 형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동료들의 모임에서, 심지어 가족의 외식 자리에서조차도 서로 간의 대화보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진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이 자국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북미에서 조립되는 전기차만 올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고, 한국산 전기차는 이런 혜택에서 배제됨으로써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해졌다. 올해 우리 기업은 바이든의 요청으로 수백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난관의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마흔네 살에 늦장가를 든 조카 녀석이 3년 전 마흔여섯 살에 첫딸을 낳더니 올해 추석에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예정일이 내년 5월 초라니, 예전 같으면 손주 볼 나이인 쉰 살에 둘째를 얻게 되는 셈이다. 친할머니는 나이 오십에 웬 아이냐며 싱숭생숭하다고 하시지만, 정작 아빠 얼굴에서는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임신 전에는 냉면 먹고 싶다, 낙지볶음 먹고 싶다 졸라도 들은 체 만 체하더니만,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한 후부터는 남편이 연신 먹고 싶은 것 없느냐고 물어보는 통에 귀찮기만 하다는 것이 조카며느리의 엄살이다.
코로나에 기어이 걸리고야 말았다. 열이 있어서 감기인가 싶었는데 장모님과 손주들 볼 생각에 병원에 갔더니 양성이었다.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은 뒤, 아내가 바리바리 싸준 밑반찬을 들고 바로 양평 연구소로 떠났다. 며칠 후 아내의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회의와 심사, 결혼식과 가족 모임, 식사 약속, 자전거 모임은 양해를 구하니 오히려 다들 걱정해 주었다.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런 일상에서 깨닫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절감하는 나날이었다. 일단 휴대전화를 껐다. 증세가 가볍기도 했지만, 산과 들이 보이고 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이하 지지율)는 30%대 초반이다. 요즘 약간 반등하는 기미가 보이지만 좀체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고 있다. 악재가 주기적으로 터져 지지율 반등에 재를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정평가는 여전히 50%대 후반에서 60%대를 유지하고 있다.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싫어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 유권자들은 평생 검사로 지낸 그에게 뭐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국민은 공정과 상식이 파괴된 ‘내로남불’의 문재인 정부가 싫었다. 욕설과 잦은 말 바꾸기로
2003년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를 시작으로 금융산업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2009년도에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동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2012년부터 ‘금융중심지법’에 따라 3년마다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벌써 5차 금융중심지 발전 기본계획(2020~2022)이 발표되었고, 올해 6차 기본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글로벌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득선득하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성큼 오고 있다. 그간 제주도를 시작으로 걷기 좋은 둘레길이 많이 생겨났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동해안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필자가 걸었던 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자그마치 750Km에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해파랑(해와 바다의 파랑으로 이름 지어졌다 함.)길에서 ‘영덕블루로드 코스’라는 길이었다.이 아름다운 해안 길을 걷다 보면 작은 어촌도 지나가고, 접근 금지구역으로 간첩선이 출몰했던 역사의 현장도
지난 10년간 경제시스템의 핵심 특징은 GAFA[Google(Alphabet), Amazon, Facebook(Meta), Apple]와 Microsoft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s)의 굴기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존재하지 않거나 거의 파산 상태였는데, 금년 9월 현재 시장가치(market caitalization) 합계가 8조 달러에 육박하는 거대기업들이 되었다.이들의 급격한 굴기는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이 기업들은 우리가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고, 소통하고, 쇼핑하고 심지어 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가장 친절한 나라! 인종차별이 없으며 모든 것이 빠르고 모두가 놀랄만큼 양심적인 나라!"이 나라는 어디인가?2000년 초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으로 화제를 몰고 왔다가 우리들의 레이더에서 멀어져 있는 이른바 '아줌마 논객' 이경숙 씨는 이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말한다. 지금 세계에서 해가 진 뒤에 여자가 혼자 마음 놓고 집 밖에 나가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 정도이고. 카페의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비워도 1,2시간 후에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덩달아 ‘반지하’라는 낱말이 이 시대의 반(反)사회적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얼마 전 온 나라가 큰 물난리를 겪는 가운데 ‘반지하’ 공간에서 생활하던 저소득층 가족의 안타까운 비보가 우리네 마음을 크게 아프게 하였습니다. 이에 몇몇 정치인이 나섰고, 주택단지의 반지하공간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울에만 무려 20만 호가 반지하 구조로 되어 있는 게 현실인데도 말입니다.필자에게는 ‘반지하공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요새 차를 운전하며 우회전하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금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과 시행령 등에는 보행안전을 위해 중요한 3개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미 보도되고 홍보하는 바와 같이 우회전할 때 보행자 보호를 위한 일시정지 의무, 보행 우선도로를 도로의 한 종류로 정식 도입, 보행과 차량의 구분이 없는 도로(보차혼용도로)에서 보행이 중심이고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사항들이 추가되었다.이런 변화는 교통안전 확보 수준을 훨씬 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시설을
국민의힘이 만신창이다. 이준석 전 대표 한 명과 당 전체가 맞붙어 이전투구 중이다. 그는 당 밖에서 사법부를 끌어들여 당을 흔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당을 상대로 한 잇단 가처분 신청, 이에 맞선 당의 당헌 개정 시도 등 송사와 꼼수 대응으로 당은 지리멸렬 상태다. 반면 새로 전열을 정비한 막강 야당은 민생과 여야 영수회담을 외치며 이를 즐기고 있다. 이대로 가면 2년 후 총선, 4년 후 지방선거, 5년 후 대선 결과는 불을 보듯 빤할 것 같다.이 모든 사단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무마 의혹과 이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로 촉발됐
지난주 구(舊)소련의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타계했다. 재임 말기에 소련(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USSR)의 해체로 20세기 중후반 세계사를 지배했던 동서냉전이 종식되었다. 당시 냉전과 같은 불록화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게 일장춘몽이었음을 보여준다.냉전 종식 이후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다자주의적 국제질서가 자리 잡는 듯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근래 G2국 간의 긴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두 그룹으로 나뉘며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경제적으로 원
근래 우리 사회가 쪼잔해지면서 뒷걸음질치는 것만 같아 무거운 마음을 가누기 힘듭니다. 몇 달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가족이 청와대 역내에서 거주한다며 트집을 잡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되풀이해서 부정적인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친딸 가족이 아버지 어머니가 사는 주거 공간에서 함께 거처하는 걸 놓고 왈가왈부하며 탓하는 모습이 왠지 석연치 않았습니다. 비록 그곳이 청와대 역내일지라도 말입니다.그런데 정치 무대의 주체가 바뀌었다고, 진보 좌파 역시 대통령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름 내내 미국을 뒤흔든 ‘의사당 폭동 청문회’에 이어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Mar-a-Lago) 리조트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수색에서 다수의 비밀 문건이 추가 확보되면서 트럼프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11월 8일 치러질 미 중간선거와 2024년 11월 5일 시행 예정인 대통령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벌써부터 트럼프가 유죄 확정될 경우엔 대선 재출마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수사 당국이 트럼프에 대한 수사 강
배우 이영애 씨가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1억 원을 기부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구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기부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7월 23일 기준 대사관에 기부된 금액이 1000만 달러 이상(약 131억 원)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약 29억 원은 우크라이나 사회정책부로 전달되었고, 약 82억 원은 의료용품 및 생필품 등 구입, 나머지 10억 원은 인도적 지원 수송비에 쓰였다(표 1).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공익법인이 아니기에 주무관
2019년 8월,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고 불화 폴리이미드와 EUV 레지스트, 에칭가스 인 불화수소 등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3개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하였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체는 이들 소재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던 상황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늦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책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소부장 1.0, 2019년 8월)을 마련하였으며,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부품 장비 개발에 2020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씩
이재명 의원과 트럼프 미 전 대통령-. 둘은 참 닮은 점이 많다. 대선 패배, 당내 영향력, 인품, 정치 스타일, 팬덤, 사법 리스크 등등. 둘 다 비호감도가 높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강력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다. 팬덤 덕분이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위기라는 한탄마저 나온다.두 정치인 모두 지난 대선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고도 패배한 후보다.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은 1600여 만 표(47.83%)를 얻었다. 윤석열 후보와의 표 차는 겨우 0.73%포인트. 역대 선거에서 이보다 많은 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