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논설위원,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김용호 논설위원
김용호 논설위원

최근 미중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이 자국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함에 따라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북미에서 조립되는 전기차만 올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고, 한국산 전기차는 이런 혜택에서 배제됨으로써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해졌다. 올해 우리 기업은 바이든의 요청으로 수백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난관의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미중이 경제뿐만 아니라 체제, 안보를 비롯한 전방위적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미중 전략경쟁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미중 경쟁의 최종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에 양국 중 어느 나라가 승자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중 경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수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중 양국이 내부적으로 당면한 정치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코 글로벌 패권을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3연임 이후 정치 안정과 포스트 시진핑 리더십 승계 문제, 소수민족 문제와 도농 격차, 도시 농민공의 실업 문제, 중진국 함정, 국영기업의 엄청난 부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의 장래가 험난하다.

한편 미국의 경우 내부적인 문제가 중국 못지않게 많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대결정치, 미국 산업의 약화, 중산층의 몰락과 경제적 불평등의 증가, 최근 물가 상승, 인종 문제, 빈번한 총기 사고와 치안 문제, 해외 주둔 미군을 위한 과도한 재정 지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국내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는 바람에 미국의 국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 매우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망가진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회복되지 않으면 글로벌 패권을 중국에게 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의 쇠퇴를 회복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 쉽게 패권을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1970년대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위기에 봉착하였다. 금본위 제도의 포기, 섬유 수입 쿼타제 도입과 자유 무역주의의 포기, 1·2차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난, 닉슨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 카터 대통령이 이란 회교 혁명정부에 인질로 잡힌 미국 외교관 구출의 실패로 인한 국제적 망신 등으로 인해 글로벌 리더십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바 있다. 그리하여 1980년대 초에는 “저팬 넘버 원(Japan Number One)”이라는 주장과 함께 GDP 세계 2위인 일본이 1960년대와 1970년대처럼 고도 경제성장을 계속한다면 미국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었다.

그러다가 1980년 대선에서 승리한 레이건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한 후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정치도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1985년 미국이 일본과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를 맺어 엔화 절상에 성공함으로써 일본의 경제적 추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신자유주의 노선을 반영한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가 국제적 표준(international standard)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1991년 소련연방의 해체와 함께 미국이 미소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신자유주의 노선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또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크게 약화되면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소위 G2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이후 미국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가운데 케인즈식 경제개입주의 정책을 강화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는 이제 더 이상 위력이 없으나 미국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2008년 이후 10여 년 이상 정치경제적 어려움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미중 전략경쟁의 장래를 전망해 보면 미국이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개발하여 미국식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다. 다원주의에 기반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체제는 다양한 이론과 주장이 서로 경쟁하므로 새로운 대안을 개발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그리하여 미국이 1970년대의 상대적 하락에서 회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국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포함한 일련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신뢰를 저해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 기업을 홀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과 우방국 기업이 서로 윈 윈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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