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 산학협력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지난 10년간 경제시스템의 핵심 특징은 GAFA[Google(Alphabet), Amazon, Facebook(Meta), Apple]와 Microsoft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Digital Platforms)의 굴기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존재하지 않거나 거의 파산 상태였는데, 금년 9월 현재 시장가치(market caitalization) 합계가 8조 달러에 육박하는 거대기업들이 되었다.

이들의 급격한 굴기는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이 기업들은 우리가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고, 소통하고, 쇼핑하고 심지어 데이트하는 방식까지 바꿔놓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발명하고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혁신적 신제품을 도입하고,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제공한 디지털 플랫폼은 피규제 대상으로 거론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기업들이 지금까지 광범위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적 특성이나 소비자 행동 특성은 더 이상 이런 소비자 이익 제공의 지속을 보장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플랫폼들이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특성은 무엇인가?

우선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사용자들도 이 제품을 더욱 선호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하다. 또한 그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수록, 그리고 많은 품목을 다양하게 생산할수록 생산비가 점점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강력히 작동한다. 더욱이 제품을 다른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한계비용이 거의 없고, 더 많은 데이터를 통제할수록 제품이 더 좋아져서 데이터 사용에 따른 높은 수익과 체증적 수익(increasing returns)을 실현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국경에 구애를 받지 않고 몇 번의 클릭으로 제품의 전 세계적 유통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전통시장(brick-and-mortar markets)에도 있던 것이지만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이 특성들이 합쳐져서 승자독식(winner-take-all)적 독점화가 발생한다.

둘째,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행동편향(behavioral biases)에 크게 제약된다. 소비자는 디폴트 옵션에 묶이는 경향을 보여서, 선택하도록 강요되면 가장 눈에 띄는 대안을 선택한다. 예컨대, 빨간 글씨로 쓰거나 맨 첫 자리에 위치시키면 소비자에게 넛지(nudge)가 된다. 구글은 아이폰의 디폴트 검색엔진이 되려고 매년 120억 달러(추정)를 애플에 지불한다. 전통시장에서도 다양한 조작(manipulations)이 이루어지지만 디지털 플랫폼들에서 특히 피해가 크다. 조작자들이 잠재적 고객들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대안이 없거나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프레이밍(framing), 넛지는 디폴트 옵션과 함께 소비자들이 후회할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온라인 제품들이 가능한 한 중독적이도록(addictive) 디자인되거나, 편익(well-being) 고려 없이 판매를 증가시킬 수 있게 플랫폼에 ‘코꿴(hooking)’ 상태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들이 결합되면 공급자인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과 수요자인 소비자의 중독이 상호 작용해서 그 결과가 아마 최악이 될 것이다. 여기에 빅 데이터의 수집, 분석, 이용과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인공지능 사용이 더해지면, 그 결과는 사실상 소비자 잉여가 거의 디지털 플랫폼들의 이윤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디지털 플랫폼들의 이점을 향유하면서도 부정적 측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통기업을 규율하던 법, 제도, 규제 그리고 인프라를 신속하게 전환하는 게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동차가 20세기 초 처음 대량 생산되어 보급됨으로써 나타난 현상도 이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등장 이후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이에 따라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였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신호등, 자동차 교통규칙, 우회도로 등 새로운 규제와 법률, 인프라가 필요하게 되었다. 신호등, 교통규칙, 우회도로 등은 자동차의 편익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대한 자동차의 부정적 충격을 극적으로 감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미 EU와 미국 등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규제가 제안·시도되고 있고 그 행태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규제의 과잉이나 부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안은 지배력이 없는 플랫폼들조차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 되게 하는 과잉 요소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요소들을 배제하고 경쟁을 촉진하면서 플랫폼의 편익을 확대하는 규제대안(regulatory alternatives)을 도입하는 양태로 법, 제도, 규제가 신속히 정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응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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