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보 논설위원, (사)한국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대표

민경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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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득선득하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성큼 오고 있다. 그간 제주도를 시작으로 걷기 좋은 둘레길이 많이 생겨났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동해안을 따라 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필자가 걸었던 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자그마치 750Km에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해파랑(해와 바다의 파랑으로 이름 지어졌다 함.)길에서 ‘영덕블루로드 코스’라는 길이었다.

이 아름다운 해안 길을 걷다 보면 작은 어촌도 지나가고, 접근 금지구역으로 간첩선이 출몰했던 역사의 현장도 마주하게 된다. 아직도 철조망에 적의 침범을 알려주는 깡통이나 유사 알람기능을 한 것들이 매달려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접근할 수 없었던 곳을 걷고 있다는 야릇한 기분도 들고, 또 그런 곳일수록 감탄이 나오는 절경이다.

그러고 보니 남해안을 걷는 ‘남파랑길(1470km, 2020년 10월 개통)’, 서해안을 걷는 ‘서해랑길(1800km, 2022년 3월 개통)‘, 거기에 더해 내년 4월경 ’DMZ평화의 길(524km)‘이 개통되면 ’코리아 둘레길‘이 완성된다고 한다. 2010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코리아 둘레길‘이 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좋은 것이 있으면 꼭 어딘가에 티가 있듯이 아름다운 해안 길을 걷다 보면 후미진 곳이나 해변에서는 어김없이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발견된다. 특히 노후된 부표(浮標: 수면 위에 떠서 항로나 양식어장의 구획 등을 표시하는 물체)가 부서져서 떠다니거나 해안 바위틈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표의 해상오염 문제는 해양수산부의 오래된 숙제이다. 그동안 여러 해결책이 나왔지만 별 신통한 결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 해결방안의 하나로 부표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재질을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부표의 재질은 폴리스타이렌을 발포시킨 것(EPS: Expandable Polystyrene)으로 자외선과 바다의 염분으로 인해 내구연한(耐久年限)이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이를 늘리려고 하는 모양이다.

2018년 9월경 해파랑길 ‘영덕블루로드 코스’. 필자 촬영.
2018년 9월경 해파랑길 ‘영덕블루로드 코스’. 필자 촬영.

     

부표 등 쓰레기로 가득한 해변 바위 틈.
부표 등 쓰레기로 가득한 해변 바위 틈.

바뀌는 재질은 폴리에틸렌(PE:Polyethylene)이나 폴리우레탄(PU: polyurethane)이라고 하는데 수명이 약 5년으로 3년 더 연장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재질을 바꾸고 색깔을 바꾼다고 해안에 떠다니는 부표 조각이 없어지거나 눈에 보이지 않을 수는 없다. 시간이 경과되면 수명을 다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플라스틱 재질(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시간을 견딜 수 있다.)이 문제가 아니라, 노후되는 부표를 제때 수거하고 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한다. 우선 관리하는 주체를 정해서 부표 설치 장소와 날짜를 기록·관리하고, 생산자는 부표에 생산자명과 재질, 생산 연월일과 유효기간을 새겨 넣은 제품을 생산하고, 부표 관리 주체는 기록에 의해 기한이 완료된 곳에 새 부표를 설치하고, 수거한 부표는 생산업체로 보내 원재료로 재활용하게 한다.

이렇게 부표 공급망에 수거와 처리(재활용)를 더한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해본다. 친환경은 반드시 수거와 처리체계가 함께여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먼저 이루어져야 재질 교체가 효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재질로 바꾸자고 나올지 모른다.

환경부는 지난 8월 31일 숨은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대통령께 보고했다. 필자가 계속 주장해오는 것 중 하나가 환경부의 환경검찰권 확보다. 환경부는 속성상 규제부서로 타 부처와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폐기물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재활용 부분이 약화되는 이런 숨은 규제를 푸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자고 나면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되고, 이는 복합물질로 되어 있어서 사람과 동식물에 대한 안전과 위해 여부의 판단이 갈수록 어렵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생물질들의 관리 소홀로 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생산현장에서 상용되는 화학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를 잘 보이는 곳에 게재해 숙지하게끔 강화하고, 이를 어길 때 과태료(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를 물리고 있는 것은 좋은 규제 사례라 할 수 있다.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만 환경부야말로 환경사범 관련 검찰 출신이 장관이 되었으면 한다. 현행 환경법을 고수하고 지켜야 국민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경제계에서 순환경제를 얘기하고 있다. 순환경제로 가려면 순환시스템이 견고해야 한다. 현재의 공급망 시스템에 폐기와 수거, 그리고 처리까지가 들어간 복합시스템이 완성되어야 한다. 안전한 생활환경과 친환경적인 삶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사회는 선의의 노력만 기울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촘촘한 규제를 통해 얻는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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