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권오용 논설위원

배우 이영애 씨가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1억 원을 기부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구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기부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7월 23일 기준 대사관에 기부된 금액이 1000만 달러 이상(약 131억 원)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약 29억 원은 우크라이나 사회정책부로 전달되었고, 약 82억 원은 의료용품 및 생필품 등 구입, 나머지 10억 원은 인도적 지원 수송비에 쓰였다(표 1).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공익법인이 아니기에 주무관청에 상세 지출 내역과 관리 현황을 보고할 필요가 없다. 잘 쓰였으리라 믿는다. 오해는 없기 바라며, 대사관이 말하는 대로 그냥 믿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표 1: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페이스북 발췌.
  표 1: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페이스북 발췌.

같은 시기에 또 하나의 이슈가 있었다. 바로 울진 산불이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된 기부금은 535억 원(4월 27일 기준)이 넘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지사항에 피해 시설 현황, 재난안전상황실 대처상황, 현장구호활동 상세 내역 등 심지어 어떤 물과 라면을 샀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혔다(표 2). 화재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손해사정인의 감정을 받아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해 구호금을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 또한 성금 집행을 위한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여 기부자라면 누구든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표2 : 전국재해구호협회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산불 피해 현황보고 35보 (2022.4.18. 9시 기준) 발췌. 
표2 : 전국재해구호협회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산불 피해 현황보고 35보 (2022.4.18. 9시 기준) 발췌. 

현업이 있는 직업인 입장에서는 기부금을 위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직접 공익사업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지닌 단체에 내 기부금을 레버리지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고액기부자클럽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서약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차이이기도 하다. 김봉진 의장은 기부를 선언한 5000억 원의 일부를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운영을 맡겼다. 김범수 의장은 브라이언임팩트재단을 설립해 공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어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부금을 받은 단체가 기부금을 횡령하거나 사기를 치는 경우는 없을까? 이미 일련의 사건들은 기부자들에게 주의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부금 사기는 단체와 개인을 가리지 않는다. 반려견 '경태'를 앞세운 택배기사 '경태아부지'는 개인 계정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 후 계정을 초기화했으며, 올해 초에 일어났던 울산 산불 재해 중에도 기부금 사기 사건이 공공연하게 신고되었다.

공익법인은 ‘공익’이라는 사회적 신뢰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기부자가 공익법인을 만나는 방법은 각종 홍보매체를 통해서인데, 이때 기부자가 돋보기를 들고 속사정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기부도 마찬가지이다. 유명한 단체, 지역에 있는 단체, 또는 그냥 임직원이 아는 단체로 기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 없이 추진한다면 기부금 횡령 사건이 생길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최대 기부자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ESG평가에 기부처를 결정하는 기준과 프로세스가 들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공기관 한국수력원자력은 기부처를 선택할 때 제3자의 평가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표 3). 2022년 7월 한수원은 아동복지시설과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이동용 차량 지원사업 수행 기관을 공모했다. 15억 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수행 기관을 선정할 때 평가 항목으로 한 민간기관의 공익법인 평가 항목을 활용하고 있었다. 기관 투명성을 위한 적절한 내부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기부금이 공익사업에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관한 지표이다.

표3 : 한국수력원자력, 2022년도 안심카 플러스 사업 수행기관 공고문 중 발췌.
표3 : 한국수력원자력, 2022년도 안심카 플러스 사업 수행기관 공고문 중 발췌.

기업계에서 ESG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특히 S(Social) 분야인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 사회공헌사업 전문 수행자인 파트너NGO를 선정할 때 그 단체가 기부금 운용 조건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반드시 심사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내부 투명성에 신경 쓰는 단체일수록 외부로 공개되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비영리 분야 신뢰관계를 다지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셀럽과 기업, 그리고 공공기관들의 선한 의지와 영향력이 기부문화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이재민들이 발생하면서 또다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등 대표적인 구호단체가 기부금 투명성 경쟁을 통해서라도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게 했으면 한다. 이것은 세계기부지수 114개 조사대상국 중 110위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규모(GDP) 10위라는 이름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