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이석구 언론인,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국민의힘이 만신창이다. 이준석 전 대표 한 명과 당 전체가 맞붙어 이전투구 중이다. 그는 당 밖에서 사법부를 끌어들여 당을 흔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당을 상대로 한 잇단 가처분 신청, 이에 맞선 당의 당헌 개정 시도 등 송사와 꼼수 대응으로 당은 지리멸렬 상태다. 반면 새로 전열을 정비한 막강 야당은 민생과 여야 영수회담을 외치며 이를 즐기고 있다. 이대로 가면 2년 후 총선, 4년 후 지방선거, 5년 후 대선 결과는 불을 보듯 빤할 것 같다.

이 모든 사단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무마 의혹과 이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로 촉발됐다. 그러나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상호 무시와 불신에서 비롯됐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선거가 치열하게 벌어지는데도 두 번이나 당무 거부 등 돌출행동을 벌였다. 두 사람은 함께하기 어려운 길로 들어선 지 오래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헤어지느냐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 방법이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와 비상대책위 구성, 이에 맞선 이 전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다. 이 전 대표는 당을 상대로 3건이나 비대위원장, 비대위, 전국위 개최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1건은 인용이 돼 국민의힘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다시 연다. 당헌 개정으로 법원의 가처분 인용 소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서다.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비상상황이 아닌데도 비상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인용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국민의힘의 당헌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위 개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민의힘은 다시 당의 운명을 법원에 맡기는 수순을 밟고 있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 해도 당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만일 또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다.

이번 법원의 가처분 인용 판결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당의 비상상황 여부는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 정치적 판단인데, 법원이 정당 내부 의사결정에 개입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판결은 내려졌다. 그렇다면 이는 일단 지켜야 한다. 이에 대해 이의신청, 항고 등 법적 대응은 할 수 있지만-. 그런데 국민의힘은 비대위 구성은 무효라는 법원판결 취지(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 신청이지만)와 달리 당헌 개정이라는 꼼수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법정대응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초심으로 돌아가 문제의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잡으라고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에 입각, 국정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30%대 초반의 지지율이 이를 말해준다.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데서 지지자들이 실망, 돌아선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다시 새 비대위를 꾸리는 것은 공정과 상식, 법치에 반하는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선에서 승리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순리대로라면 비대위는 접고 새로운 원내대표에 의한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그리고 최고위원을 새로 임명, 지도부를 구성하는 게 맞다. 그게 공정과 상식, 법치다.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당원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 인위적으로 끝내려 하다 이 사달이 일어났다.

물론 원내대표를 새로 뽑고, 지도부를 새로 꾸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장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할 일이 태산 같은 새 정부로서는 감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무너진 집의 기초를 탄탄히 하지 않고 서둘러 개축한다면 그 집 또 부실 공사로 무너지기 쉽다. 윤 대통령도 일련의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이자 공정과 상식, 법치의 길이다.

이 전 대표는 밖에서 당을 향해 조롱과 막말, 악담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권 대표 등 윤핵관 퇴진,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함께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이 전 대표가 움직일 여지도 대폭 줄어든다. 그는 이번에 자신의 그릇이 얼마나 왜소한지를 잘 보여줬다. 내년 초 이 전 대표가 복귀하고, 이어 다시 대표에 출마한다 해도 당원들의 신임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만 살겠다고 살던 집을 불싸 지르고,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는 이 전 대표의 행보는 당원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그는 이미 국민의힘과 함께 가겠다는 생각을 버린 것 같다. 젊은 혈기에 함께 망하자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당원들이 이 전 대표를 원하다면 그 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적 정당운 영이다. 괘씸하다고 인위적으로 누구를 배제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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