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촉발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을 앞둔 지난 6월 해당 가맹점들의 반발로 시기를 늦추었다가 지난 12월 2일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우선하게 됨에 따라 전국적으로는 1년 뒤로 또 후퇴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모든 매장이 아니라 전국에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소유한 대형 프랜차이즈·카페·찻집·패스트푸드 가맹점만 저촉을 받게 되고, 개인·무인카페, 편의점은 제외된다.이러니 규제를 받는 매장에서는 형평성 문제(제주도에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 시작된 경제발전은 올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목전에 도달했고, 1987년 민주화로 지금은 대의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 독립국 중 처음으로 원조를 받던 국가가 주는 국가가 되는 데까지 이어졌다.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도 오늘날 우리는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나라가 과거에 비하면 지금 잘 살고, 능력 있고 지적·기술적 역량이
얼마 전 열린 한중일 3국 바둑연승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국과 중국 기사가 혈전을 벌여 마지막에 반집을 역전승으로 이긴 대국인데, 모든 수를 1분 안에 두어야 하는 초읽기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두 기사가 머릿속에서 온갖 계산을 하며 최선의 수를 찾아내어 두는 모습은 경이롭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데 더 놀랄 일이 있었다. 그것은 이 대국의 중계 화면에 연결된 AI(인공지능)에 의한 이른바 바둑컴퓨터가 대국의 모든 수를 놓고 그때 그때 유불리를 판정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이미 그 실력이 입증된 바
우리 도시는 벤치에 꽤나 인색하다. 시내건 주거지건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앉았으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디 돈 내고 들어가 앉을 커피집은 수도 없이 많건만 간단히(특히 혼자) 앉을 벤치는 아무리 둘러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커피집 장사 잘되라고 시가지 내에 벤치를 두지 않는다고 빈정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여기저기서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벤치가 있는 장면 1; 광화문광장8월 개장한 광화문광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직접 가보고 가장 신선하게 느낀 것은 개인용 벤치가 등장한
12월 12일은 동북아 근대사의 흐름이 크게 바뀐 날이다. 이날 유독 큰 사건들이 한국과 중국에서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1979년 12·12 군사반란이, 중국에서는 1936년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시안(西安) 연금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또 1948년 대한민국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암살됐다. 박 대통령의 18년 장기 집권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생긴 권력 공백으로 시국은 몹시 어수선했다.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정치인, 재야
기세등등하던 세계화 추세의 김이 본격적으로 빠진 것은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했던 때쯤으로 보인다. 그 이전 속 좁은 소인배 뉘앙스를 풍기던 ‘자국이익 우선주의’는 이제 대로를 활보하는 형국이다. 여러 나라들의 합의로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국제적 공급사슬망이 확산되던 시절 무역 강국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종횡무진 활약했다. 중국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미국과 유럽의 시장으로 연결하며 돈을 벌던 그때가 마치 걱정이 없었던 어린 시절처럼 아련해질 듯하다. 세계화의 경제적 혜택은 광범위했는데세계화는
근래 시니어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것에 대화의 초점이 맞추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소변을 봐야겠다는 생리현상을 감지하면, 미루지 말고 즉시 화장실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필자의 말에 동감하며 자신이 실수할 뻔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 시니어들이 제법 있습니다. 또는 방귀가 나오면서 대변이 ‘살짝’ 나와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당혹스럽겠습니까?(여기서 ‘시니어’는 70세 이상 연령층을 말함).필자가 60대에 한 80대 어른이 이런 하소연을 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80세 생일을 맞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의 80대 현역 대통령이 됐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은 70세에 취임해 78세에 임기를 마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6)은 지난달 15일 재출마 선언을 했다. 미국은 지금 노인정치(gerontocracy) 전성시대다.행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도 지난달 중건선거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82),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 유임된 미치 매코널(80) 등 노장들이 이끌어 왔는데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철도 노사 잠정 합의안의 강제시행 법안에 서명했다. 노조가 합의안을 따르지 않고 파업을 할 경우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 해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찬성 290, 반대 137로, 상원에서는 찬성 80, 반대 15로 가결됐다. 미 의회가 30년 만에 노사문제에 개입, 9일로 예정된 미국 철도노조의 파업에 초당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미국 철도 사용자 측과 12개의 주요 철도노조 지도부는 지난 9월 백악관의 중재에 따라 노사간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었다. 이 합의안은 향후
미국 최대 쇼핑 시즌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펼쳐지는 기부 캠페인 ‘기빙튜즈데이’가 11월 29일 종료되었다. 올해 10년차를 맞이한 기빙튜즈데이는 단 하루 만에 약 4조 원(31억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전년 대비 15%가량 늘어났고, 2020년 코로나 시대 이후로 25%가 증가했다. 10년 전 첫 캠페인에서 약 168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던 것을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기부의 물결은 현재 85개국 이상이 참여했고, 올해에는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키프로스, 콩고민주공화국, 에스와티니(옛 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까지 중앙집중적인 수도권 중심의 행정체제를 구축하고 과학기술행정도 중앙정부 위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1994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향후 전개될 지방화시대에 대비하여 1999년에는 제1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2000~2004)이 마련되었다. 지역의 과학기술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고자 한 것이다. 지역의 전략·특화기술 개발, 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확대 및 행정조직 강화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 등을 포함하는 최초의 지방과
“우리나라 정치는 왜 이 모양인가? 무엇을 고쳐야 정치가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될 수 있나요?” 정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럽다. 왜냐하면 대다수 질문자가 이미 해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의 해답을 얘기하기 전에 슬쩍 나를 떠보는 경우가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학자의 임무 중 하나가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것인데, 최근 우리 정치가 퇴행적 모습을 보여 주어서 책임을 통감한다. 물론 외국인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적 만족도는 매우
월드컵 시즌이 돌아왔다. 우리에게 월드컵의 의미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그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20년 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4강 신화의 기적을 써 내려갔던 감동은 지금 떠올려보아도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때론 흥분 때론 광란 때론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2002년부터 2003년에 걸쳐 태어난 아이들, 이름하여 월드컵 베이비들이 속속 대학 문을 넘기 시작했다.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수능 응시생 가운데 N수생 중에는 월드컵 베이비들이 다수 포함되었으리라 짐작된다.이제 이들 앞에는 평균 기대수명 100세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가족, 조손가족이 늘어나면서 비자발적인 황혼 육아로 시들고 멍드는 가족이 많다. 뛰어들기도, 외면하기도 어려운 현실 앞에서 누군 즐겁고 기뻐서 젊어진다지만 누구는 힘들어서 골병이 드는 것이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손주 때문에 살고 손주 때문에 못 살겠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모양이다. 가치관과 양육 방법의 차이, 손목과 허리 무릎에 생기는 질병과 우울증, 개인 시간을 못 갖는 불만, 고마워하지 않는 자식들의 태도, 금전적인 보상을 둘러싼 묘한 신경전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절대 가볍지 않다.형제자매
2021년 거래량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거래소인 FTX의 파산보호 신청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2019년 5월에 설립된 FTX는 자체 토큰인 FTT(FTX Token)를 발행하여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수수료 절감 및 예치(staking)에 따른 보상, 그리고 거래소 주도의 상장 방식인 거래소 공개(IEO) 등에 활용하였다.발행된 토큰 80%는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Alameda)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라메다의 FTT 시세 조작과 FTX 고객 예탁금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계 1위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그런다. 그래서인지 이맘때쯤이면 괜스레 쓸쓸해진다. 이브 몽탕(Yves Montand)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이라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고, 번안가요인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흥얼거리게 된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고 있으려니 더욱 스산하다. 낙엽이 많아지면 이제 가을이 떠나가고 있고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늦가을의 체념이라 하겠다. 많은 문필가가 낙엽을 주제로 글을 쓰고 노래를 했다. 낙엽을 밟는 소리, 태우는 소리, 타는 냄새까지도 소재가 되었다.나무는 겨울나기
유발 노아 하라리(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우주 탄생부터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인류가 과학기술을 진보시켜 스스로 멸종하는 시대에 이르기까지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이 어떻게 신(Deus)적 존재로 전환될지 과학기술의 진보와 연계하여 설명했다. 사피엔스의 데우스 전환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 공학에서 진행되고 있다.생명공학은 수십 년 안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만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켜 전혀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방위산업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산업부로, 건설(국토)교통부는 건설교통산업부로, 문화부 역시도 문화산업부로.”지난달 27일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보도가 되었다. "국방부를 방위산업부로"라는 말은 국방부를 방위산업부로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 세계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의 방위 관련 산업들을 더 발전시키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알려졌고, 마찬가지로 "문화부 역시도 문화산업부로"라고 한 말도 문화의 산업적 측면을 키워서 우리 경제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설명이 붙긴 했다. 비상경제 민생회의 석상에서
현직 대통령을 평가하는 미국 중간선거는 늘 여당의 무덤이다. 특히 경제가 나빠지면 유권자들은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오바마, 클린턴, 부시 정권이 모두 임기 첫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 초중반인 경우에는 예외 없이 야당이 대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도 3고(고물가, 고휘발유가, 고범죄율)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민주당의 참패가 점쳐졌다.그러나 이번에는 과거 패턴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선거 당일 에디슨리서치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32%)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경제상
건축이나 도시계획 현상설계 심사나 관련 위원회 자문회의에 참석하면 제시된 건축물이나 도시설계안을 설명하는 용어 중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랜드마크(landmark)’라는 단어다. 모두 다 해당 건물이나 지구가 랜드마크가 되겠다고 아우성친다. 그리고 그를 위하여 건물 높이 제한의 완화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이를 위해서는 ‘랜드마크’라는 용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랜드마크란‘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 샘)이다.랜드마크라는 용어가 우리나라 건축이나 도시설계에서 감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