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논설위원,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권오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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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쇼핑 시즌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펼쳐지는 기부 캠페인 ‘기빙튜즈데이’가 11월 29일 종료되었다. 올해 10년차를 맞이한 기빙튜즈데이는 단 하루 만에 약 4조 원(31억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전년 대비 15%가량 늘어났고, 2020년 코로나 시대 이후로 25%가 증가했다. 10년 전 첫 캠페인에서 약 168억 원의 기부금이 모였던 것을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기부의 물결은 현재 85개국 이상이 참여했고, 올해에는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키프로스, 콩고민주공화국,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랜드),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도 공식 합류했다.

기빙튜즈데이는 단순한 현금 기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빙튜즈데이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구를 위해 쓰레기를 줍고, 주방과 냉장고를 공유하고, 무료 뜨개질 수업을 여는 것, 심지어 지인들에게 긍정적인 표현을 해주는 것 또한 모두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서는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기부 축제를 만들었다. SNS에서 친절한 말을 나누고, 지역 단체에 기부하고, 착한 일에 대한 글을 공유했다. 파키스탄에서는 70명의 자원봉사자가 지난 6월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지원했다. 더 나아가 난민 지원을 위한 연합 캠페인이 시작되었는데 레바논, 그리스, 세르비아, 보스니아, 프랑스, 그리스 및 영국에 속해 있는 풀뿌리 공익단체들이 모여 난민 지원의 필요성을 알리는 #MoreThanSurvival 운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 돈을 내는 것만이 기부가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 돈을 내는 것만이 기부가 아니다.  

개인이 참여하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기부 릴레이는 정부와 기업이 주도한 것과 그 참여도가 다르다. 2020년 경희대 학생 3명이 코로나 최전방에서 일하는 의료진, 소방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오픈채팅방을 열고 모금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국 대학으로 퍼졌고 한 달 만에 17개 대학에서 2억 7000만 원을 모았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 팬클럽은 그의 생일 때마다 1억 원 이상의 전국 기부 릴레이를 보이고, 김호중 팬클럽에서는 이틀 만에 1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그들의 기부는 자발적이고,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며, 목표를 뛰어넘는 기부문화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모금하고,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빙튜즈데이 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 방법을 배포하고 적극적인 온라인 모금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 재단, 학교, 아동청소년 등 제한 없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한 참여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확산’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방송 진행자 엘런 디제러너스 등 국제적 유명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givingtuesday를 사용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나눔의 계절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부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경제적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발생한 전쟁과 태풍, 지진 등 예상치 못한 재난들로 전 국민이 이재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큰 금액이 이른 시간 내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이의 마음에 ‘선의’가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시민사회 활성화 계획을 통해 기빙튜즈데이와 유사한 ‘기부주간’을 지정하여 나눔 물결을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도, 장관도, 어느 국회의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역 커뮤니티와 밀접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일상적으로, 자발적으로 기부 활동을 진행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긴급한 재난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선의를 한데 모을 수 있는 분위기를 활성화시켜 대한민국의 기부 온도를 따뜻하게 높여주길 기대한다. 나를 위해 소비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도입됐는데 남을 위해 소비하는 ‘기빙튜즈데이’도 이참에 같이 도입하면 어떨까. 전 세계 85개국이 펼치는 이 캠페인에 한국이 빠져 있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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