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 산업협력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발전했다. 1960년대 시작된 경제발전은 올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목전에 도달했고, 1987년 민주화로 지금은 대의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발전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신생 독립국 중 처음으로 원조를 받던 국가가 주는 국가가 되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도 오늘날 우리는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나라가 과거에 비하면 지금 잘 살고, 능력 있고 지적·기술적 역량이 높은 시민들로 구성된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외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도전은 많은 국민의 전체주의적 인식과 행동이다.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험에 더해서 북한 주사파 왕정이 핵무기를 개발해 호전적 대결을 서슴지 않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이 나라에 시대착오적 김씨 왕조 옹호 사설(邪說)에 불과한 소위 ‘주체사상’을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옹호하는 세력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많은 영역에서 똬리를 틀고, 전체주의적 사고와 행동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체제 전복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때로는 약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모인 사업자 단체를 노조에 편입하고, 이익단체의 불법행위를 두둔하여 제 편을 만든다. 때로는 희생자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책임질 일을 사회나 정부 잘못이라고 선동하여 공공의 이익을 서슴지 않고 희생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주사파 논리에 입각한 역사와 논리를 가르쳐 장차 전체주의 옹호 세력을 강화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들의 상층부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정치세력화하여 정당에 똬리를 튼 자들이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손상할 정책과 주장들로 중앙과 지방정치에서 나라의 미래를 좀먹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민주화와 외환위기로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던 담합구조가 시장경쟁으로 대체되기보다 새로운 양상으로 전환되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래 담합구조는 민주화와 외환위기 이전 군사독재 권력과 재벌을 위시한 경제권 장악자들의 야합으로 특징지어졌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이를 정경유착이라고 불렀다. 이런 구조는 민주화로 인한 독재권력의 붕괴로 정부의 재벌에 대한 특혜 부여가 제한되고, 재벌들이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 지대 제공이 어려워지자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 구조는 민주화 이후 노조와 시민사회에 부여된 보다 큰 자유와 권리에 의해서 견제되었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 따른 획기적 대외개방·규제개혁·민영화를 근간으로 한 경제구조 개혁으로 더욱 약화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후 들어선 소위 진보 표방 좌파 정권들은 시장경쟁 촉진 방향이 아니라, 과거 정경유착 반대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 중 일부인 ‘좌파 민주화운동 세력’의 정치적 지대 확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라의 근간을 뒤집으려 해왔다. 결국, 이들의 노력은 좌파 정권과 노조, 좌파 시민단체, 복지·비영리기관들의 전체주의적 경향을 가진 ‘좌파연합 담합구조’ 형성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시장을 불평등 조장 도구라고 낙인찍고, 시장에서 경쟁력과 우월성을 입증한 성공적 기업들을 불공정한 이익을 추구했다고 매도했다. 이를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에 시장거래를 무시한 고강도 규제와 높은 세금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의 준조세 부과를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납세자들이 낸 세금을 대중영합적 방식으로 살포하고, 교묘하게 규제권을 팔아 이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새 담합구조를 항구적으로 고착시키려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번영의 요체인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려면 이 새로 등장한 담합구조를 혁파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새 담합구조의 핵심인 노동시장의 사실상 독점자인 민주노총 등 노조가 진정한 노동자 권익 보호에 우선해서, 주사파적 논리를 동원한 소위 ‘평화·통일운동’이나 정치적 이슈에 개입하는 파업 등으로 공익을 볼모 잡는 행위들을 척결해야 한다. 군사독재정권과 재벌에 의한 담합구조의 와해가 열린 사회를 위해 중요했던 것처럼, 민주노총·전교조 등 노조의 과도한 권력 제약을 비롯한 좌파연합 담합구조 타파도 시장경쟁 촉진과 자유민주주의적 질서 공고화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정부가 시장 실패보다 결과가 확실히 좋을 경우만 개입하는 것이다. 부패, 특혜, 이중 대리인(double agency) 문제, 형평성 문제 등 ‘정부 실패’로 인해서 정부 개입이 시장 실패보다 오히려 폐해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개입은 전체주의적 성향이 있어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그러므로 정부가 물가 안정, 약자 보호 등 그럴듯한 명분으로 행하는 진입·가격·물량·품질 등 시장에 간섭하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또 경쟁에서 성공한 기업의 법인세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그 활동 규제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복지·의료·문화·예술 관련 정부 개입을 비용효율성과 지속가능성 기준으로 개혁해서, 역량 있는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경쟁하여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야만 한다.

번영과 평화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이렇게 개인의 정치적·경제적 자유 신장을 위해서 담합구조 와해와 시장경쟁 강화에 총력 매진해야 하고, 이를 자각·지지하는 국민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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