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숙 논설위원, 동의대 융합부품소재 연구센터 부소장

원미숙 논설위원
원미숙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까지 중앙집중적인 수도권 중심의 행정체제를 구축하고 과학기술행정도 중앙정부 위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1994년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향후 전개될 지방화시대에 대비하여 1999년에는 제1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2000~2004)이 마련되었다. 지역의 과학기술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고자 한 것이다. 지역의 전략·특화기술 개발, 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확대 및 행정조직 강화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 등을 포함하는 최초의 지방과학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이며, 지방의 과학기술이 눈에 띄게 활성화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제2차 계획(2005~2007)은 지방자치단체의 주도적 참여 아래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수립된 상향식 계획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후 5년 단위로 새로운 계획을 수립․시행해 왔으며, 지역의 과학기술 기획․평가 역량 부족을 이유로 미루어져 왔던 지역주도 혁신성장이 제5차 계획(2018~2022)에 포함되었다. 지역의 지속적인 요구와 기획․평가 전문기관 설립 등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다.

최근 정부는 향후 5년 동안의 지방과학기술혁신을 이끌어 갈 제6차 계획(안)(2023~2027)을 수립하고 지역 산학연과 지자체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지역별 공청회를 진행되고 있다. 제6차 계획은 요즈음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지역의 자생력을 회복하는 대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앙 주도로 수립되어왔던 지역의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을 지역 주도로 전환하고, 중앙정부는 제도적, 재정적인 지원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예전과 차별화된 점이다. 또한 지속적, 안정적 지원을 위하여‘지역과학기술혁신법’제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의 정책 추진과정이 기대된다.

본고에서는 오랜 기간 지역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이 수립·추진되어 오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거나 지켜 보아온 지방에 사는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방과학기술정책 수립에 있어 몇 가지 아쉬운 점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선, 지방의 과학기술정책 수립에는 반드시 지역의 목소리가 담아져야 한다. 의사결정권이 있는 주요 위원회에 지역의 과학기술인이 참여하여야 한다. 중앙 주도의 정책 수립은 지역의 특징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 지역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며 지역은 적극적으로 정책 수립과 의사결정과정에 동참하여야 한다. 코로나 사태 후 형성된 온라인 소통과, 중앙과 과학기술 발전에 의한 이동수단의 발달은 중앙과 지역의 전문가 간 거리를 한결 좁혀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에서 지역 주도의 과학기술정책 수립은 큰 의미를 가진다.

다음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귀를 열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여야 한다. 2022년 11월 초, ‘과학기술인 국회 방문의 날’에 참석했었다.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정책 연구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다. 새벽부터 버스와 열차, 비행기를 이용하여 국회로 올라온 지방의 과학기술인들이 자리했고 지역 소멸의 위기 해법은 과학기술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함께하여야 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여야 하는 분들은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 열린 귀를 가진 국민의 대표가 필요하다.

세 번째,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로 지역의 특화․주력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지역 주도의 과학기술정책에는 산업구조 변화의 인지와 지역의 주력산업에 대한 재정립이 포함되어야 한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을 효율적으로 살릴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산업 육성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담아야 한다.

지역의 청년들이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서 수도권으로 떠난다. 이로 인한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의 위기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2022년 3월 소멸위험 시군구의 수 113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우수 과학기술인력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연구소 설립과 우수기업 유치는 청년이 지역에 남을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청년이 지역에 남게 될 것이고 결혼도, 출산도 가능해진다. 인구 감소에 의한 지역 소멸의 위기 극복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절대적이다. 정부는 당초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였으나‘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관련 과제를 포함한 120개 과제를 7월 27일에야 최종 확정, 발표하였다. 늦게나마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활성화에 대한 약속을 보인 것에 의미를 두며 지역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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