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논설위원,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원 산업협력교수

이주선 논설위원
이주선 논설위원

유발 노아 하라리(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우주 탄생부터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인류가 과학기술을 진보시켜 스스로 멸종하는 시대에 이르기까지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이 어떻게 신(Deus)적 존재로 전환될지 과학기술의 진보와 연계하여 설명했다. 사피엔스의 데우스 전환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 공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생명공학은 수십 년 안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만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켜 전혀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새 인간은 불치병을 모두 극복하고, 생명을 연장하여 데우스적 속성을 가질 것이다. 이미 오래전 생명공학은 벌레 수명을 여섯 배 늘렸고 기억과 학습능력이 크게 개선된 천재 생쥐를 만들어 그 여정을 시작했다. 지금은 이를 넘어 매머드 복제와 멸종 네안데르탈인 복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보그 공학은 생물과 무생물을 합친 사이보그를 만드는 공학으로, 생명의 법칙을 지적 설계로 바꾸고 있다. 사실 인간은 이미 진정한 사이보그의 경계선 언저리에 있다. 타고난 감각과 기능을 안경, 심장박동기, 임플란트 치아, 의료보조기, PC, 휴대전화 등으로 보완해서 더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이 경계선을 넘어서면 인간은 신체에서 분리 불가능하고, 인간의 능력, 욕구, 정체성이 달라지는 무기물적 속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바이오닉 귀, 망막 임플란트, 바이오닉 팔 등 다양한 기술의 진전이 괄목할 만하다. 이런 인체 각 부분에 대한 공학 장치들은 언제든지 착탈 가능하고 원격조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상 인지능력을 가진 식물인간인 감금증후군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뇌 정보를 수집, 이 신호를 단순한 동작과 연계하고 단어로 해석하는 것도 시도되고 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뇌와 컴퓨터의 직접 연결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가 뇌의 신호를 읽는 동시에 뇌가 읽을 수 있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목표한다. 이게 가능하면 여러 개 뇌를 직접 컴퓨터로 연결해서 뇌 인터넷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인간 각각의 자아나 성 정체성 같은 개념들은 오늘날과 상당히 다른 것이 될 수 있다.

비유기물 공학은 완전히 무생물적인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알고리즘의 대표적 원형은 컴퓨터 바이러스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포식자인 백신 프로그램에 쫓기면서, 사이버 공간을 놓고 다른 바이러스들과 경쟁하면서 스스로 수없이 복제해서 인터넷을 타고 퍼진다. 그 복제과정에서 갑자기 실수하면 돌연변이가 생긴다. 이 변종 바이러스는 다른 컴퓨터 침투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백신 회피능력이 더 우수해서 더 잘 살아남고 더 잘 번식한다.

나아가 인간의 뇌를 하드 드라이브에 백업해 컴퓨터에서 실행하려는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가 진행 중이다. 이게 가능해지면 컴퓨터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그 생각하고 느끼는 컴퓨터는 사람인가? 프로그래머가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마인드를 창조하면 그것은 사람인가? 이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마인드가 자아의식, 의식, 기억을 다 갖추고 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면 이는 인격체인가? 만일 인격체로 본다면 이를 컴퓨터에서 삭제하면 살인 범죄인가?

다른 대표적 사례는 인공지능이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제 바둑, 장기, 체스 등 2인 게임을 대부분 할 수 있는 알파-제로(Alpha-Zero)로 발전했고, 부분적이지만 사람처럼 여러 일을 혼자 할 수 있다. 심지어 딥마인드는 불완전 정보 다자 게임에서도 인간을 능가하는 알파-스타(Alpha-Star)를 개발했다. 게다가 2021년에는 GPT-3라는 인간의 언어로 시·소설·기사 작성과 농담도 자유자재로 하는 인간 두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뉴런을 장착한 인공지능이 등장하였고, 금년에는 인간과 동일하거나 더 많은 뉴런을 가진 거대인공지능(Super AI)이 여럿 만들어졌다. 결국 이는 사람이 창조한 알고리즘이 그 분야 최고 수준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니고, 미래 어느 시점에 그 감정과 인격조차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한다.

이 경로들 가운데 어디서 데우스가 탄생하든, 이는 지금까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이 전혀 다른 양상이 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한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대개 이런 시점이 늦어도 2060년대에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부터 불과 40여 년 후의 일이다. 이런 급격한 인류의 존재 자체를 둘러싼 초격변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그런데 이런 시대에 국내에서는 이태원 참사 책임과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술자리, 대통령 부인의 순방 시 활동 관련 가십이 정치권과 언론을 뒤덮어 난장판이고,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평지풍파 같은 전쟁이 수십만 인명을 앗아가고, 미중 대결은 인류에 원심분리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대홍수로 인류가 절멸했던 성경의 ‘노아(Noah)시대’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성경은 “노아가 방주로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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