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낙 논설위원, 가천대 명예총장

이성낙 논설위원
이성낙 논설위원

근래 시니어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것에 대화의 초점이 맞추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소변을 봐야겠다는 생리현상을 감지하면, 미루지 말고 즉시 화장실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필자의 말에 동감하며 자신이 실수할 뻔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털어놓는 시니어들이 제법 있습니다. 또는 방귀가 나오면서 대변이 ‘살짝’ 나와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당혹스럽겠습니까?(여기서 ‘시니어’는 70세 이상 연령층을 말함).

필자가 60대에 한 80대 어른이 이런 하소연을 했습니다. “60대 때의 신체와 70대 때의 신체가 너무도 달라. 그리고 80대가 되면 그 변화의 폭과 속도를 하루하루 실감하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필자는 근래 그 어른의 말씀을 몸소 경험하는 중입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공적인 일을 먼저 처리하고 사사로운 일을 보라”는 뜻입니다. 필자는 이 사자성어를 원용해 선변후사(先便大小後事)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대소변의 필요성이 감지되면,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곧바로 화장실에 가라”는 의미입니다. 대소변은 시니어에게 크게 절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항문에는 체외로 배출되는 변(물질)을 물리적으로 감지하며 억제하는 근육인 ‘항문 조임근(Sphincter)’이 있습니다. 항문관 주위의 이 조임근이 이완하면서 대변을 배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항관(肛管)의 컴퓨터 칩(Chip)이 이상이 생기면, 방귀(Gas)와 변(Mass)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혹스러운 상항입니다. 또한 항관 ‘조임근’에는 조절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이는 힘’이 나이가 듦에 따라 약해지면, 배변 억제 기능 역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즉, 개인별 차이가 있지만, 체외로 나오려는 대소변을 물리적으로 ‘묶어두는’ 역할을 하는 조임근의 약화는 시니어에게 큰 현실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칫 큰 실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아직 특효약이 없고, 물리적 ‘근육 기르기’ 운동의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대소변의 신호가 오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우선 화장실을 찾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필자의 이런 얘기에 공감하는 연령층은 60대보다는 70대, 70대보다는 80대에서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네 신체의 변화는 예외 없이 나이와 병행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기 언급한 배변 문제에 대책 방안은 없을까 생각하여봅니다. 생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대변의 ‘형태와 양’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액(液)성이 풍부한 음식 중의 하나인 국수나 냉면류보다는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를 섬유질(채소)과 함께 섭취하면 ‘고체성 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크게 참고할 사항입니다.

필자가 정년퇴직할 무렵, 한 선배 동료에게서 들은 얘기가 생각납니다. “길을 가다가 화장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게.” 그 선배의 당부가 이젠 고전(古典) 중의 고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끝으로 시니어의 신체 변화와 그에 따른 대소변 양상의 변화는 예기치 못한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모든 시니어는 ‘대소변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선변후사(先便後事)’의 의미에 밑줄을 긋고자 합니다.

참고로 시니어의 생리현상과 관련해 몇 가지 단상이 떠오릅니다.

# 1. 얼마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누리는 심포니가 서울에 왔습니다. COVID-19 수난을 겪은 이후라 더욱 들뜬 마음으로 음악당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연주회 전후에 로비에서 만나 서로 안부를 나누던 필자 또래의 지인들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연주회가 시작되면 다음 휴식 시간까지 제한된 공간에서 생리현상을 고통스럽게 참아야 하는 경우와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습니다.

# 2.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공중화장실 천국’입니다. 집을 나설 때 어느 길목 어디쯤에 공중화장실이 있는지 머리로 그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걸음을 걷다 보면, 집에서는 없던 배변 신호가 생기곤 합니다. 이는 보행으로 인해 복부 내장이 활성화하기 때문입니다.

# 3. 필자는 신년에 유럽 여행을 마음에 두고 있는데, 벌써 방문지의 부실한 공중화장실 관련 인프라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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