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로 비영업자산 효율화 등 압박
감사선임이어 홍회장 상대 손배소
"길어지는 한앤코 법정싸움이 관건"
차파트너스 "판결리스크 최대 고민"

[편집자주]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동향을 추적 보도하고 있는 데일리임팩트는 11월 '행동주의와 그 적들'이란 주제로 전문가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학계 전문가와 행동주의펀드 임원을 모시고 진행한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타깃이 된 기업들의 특징 △행동주의펀드의 향후 주주활동 계획 등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게재합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난감한 상대를 고른 게 아닐까?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남양유업 대응이 힘겨워 보이는 형국이다. 주식 공개매수와 비영업자산 효율화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남양유업 이사회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이 3년째 경영권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차파트너스가 타깃 선정에 실패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차파트너스는 소송이 마무리되면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남양유업, '갑질·비효율적 자산배치' 등으로 저평가

1964년 설립된 남양유업은 영유아용 조제분유 등 유제품과 식음료를 판매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시가총액 3290억, 연매출 9600억원 등 국내 유제품 전문기업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다. 

하지만 최근 약 10년간 경영진의 갑질 논란과 이에 따른 불매운동 등으로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주당 100만원을 웃돌며 '황제주'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나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작으로 경쟁사 비방, 허위광고 등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주가가 25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해 4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도 벌이고 있다. 지난 2021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 회사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으나, 같은해 9월 남양유업이 돌연 한앤코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을 상대로 주식양도소송을 제기했고 현재까지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지분은 홍회장 51.68%, 이운경(홍회장 부인) 0.89%, 홍명식(홍회장 아들) 0.45% 등으로 오너가족이 53.08%를 들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이같이 여러 악재가 겹친 남양유업의 지분 3%를 확보한 뒤 지난해부터 주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얽히고 섥힌 남양유업을 행동주의 타깃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차파트너스의 답은 간단하다. 기업 본질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갑질논란과 지배구조 이슈, 자산의 비효율적 운영 등 비정상적 이벤트가 사라지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600억원 수준이고 강남에 있는 본사 사옥 가치는 2500억원에 달한다. 차파트너스는 사업 성격으로 볼때 사옥이 강남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매각 또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여 현금을 마련한 뒤 현재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과 함께 주주환원에 사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이미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82만원 지분공개매수 △감사 선임 △5대1 액면분할 △현금배당 등 4가지 주주 제안을 했다. 특히 3%룰을 통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를 상근감사에 선임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3%룰이란 이사회를 감독하는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주주마다 각 3%로 제한하는 제도다.

"홍 회장 퇴직금 165억원은 커녕 0원 될 수도"  

차파트너스의 추천으로 선임된 감사는 홍 회장과 사측을 상대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심혜섭 감사는 지난 6월 "올 3월 정기주총에서 결의된 50억원의 이사 보수한도는 위법"이라며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했다. 특히 홍 회장이 본인 임금과 관련된 보수한도를 정하는데 상법상 의결권 사용이 금지된 특별이해관계인 보유 의결권을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한앤코와 경영권 분쟁 소송 중인 홍 회장은 패소할 경우, 한앤코에 주식을 모두 양도하고 퇴직해야 한다. 만약 이 청구소송이 인용되면 홍 회장 퇴직금이 0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차파트너스에 따르면 주총에서 결정된 이사보수한도가 취소되면 이를 근거로 이사회에서 산정된 이사보수액이 무효가 되고, 결국 차기 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를 다시 정하기 전까지는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임원 퇴직금은 '퇴직 직전월 임금x근속연수x배수'로 산출되는데 홍 회장은 '7배수'를 적용하기에 퇴직금이 최대 16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7배수가 적용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사례다. 

차파트너스에 따르면 이 퇴직금 산식은 곱하기로 돼 있어 임금, 근속연수, 배수 등 3개의 변수 가운데 하나라도 0이 되면 전체 값이 0이 되고, 따라서 해당 소송이 인용되면 홍 회장 퇴직금은 0원이라는 설명이다.

홍 회장에 갑질 책임 등 물어 52억 손배소도 제기

홍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심 감사는 홍 회장이 과거 사내이사·회장 재임 중 남양유업에서 대리점 갑질·허위광고 등으로 부담한 과징금 및 벌금에 대해 직접 책임을 져야한다며 약 5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데일리임팩트 주최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두 건의 소송은 행동주의펀드가 선임한 감사가 경영진과 회사를 상대로 실질적인 견제와 감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길어지는 경영권 분쟁..주주활동 최대 리스크  

가장 큰 걸림돌은 남양유업이 한앤코와 벌이고 있는 법정싸움이 기약도 없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결과 못지않게 시간이 중요하다. 불확정성과 시간 모두 투자자에겐 통제의 영역 밖에 있는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감사의 '워치독(watchdog)' 역할도 중요하지만 차파트너스가 주장하는 저평가 해소나 주주제안을 남양유업이 받아들이려면 우선 경영권 분쟁 소송이 끝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홍 회장과 남양유업 이사회가 대화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게 차파트너스의 불만이다. 주주제안 과정에 비공개 소통이 꼭 필요한데 남양유업이 비협조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장기화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 소송이 홍 회장과 이사회의 발목을 잡고있는 측면이 크다.  

지난 2021년 이후 법원이 경영권 분쟁 관련 1·2심 판결에서 모두 한앤코 손을 들어 줬으나 지난 3월 홍 회장이 또 다시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과 남양유업은 상고 후 여러 차례 상고이유 보충서와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예측하기 힘든 대법원 일정을 주주활동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남양유업이 행동주의 투자 대상으로 좋았던 건 기업가치 제고를 신경쓰는 사모펀드(한앤코)로 경영권 이전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소송이 길어지면서 기존 주주제안에 대해 남양유업과 대화할 기회 조차 잡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 "82만원 공개매수가 최우선"

차파트너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앤코로 경영권이 넘어간다면 우선적으로 주당 82만원 공개매수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앤코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특성상 전문경영인 체제 중심의 이사회 구성, 경영 효율화 등이 이뤄진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사측에  주당 82만원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보통주 15만387주(1233억원)와 우선주 8만3331주(683억원)등 1900억원대 자기주식 매입을 요구했다.

이같은 제안은 지난 2021년 한앤코와 남양유업 사이 주당 82만원 주식양수도 과정에서 소외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공개매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차파트너스가 이 제안을 처음 했을 당시 남양유업의 주가는 40만원선이었는데  당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경영 프리미엄이나 투자회수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한앤코가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서초구 본사 사옥 등 비영업자산 효율화와 함께 보유현금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공개매수 제안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의 도입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해외에서는 M&A(인수합병) 발표가 나면 피인수 기업의 주가가 20~30% 상승하는데 이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 공평한 참여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며 "국내에는 지분 50%만 확보하면 M&A는 끝이라는 관행이 강한 만큼 의무공개매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M&A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한편 데일리임팩트는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행동주의펀드의 전략과 성공·실패담을 가감없이 살펴보는 '행동주의와 그 적들'이란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남양유업에 열띤 토론이 진행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우진 서울대 교수와 이창민 한양대 교수,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부문 대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등이 토론을 벌였고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이 ‘일본의 행동주의 특징과 시사점’이란 발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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