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코드 도입 후 '저평가' 개선
PBR 1 이하 상장사에 개선·목표 요구
PBR·ROE 반영한 지수 출시
행동주의 캠페인 영향도 한몫
"저평가 기업 많은 한국 벤치마킹 해야"

최근 일본의 증시 활성화 이면에 행동주의 펀드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행동주의 펀드와 그 타깃 기업 수가 늘고 있고, 요구 사항도 주주 환원부터 기후변화까지 다양합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공적연금(GPIF), 증권거래소 등과 함께 꾸준히 추진해온 거버넌스 개혁의 성과라는 분석입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일본 행동주의 확산을 이끈 배경과 한국증시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는 3편의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디자인 = 김민영 팀장
디자인 = 김민영 팀장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올해 일본 증시가 33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가운데 그원동력 중 하나로 도쿄증권거래소(이하 도쿄거래소)의 제도 개선 노력이 꼽힌다.

도쿄거래소는 증시 개편과 함께 저평가된 상장사를 리스트업해서 PBR(주가순이익률) 개선을 요구했고 이는 주가개선 기대감으로 작용하면서 일본 행동주의를 활성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요약하면 거래소가 앞장서고 행동주의펀드가 뒤따르면서 박스권에 갇혀있던 일본 증시가 날아올랐다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500개 주요 상장사 기준으로 PBR 1배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43%에 달할 정도로 저평가가 심각했다. 일본, 미국, 유럽 중에서도 단순 평균 PBR을 기준으로 PBR1 이하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PB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개념으로 PBR 1이하인 기업은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거버넌스코드, 기업 중장기 성장 위한 발판

일본 증시에 저평가 기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도쿄거래소는 아베 정부가 내놓은 3가지 전략 중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담은 '성장전략'에 따라, 2015년 기업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해 저평가된 상장사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기업 거버넌스 코드란 기업 이사회의 및 감사회의 역할, 기업과 주주의 권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정보개시 및 투명성 등을 5가지 기본 원칙을 설명한 자율규범이다.

거버넌스 코드를 준수하지 못한 기업은 준수 또는 설명 원칙(comply or explain)을 적용해 투자자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상장기업에 법적 구속력과 유사한 수준의 거버넌스 개선 의무를 부여한 셈이다.

이 같은 기업 거버넌스 코드는 앞서 2014년 도입된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 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와 함께 일본 증시 저평가 개선을 위한 두 가지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거래소, 저평가 상장 기업에 "PBR 개선 방안 제출하라" 압박

도쿄거래소는 또 지난 2022년 4월 일본의 기존 도쿄증권 1,2부와 자스닥(JASDAQ), 마더스(Mothers) 4개의 상장시장을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대기업 중심), 스탠다드(중견기업 중심)그리고 그로스(신흥기업 자금 조달 목적) 시장으로 재편했다.

지난 14일 기준 도쿄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총 3831개로 프라임은 1661개, 스탠다드 1616개, 그로스 554개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자스닥에 편입된 기업들이 스탠다드 시장에 편입되면서, 영문공시와 더 높은 사외이사 비율 등을 요구 받아 해당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진 시키는 계기가 됐다.  

증시개편에 이어 거래소는 지난 3월 프라임과 스탠다드 시장 상장사 중 PBR이 1배 이하인 기업 3300곳에 이에 대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목표를 요구했다. 낮은 자본 효율성과 낮은 수익성 그리고 낮은 주가라는 일본기업의 오랜 과제에 거래소가 직접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거래소가 상장기업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거래소의 요구에 따라 기업들이 움직이자 성과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일본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3조2600억엔(약 30조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PBR이 1배 이하인 기업에 개선방안을 요구한 것은 결국 기업이라도 투자자의 시각에서 경영할 수 있는 ‘금융 문해력’을 갖추도록 요청한 것"이라며 "상장사라면 매출·이익뿐 아니라 주가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PBR·ROE 반영한 프라임지수 등장...'시총 1위' 도요타는 제외

도쿄거래소는 PBR과 ROE 수준이 높은 기업들만 모아둔 'JPX 프라임 150 지수'도 선보였다. 이 지수의 특징은 기존 시가총액 이외에도 PBR과 ROE와 같은 투자자 관점에 기업가치를 반영해 150개 기업을 선정한다는 점이다.

구성종목은 시가총액 1조엔 이상(한화 약 9조1000억원), 일정 수준 이상의 PBR(주가순자산비율), ROE (자기자본이익률) 및 EPS (주당순이익)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으로 구성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시가총액 1위(약 41조원)였던 도요타의 경우 올해 초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해 JPX 프라임 150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이 같은 거래소의 상장사 저평가 개선 노력으로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3만3853포인트를 달성하며 1990년 이후 33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도쿄거래소의 이같은 노력은 행동주의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들이 배당 및 자사주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행동주의펀드들도 동참해 주주제안이나 요구사항을 적극 표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행동주의 캠페인수는 2014년 11건에서 2020년 64건, 2021년 87건,, 2022년 82건 등으로 대폭 늘었다.

"증시개편·기업가치 반영한 인덱스..우리도 벤치마킹 해야"

행동주의펀드에서는 일본과 같이 저평가 기업이 많은 국내에도  도쿄거래소와 같이 한국거래소가 적극적인 저평가 기업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지난달 데일리임팩트가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국내에선 JPX 프라임 150 지수와 같이 ROE나 PBR과 같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만든 지수는 없는데, 국내에서도 이 같은 기업가치를 반영한 지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트러트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거래소가 PBR 1배 미만 상장사에 개선방안을 요구한 것은 큰 변화"라며 "국내엔 여전히 평균 PBR 0.1배 미만 기업도 많은 상황이라, 해당 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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