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선임, 집행임원 제도...한앤코 가처분 신청 완료
차파트너스 10대1 액면분할 주주제안, 공개매수 요청도 지속
한앤코 향후 행보 분기점...“사모펀드여도 주가 하락 가능성 있어”

도산공원 사거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사옥.
도산공원 사거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사옥.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남양유업이 최대주주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의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며 몇 년간 이어온 양측 갈등도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이 소액주주와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일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나온 액면분할안 통과 여부에 따라 한앤코의 행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앤코와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기존 경영진의 갈등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한앤코가 제안한 안건을 남양유업 이사회가 주주총회에 올린 것.

지난 6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이동춘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과 집행임원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건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홍 회장 측은 법정 공방을 거치며 이미 한앤코에 지분을 넘겼다. 다만 이사회는 아직까지 홍 회장 측 인사로 구성돼 있고, 의결권도 이번 주총까지는 홍 회장이 갖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존 이사회가 한앤코의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준 것이기 때문에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이 지난 2021년처럼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나설 때를 대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마친 상황이다. 홍 회장 측이 이번 주총에서 한앤코의 제안을 다시 무시하면 500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정기 주총에서 경영권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임시 주총에서라도 받아낼 계획이라 경영권 양도는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이 된 한앤코가 소액주주에 귀를 기울일지도 주목된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10대1 액면분할을 제안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운용 본부장은 데일리임팩트에 “남양유업은 금융 부채가 거의 없고 재무구조도 우량함에도 실제 자산가치 대비 많이 저평가된 기업”이라며 “유동 주식 수를 늘려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의 통과 여부에 따라 한앤코의 행보도 유추할 수 있다. 의결권은 아직 홍 회장 측에 있지만 경영권 교체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이번 주총에서의 주주제안 통과 여부에 한앤코의 의사가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액면분할을 하려면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남양유업은 대주주 지분이 50%를 넘는다.

다만 한앤코의 가처분 내용에 액면분할 등 주주제안이 담겨 있지 않아 주총 통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 선임 건의 경우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배상하라며 열을 올리던 것에 비해 주주제안은 단순 안건으로만 올라와 영 시큰둥한 반응이라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F가 기업 가치를 올려 매각에 나서야 하는 만큼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일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한샘, 에이블씨앤씨 등의 사례처럼 PEF 인수 이후 주가가 더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과 별개로 기존에 홍 회장 측에 요구한 82만원 공개매수를 한앤코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52.62%)를 주당 82만원에 매수했다. 전일 종가인 58만원 대비 24만원(41%) 높은 금액이다.

차파너스는 지난 1월 입장문을 통해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 매도 권리를 부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앤코는 공개매수에 대해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