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IF,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계기
"주주관여 성과에 가점 주고 추가수수료까지""
일본 기관투자자, 5년간 기업과 대화 2배 늘어
"국내 연기금도 운용사 주주관여 검증해야"

최근 일본의 증시 활성화 이면에 행동주의 펀드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행동주의 펀드와 그 타깃 기업 수가 늘고 있고, 요구 사항도 주주 환원부터 기후변화까지 다양합니다. 일본 정부가 일본공적연금(GPIF), 증권거래소 등과 함께 꾸준히 추진해온 거버넌스 개혁의 성과라는 분석입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일본 행동주의 확산을 이끈 배경과 한국증시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는 3편의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디자인 = 김민영 팀장
디자인 = 김민영 팀장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 확산에는 일본 공적연금(GPIF)의 힘이 컸다.

굴리는 돈 규모가 2000조원에 육박하는 GPIF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주주 관여 활동 성과를 반영했는데 그 결과 일본 기관 투자자들의 기업 대화와 의결권 사용이 활발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이다. 수탁자인 운용사가 투자 기업의 중장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공개 대화, 주주 제안 등 주주활동을 추진하기 위한 원칙이다. 

GPIF는 운용자산 규모로 세계 최대 연기금이다. 국내로 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동일하지만, 일부 기금을 직접 운용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GPIF는 모든 운용자산을 외부운용사에 위탁하고 있으며 의결권 역시 이들에게 위임한다.

GPIF는 지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이는 아베 정부가 내세운 경제부흥책 '세 개의 화살'(재정정책, 금융정책, 성장전략) 가운데 성장전략인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발맞춘 것으로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실효성을 위해 ‘투자운용 원칙’도 정립했다.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공적자금인 GPIF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목표로 하고, 모든 기관투자자에 기금을 위탁해 운용한다. 이에 GPIF는 위탁운용사에 스튜어드십코드를 확산시키기 위해 적극 나섰다.    

GPIF, 운용사 선정시 스튜어드십 도입·성과 반영...ESG 점수 따라 혜택도

GPIF는 지난 2015년부터 위탁운용기관 선정 과정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와 활동 성과를 반영하고, 이에 따른 혜택도 제공했다.   

우선 내부에 'ESG&스튜어드십' 부를 신설했다. ESG&스튜어드십 부에서는 벤치마크로 활용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수 선정과 장기 ESG 테마 관리, 외부 자산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평가를 맡게 했다.

이후 GPIF는 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촉진을 위해 기금 운용사 선정 과정에 관련 항목의 평가 비중을 크게 늘렸다. GPIF는 운용사의 중요 ESG 이슈 파악 여부, 관여 활동, 성과, 향후 계획 평가 등에 따라 1~5점의 가점을 부여했다. 정성적 평가 항목 내 수탁자 책임 활동 비중을 10%에서 30%까지 늘리기도 했다. 

또한 운용사들의 ESG 점수를 평가해 추가 운용수수료 혜택도 제공했다. GPIF에 따르면, 추가 수수료는 점수에 따라 최대 0.1%에서 -0.1%까지 조정하고 있다.

이후에도 GPIF는 잇따른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으로 위탁운용사들의 주주 활동을 장려했다. 2017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원칙과 의결권 행사 원칙을 제정해 주식위탁운용기관에만 해당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청했다. 이어 2020년 2월에는 모든 자산운용기관으로 확대하고, 2020년 6월 2차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통해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 ESG 요소를 반영한다’는 것을 운용 원칙에 명기했다.

특히 2017년 6월 개정된 스튜어드십 코드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했고, 그 행사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ESG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행동주의자들이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편, 배당 증액 등 주주 제안은 대체로 저평가 기업을 대상으로 하거나 대중의 인식과 부합한다"며 "의결권 행사 이유를 공개한다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해당 주주 제안에 대한 반대 근거를 찾아내기가 오히려 어렵기에 행동주의들의 주주 제안에 찬성 표도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日 기관투자자, 주주 관여 활동 늘어

200조엔을 운용하는 GPIF가 운용사 선정 과정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성과에 가점을 부여하자, 실제 투자 기업 대상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서는 기관투자자들도 늘었다.

GPIF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리포트에 따르면, GPIF의 위탁운용사에서 기업과 대화에 나선 건수는 2018년 2900여 건에서 2022년에는 6400여 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기업의 임원진과 사외이사들이 위탁운용사와 대화에 참여하는 빈도도 늘어나 GPIF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관여 활동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데일리임팩트가 주최한 토론회 발제에서 "GPIF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관여 활동을 활성화하고, 이는 결국 기관투자자들이 행동주의 투자자 의견을 수용하게 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 "위탁운용사 스튜어드십 코드 작동 여부  확인해야" 

행동주의펀드에서는 GPIF와 같이 국내 연기금도 위탁운용사들이 실질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용하고 있는지 성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에 따라 가점을 주고 있으나 GPIF와 달리 운용사들의 실질적인 주주 관여 활동 성과의 사후검증은 하지 않고 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데일리임팩트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데일리임팩트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국내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여부에만 가산점을 주고 있어, 도입만 하고 실제 주주 관여 활동까지는 나서지 않는 운용사들이  많다"며 "위탁운용사들의 관여 활동까지 검증해 성과에 따라 수수료 혜택까지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