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 사외이사 선임 성공
학계 "이사회 감시·견제 큰 성과"
계열사 동원, 지분늘린 사조오양
차파트너스 "제안보단 법적대응" 

[편집자주]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동향을 추적 보도하고 있는 데일리임팩트는 11월 '행동주의와 그 적들'이란 주제로 전문가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학계 전문가와 행동주의펀드 임원을 모시고 진행한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타깃이 된 기업들의 특징 △행동주의펀드의 향후 주주활동 계획 등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게재합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사조오양을 상대로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22년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감사위원이 경영진을 적극 견제·감시하고 있다. 

다만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위원 선임 이후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사조오양과 사조대림 등 상장사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어 경영권 방어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조오양은 맛살, 참치 등 어·연육 가공품을 주력으로 생산·판매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시가총액은 819억원, 연간 매출은 3600억원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인 사조산업, 사조대림 등과의 제품 유통과 판매 등 계열사간 내부거래도 활발하다. 특히 지난 2022년 사조오양 매출 3691억원 가운데 사조대림과의 거래(어육가공품 등 제품판매)를 통한 매출이 1277억원으로 30%에 달했다.

차파트너스 지난해 2월 1.7% 지분으로 주주활동 시작

차파트너스는 지난해 2월 사조오양에 주주서한을 보내 지분 1.7%를 보유한 사실을 통보한 뒤 본격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서한을 통해 사조오양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이 아닌 특정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분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사회 운영을 편향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조오양 지분의 절반 이상을 사조대림, 사조산업 등 사조그룹 계열사가  갖고 있는 것이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회사의 빈약한 주주환원 마인드, 비영업 부동산 등 비효율적 자산 배치, 모자회사 동시 상장 등이 대표적으로 이사회가 지배주주 이익을 고려해 편향적으로 의사결정한 사례로 지적된다. 

실제 사조오양의 PBR(주당순자산비율)은 0.39배로 필수소비재 업계 평균(0.96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배당성향도 13.26%로 지난 2022년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 35.07%을 크게 밑돌았다.

이에 차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조오양측에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집중투표제 등 정관일부 변경 △자발적 상장폐지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유일하게 3%룰과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관철된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3%룰이란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로 상장사의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있는 지분의 최대 3%까지만 행사하도록 한 규정이다. 

'나홀로' 고군분투하는 감사위원..."그나마 큰 역할" 평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파트너스의 추천으로 감사위원에 선임된 이 교수는 그 이후 사조오양 이사회에서 말그대로 고군분투 중이다.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사조오양은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총 6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이 교수의 찬반 여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월 이사회 안건이었던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설치,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내부거래규정 제정, 관계사 보유 주식 처리방안 추후 이사회 의안 상정, 성과보상위원회 설치 등의 경우 찬성한 이사는 이 교수가 유일했다. 이 교수를 뺀 나머지 8명의 이사회 구성원은 불참하거나 반대했다.

반면 이 교수는 결산배당, 이사후보 추천, 대표이사 변경, 향후 사외이사 법률자문비용 처리 방안 등의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물론 이사회 구성원 중 이 교수가 유일한 반대표다.

결국 이 교수의 의견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홀로 찬성, 반대한 안건이 다른 이사들에 의해 각각 부결, 또는 통과된 때문이다. 이 교수 뜻에 따라 통과된 안건도 없고 이 교수가 반대해서 부결된 안건 역시 단 1건도 없는 것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데일리임팩트 주최 '행동주의와 그 적들' 토론회에서 "이 감사위원이 투명·독립성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해도 수많은 이사회 멤버 중 1명이기에 실질적으로 안건을 관철시키기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그렇다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안건 통과가 안된다고해도, 주주 추천을 받은 감사위원이 이사회를 견제·감시하고 있다는 그 자체로 큰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지배주주가 추천하지 않은 후보가 이사회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라며 "물리적으로 성과를 낼 수 없는 환경이라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이 감사위원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이사회가 투명해지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지분늘리는 사조그룹...사전 견제 포석?

이상훈 교수의 활동이 시작된 후 사조그룹 계열사들은 사조오양과 사조대림 등 상장사 지분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3월말 기준 사조오양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사조대림(60.53%) △캐슬렉스서울(1.48%) △사조산업(0.00%) 등 3개로 이들의 총 지분울은 62.01%였다. 그런데 올해 9월말 기준으로는 △사조대림(57.97%) △캐슬렉스서울(3%) △사조산업(3%) △SAJO AMERICA(2.99%) △사조동아원(0.23%) 등 총 5개 계열사가 67.20%의 사조오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6개월만에 계열사 보유 사조오양 지분이 5.1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사조오양 뿐 아니라 사조산업과 사조대림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고 있다. 같은 기간 사조산업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58.21%에서 63.39%로, 사조대림은 48.30%에서 56.32%로 늘었다.

그럼 사조그룹은 왜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일까?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3%룰을 와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2의 이상훈', '제3의 이상훈'을 막기위한 선제적 대응이란 것이다.  특히 캐슬렉스서울과 사조산업,  SAJO AMERICA 등이 사들인 사조오양 지분이 정확하게 3% 수준이라는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지난달 개최된 데일리임팩트 전문가 토론회 '행동주의와 그 적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차파트너스 김 본부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사조그룹이 사조오양과 사조대림 등 계열사 지분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혹시 모를 감사위원 선임 관련 주주제안을 막기 위한 목적 일 수도 있어 보인다"면서 "사측이 주주 제안을 이해하고 소통하기보다 (경영권을) 방어하고 주주와 다투려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 "안건 제안보다 사외이사 통한 주주활동 이어갈 것" 

차파트너스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사조오양을 코너에 몰고 갈 새로운 제안이 나올까? 나온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차파트너스는 현 시점에서 준비 중인 새로운 카드는 없다고 말한다. 사조오양의 사조그룹 계열사 우호지분이 60%가 넘어가고, 내년 주총전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감사위원이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거론했다.  차파트너스는 내년 정기 주총에서는 주주제안보다는 이 감사위원과 함께 법적 조치를 취할 게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사조오양 대주주 지분이 60%가 넘어가는 만큼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 외에는 현실적으로 표대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총에서 안건을 제안하기보다 사외이사를 통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찾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일리임팩트는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행동주의펀드의 전략과 성공·실패담을 가감없이 살펴보는 '행동주의와 그 적들'이란 토론회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사조오양에 열띤 토론이 진행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우진 서울대 교수와 이창민 한양대 교수,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부문 대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등이 토론을 벌였고 김준섭 KB증권 연구위원이 ‘일본의 행동주의 특징과 시사점’이란 발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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