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지분 0.03%→2.28%로 늘려
“경영권 강화 차원 매수” 해석

HL홀딩스 본사 건물. 사진제공 = HL홀딩스
HL홀딩스 본사 건물. 사진제공 = HL홀딩스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정몽원 HL그룹(구 한라그룹) 회장의 두 딸인 오너 3세들이 최근 지주사인 HL홀딩스의 지분을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년동안 늘리지 않던 지분율을 갑작스레 늘린 데에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회장의 장녀 정지연씨와 차녀 정지수씨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지난달 29일까지 HL홀딩스의 주식을 각각 11만4755주, 11만3928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0.03%에 불과했던 두 자매의 지분율도 2.28%로 늘어났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0년간 지연씨와 지수씨의 주식은 각각 845주와 1672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초부터 본격적인 지분확보에 나서고 주요 주주에 오른 것.

이에 따라 정 회장(25.03%), 케이씨씨(4.25%)를 포함한 HL홀딩스 최대주주 특별관계자 지분은 31.57%가 됐다.

이같은 두 딸의 지분 확보의 배경에는 경영권 강화 목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 시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등의 사건으로 오너가가 우호 지분 확보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

법조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주사의 대주주 지분이 높지 않은 만큼 경영권 방어차원의 매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HL홀딩스의 2대 주주인 VIP자산운용이 9.02%를 보유 중이며 베어링자산운용이 6.40%, 국민연금이 5.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브이아피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5.09%였던 지분을 두 차례의 장내매수로 9.02%의 지분을 확보했다. 주주환원책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지난해 11월 HL홀딩스가 3년간 6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 등을 약속한 바 있다. HL홀딩스 소액주주 지분율이 50%를 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사진=HL그룹
/사진=HL그룹

HL그룹 오너 일가가 ‘3%룰’에 대비해 지분을 늘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법에는 주주총회에서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로 제한(3%룰)하고 있다. 사내이사 선출 시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에 특별관계자가 포함되지만, 사외이사 선출 시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특별관계인의 지분을 확보하면 대주주에게 그만큼 유리해지는 것.

다만 올해 주주총회를 의식해 지분을 늘렸을 가능성은 낮다. 올초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은 시점이라 미리 지분을 확보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주식의 매입이 이뤄졌던 지난해 12월초부터 지난달말까지 HL홀딩스의 주가는 3만2000~3만4000원대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같은 기간 0.32배에서 0.33배으로 변동이 적고, 수치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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