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상 높은데 MSCI 미편입, PBR 0.6
10년 노는 알짜 땅 20조...현대건설·KT 지분
“이사회 결단해 시장 기대 따르면 추가상승”

증권시장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슈로 연초부터 뜨겁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기 앞서 시장이 미리 반응하고 있는데요. 데일리임팩트가 시장 움직임을 그때그때 전달하겠습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앞두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더 오를 수 있는데 못오르고 있다는 분석이어서 흥미를 끈다. 부동산 등 무수익 자산을 팔고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 투자하면 주가가 최대 2배(50만원)까지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현대차 보통주 주가는 올해 지속 상승해 국내 상장기업 시가총액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주까지 합치면 시가총액 61조원 규모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시총 4위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 상승한 15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자동차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10대 자동차 및 부품사 모건스탠리지수(MSCI)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저평가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PBR은 20일 기준 0.59배다.

현대차가 문닫고 주주들이 회사 자산을 다 팔아 주식 비율로 나눠가져도 주가 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PBR 1배 미만)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업체인 테슬라(12.61배), 토요타(1.08배)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왜 주가는 이들에 비해 지지부진한 것일까? 

삼성동 부지 팔고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라

방법은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현대차 이사회가 이를 잘 따를 경우 주가가 5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기준 현대차 주가 24만2000원의 2배 이상이다. 이를 위해선 불필요한 자산은 매각하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5일 이주현 금융위원장과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한에서 “현대차 주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회사에 투자했지, 한국 부동산이나 건설회사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보유한 삼성동 부지와 현대건설 지분을 겨냥한 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삼성동 부지(삼성동 167번지)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설 목적으로 10조원에 사들였다. 당시 구매대금 비중은 현대차가 55%, 기아 20%, 현대모비스 25%였다.

한국부동산원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당 부지의 제곱미터당 가격은 7474만원으로 공사 대지면적(7만4148㎡)에 대입하면 5조5000억원 규모다. 다만 실제 부동산 가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 보다 실거래가 일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의 전경. /사진=GBC 현장 모니터링
지난 18일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의 전경. /사진=GBC 현장 모니터링

거버넌스포럼은 해당 부지에서 현대차의 지분을 매각하면 미래 모빌리티에 10조원 이상 투자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10년째 놀고 있는 부동산이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라는 뜻이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지분 20.95%를 소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해당 주식을 20일 기준 주가로 환산하면 7884억원 규모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해당 지분에 현대차가 보유중인 KT 지분 5%를 추가로 매각하면 1조3000억원의 주주환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은 주주환원으로 사용하라

거버넌스포럼은 현대차가 보유중인 현금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사용하면 주가가 최소 30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통주 대비 주가가 저렴한 우선주를 소각하면 배당금은 아끼면서 주당순자산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일 기준 현대차우의 주가는 15만6900원, 현대차2우B 16만300원, 현대차3우B는 15만3400원이었다. 보통주의 주가 대비 40%가량 낮은 수치다. 우선주는 보통주처럼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금을 더 준다. 거버넌스포럼은 현금 8조원을 투입해 우선주를 100% 매입하고 소각하면 7천억원의 배당금은 아끼면서 주당순자산은 30% 가까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으로 약속한다면 PBR 1배 이상으로 상승하고 주가도 50만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 “밸류업 기대로 상승”, 주가 36%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주요 증권사와의 간담회서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달 내로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민영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민영 기자

이에 따라 저PBR 기업들이 주가 상승의 수혜를 받고 있다. 현대차도 1배 미만 기업으로 주목받아 거래소 발표 직후 20일까지 주가가 5만7000원(30%) 상승했다.

특히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상승을 이끌어냈고 향후 상승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배당 지급,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단이 지지되며 추가적인 상승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도 “매월 1조원 내외의 수익을 창출해 배당 재원이 튼튼하다”며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모범적 회사”라고 평가했다.

이 기간 외국인 매수세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현대차 1조500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 순매수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알맹이 있는 밸류업 없으면 추가 상승은 힘들어

다만 이같은 상승에도 향후 상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22개 증권사의 현대차 평균 목표주가는 27만7727원이다. 현재 주가 대비 상승여력이 남아있지만 최근 상승폭에 비하면 작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회장이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회장이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시장은 기대하고 있는데 회사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주가는 변하기 힘들다”며 “부동산에 10년째 하나금융그룹보다 큰돈이 묶여있는 상황이니 만큼 이사회 차원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주가가 밸류업 기대로 상승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차원의 추가 ‘액션’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현대차가 추가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가능성이 낮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만큼 당장에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며 “GBC 건설 부지에 매각에 대해서도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발행주식 1%(발표 당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환원정책에서 바뀐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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