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시총 규모, 1조원 차이로 좁혀져
기아 자사주 5000억원 매입 후 소각 예정..시장 예상 상회
"현대차, 역대급 실적에도 주주환원 바뀌지 않아 실망”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차(오른쪽)·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차(오른쪽)·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차가 그룹내 맏형 현대차의 시가총액 규모를 바짝 뒤쫓고 있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현대차 대비 다소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로 주가는 오히려 더 큰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30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3조40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조20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다.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4657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62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 20.5% 감소했다.

그러나 두 기업의 주가흐름은 실적과 반대로 나타났다. 두 기업 모두 주가가 올랐지만 상승폭은 기아가 현대차보다 더 컸다. 잠정 실적 발표 전날인 지난 24일과  8만7900원이었던 기아의 주가는 이날 9만8000원에 장을 마감 4거래일 동안 1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주가는 18만5000원에서 19만원으로 2.7% 올랐다. 

이 기간 주가 상승폭이 큰 차이를 보이며 두 기업 사이의 시가총액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지난 24일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시가총액은 각각 39조1332억원, 35조3396억원으로 국내 상장기업 중 7위와 9위였으나 30일 기준 현대차 시가총액은 40조1909억원, 기아 시가총액은 39조4003억원으로 각각 6위와 7위에 올라 있다.

우선주를 합치면 여전히 현대차의 시가총액과의 차이는 여전히 7조원 이상이지만, 보통주만 놓고 보면 그 차이가 현재 1조원 수준에 불과, 실적 발표 전 약 4조원 차이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이처럼 현대차에 비해 기아의 주가가 큰 폭 상승한 배경에는 주주환원정책의 차이가 꼽힌다. 두 기업의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배당금총액/당기순이익)은 25%로 동일했지만,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더 주목했다.

앞서 기아는 실적 발표와 함께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조건부 100% 소각을 약속했다. 앞서 지난해 밝힌 중장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소각비율이 50%였으나 이를 10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 이에 따라 기아는 오는 3월14일까지 자사주 568만주(1.4%)를 매입하고 이사회 이후 50%를 선매각한다. 3분기 가이던스 달성 시에는 남은 50%도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아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발표는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주주 친화정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시장에서 기대하는 주주환원 요구를 만족시키고자 고민 끝에 소각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발행주식 1%(약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환원계획에서 바뀐 것이 없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은 좋은 편이고, 재원도 넉넉한 상황인 것에 비해 주가 상승이 더뎠다”며 “이에 강한 주주환원책을 통해서 주가 부양의지를 보여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이에 부흥하지 못해 주주들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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