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에 PBR 1배 미만 저평가주 강세
한화보험·하나금융 등 연초대비 30% 증가
저평가주라도 실적 저조하면 주가 하락
PBR과 함께 ROE 개선 가능성도 주목해야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며 관련 종목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단순 PBR뿐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가능성도 함께 주목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일까지 KRX보험(20.06%), KRX은행(15.89%), KRX증권(7.84%) 등 PBR 1배 미만 업종 지수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주 중에서는 한화손해보험(30.86%), 삼성화재(26.60%) 등이 큰 폭으로 올랐고, 은행주 중에서는 하나금융지주(30.41%), KB금융(24.95%), 메리츠금융지주(21.49%), DGB금융지주(12.72%) 등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보험 지수의 PBR은 0.45배였다. 은행과 증권 지수의 PBR도 각각 0.44배, 0.47배 등 1배를 밑돌았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사업을 존속하기보다 부채를 갚고 해산해 주주에게 남은 자산을 분배하는 게 낫다는 뜻도 된다
이 같이 PBR 1배미만 종목들이 큰 폭 상승한 것은 최근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PBR 1배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주가 부양책을 내도록 독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 PBR 종목 옥석 가리기 필요해.."ROE도 함께 고려해야"
다만 저 PBR 주라도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련주가 일종의 '테마주'처럼 묶여 과열화되는 현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실제 일부 저 PBR 종목에서는 급등 후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제주은행의 주가는 지난 1월 29일~2월 2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이 기간 53%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제주은행이 4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는 공시가 나오 지난 7일 주가는 6% 하락했다. 제주은행의 PBR은 지난 8일 기준 0.78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단기간에 자금 쏠림이 나타나고 있어 추가 급등 가능성은 의문"이라며 "실적과 같은 펀더먼털 또한 저평가 종목을 선별할때 고려할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 판단을 위해서는 ROE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 중 여전히 PBR이 낮은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ROE는 자기자본 활용 1년에 얼마를 벌어들였는가 나타내는 지표로 ROE가 8%를 넘으면 PBR이 1배를 넘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주주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대수익이 일반적으로 8%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ROE가 높을수록 기업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 등 금융당국이 유도하려고 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종목 중 PBR 1배 이하, ROE 10% 이상에 해당하는 종목은 84개 종목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PBR이 낮은 기업을 선택하기보다는 ROE 개선 여력이 높아 PBR이 상승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며 "ROE 개선은 실적 증가나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이뤄지는데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기업의 현금흐름이 양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이에 해당하는 종목으로 △동원F&B △이노션 △SK텔레콤 △하나금융지주 △세아제강 △현대해상 △삼성증권 △현대차 △DB손해보험 △신한지주 등을 꼽았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PBR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ROE가 높은 기업, 주주환원이 가능한 기업, 주주환원의 지속성이 가능한 기업' 등 요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ROE를 높이는 방법은 분자에 해당하는 순이익을 늘리는 일"이라며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준 채권자나 주주들에게 보답할 파이 자체가 늘어날수록 기업 가치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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