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주범은 상장사...매출 보다 주주환원에 집중해야
부동산 매각·이사회 개편 등 제안
이남우 회장 “저평가 기업 많아 日보다 효과 클 것”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회장이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회장이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 현상)의 주범은 상장사다, 기업들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 기업 저평가 개선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상장사의 주가가 최대 2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은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요상장사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를 공유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해외 기업 거버넌스 개혁 성공 사례, 국내 주요 상장사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적용 결과, 국내 도입 시 당부사항 등이 공개됐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지지하지만 우선순위 다르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투자자 친화적인 자본시장 조성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을 이달 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코리아 과도한 상속세를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KCGF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상장사를 꼽았다. 상장사가 매출과 영업이익, 시장 점유율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자본 효율성과 주주환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남우 KCGF 회장은 이날 간담회 및 서한에서 “금융위가 발표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정부에서 지적한 상속세는 원인 중 하나는 맞지만 상장사들이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선 후 경감해줘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KCGF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상장사의 주주총수익률(TSR)은 –2%다. TSR은 주주들이 일정 기간 얻을 수 있는 총수익률로, 배당소득과 주식평가 이익을 더해 계산한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은 각각 9%, 12%를 기록했다.

현대차, 노는 땅 팔면 주가 50만원 된다

KCGF는 현대차 밸류에이션 제고 방안으로 삼성동 부지 매각과 미래 모빌리티 재투자를 제안했다. 제3자 매각 추진이 이뤄지면 유입 자금으로 미래 모빌리티에 10조원 이상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해당 부지에서 현대차의 지분은 21조원 규모”라며 “신한지주 시가총액 만큼의 돈이 수익도 없이 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현대건설 지분 21%, KT 지분 5% 매각 △자사주 8조원 매입 및 소각 등도 제안했다.

해당 방안들을 시행하면 현대차의 주가가 최대 50만원까지도 오르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날 현대차 보통주의 주가는 23만8000원에 PBR은 0.58배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글로벌 인사 영입해야

KCGF는 삼성전자 밸류에이션 제고 방안으로 이사회 글로벌 인재 영입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모두 한국인이나 한국계뿐”이라며 “TSMC가 사외이사에 국제기업 CEO를 영입해 독립성을 확보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와함께 △우선주 근거 미국에 우회 상장 △50조원 투입 우선주 전체 매입 및 20조 규모 소각 등도 밸류업 방안으로 제안했다.

이같은 방안들을 시행하면 주가가 13만원까지, PBR는 2.2배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 보통주의 주가는 7만4300원에 PBR은 1.28배다.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5일 오전 IFC 빌딩 3층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김민영 기자

이 회장은 이밖에 △기업 밸류 프로그램 별도 보고 △보고서 내 이사회 모든 이사 이름 표기 △진행상황 정기 공시 △프로그램 최소 3년 추진 △프로그램 시행 및 미시행사 리스트 정기 업데이트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케이스 공개 등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이사회 중심으로 재무상태표에서 무수익 자산을 찾아 정리하고 주주를 위해 현금을 사용해야 한다”며 “저평가주가 많은 국내에서 일본보다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KCGF는 이날 해당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 앞으로 송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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