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기업가치(firm value)는 보통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 수량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에 의해 측정된다. 따라서 기업가치는 매일매일 주식시장에서 결정되므로 단기적으로 변동이 심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극단적인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 예컨대 잘 나가던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연속 적자에 시달리다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기업가치는 제로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반면 무명의 스타트업 기업이 획기적인 기술을 발판으로 단 기간에 엄청난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이영환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득분배를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능력주의(meritocracy)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 신분이나 재산이 아니라 재능, 노력 또는 업적에 의거해 경제적 자원이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에 상응하는 경제이론이 한계생산성이론(marginal productivity theory)인데, 이는 생산과정에서 ‘추가적’으로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진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축구팀에서 슈퍼스타를 영입해 구단의 수입이 크게 증가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기업은 국민경제 순환의 세 측면인 생산, 분배 및 지출에서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용, 투자 및 기술혁신을 통해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동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기업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은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목적으로는 크게 주주가치극대화나 이해관계자가치극대화가 지지를 받아왔다. 자본
[이영환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주변에 널리 침투해있으며 이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10년 후에는 의료, 소매, 통신, 금융, 제조 등 거의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의 보고서 에 의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채택하지 않는 기업들은 조만간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 많은 기업들이
[이영환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원래 수학과 물리학에서 기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매우 특수한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서 우리에게는 “블랙홀의 중심에는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과학적 진술로 비교적 친숙하다. 이 개념을 인공지능 기술이 주도할 미래에 적용한 것이 바로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인데, 기존의 법칙이나 제도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현실이
최근 일본 기업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중간 소재의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우호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저지른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 대한 책임 및 사죄와 관련된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기술문명의 시대에 한 국가의 정부가 이와 같은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며칠 전 막을 내린 U20 월드컵 경기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게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한국은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필자 또한 열렬한 스포츠팬이기에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응원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한적한 밤에 산책하는 도중 여기저기 아파트에서 들리는 함성과 탄식을 들으면서 문득 스포츠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대항전이 있을 때마다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것이 스포츠의 목적은 분명 아닐 것이다.필자는 스포츠의 핵심은 공정성(fairness)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종목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에 이루어진 일련의 회동도, 실무진들 간의 협상도 모두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이 끝장을 보자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칭 거래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온 전략을 구사하면서 중국을 길들이려 하지만 중국도 가진 패가 많아서인지 쉽게 양보할 태세가 아니다. 물론 양쪽 모두 파국을 원하지는 않을 테니 공멸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두 권력자의 성정(性情)에 비추어 볼 때 안심할 수 없는 것
작년 3월 경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 명에 대한 신상정보가 유출되었는데,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캐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이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에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지만, 필자가 아는 한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러시아가 미국 대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런저런 추문이 터져 나오자 보수적인 언론에서도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
우리가 화폐(money) 또는 통화(currency)라고 부르는 돈은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으며, 오늘날 돈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폐로서의 돈과 통화로서의 돈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금과 같이 돈의 가치를 보장해주는 실물이 준비되어 있는가, 아닌가는 돈이 시중에서 원활하게 유통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정부가 돈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관행으로 된 시대에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화폐와 통화는 사실상 동일한
얼마 전부터 미디어에서 포용국가, 포용적 성장, 포용적 제도 등 ‘포용성(inclusiveness)’을 함축하는 용어들이 종종 거론되어왔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벌써부터 여러 기관들이 ‘포용’이라는 용어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컨대 IBRD와 IMF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금융적 포용(financial inclusion)이란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리고 세계경제포럼 2017년 총회에서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과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성장과 포용은 상보적(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AI) 기술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해있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는 물론이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기술은 문자 그대로 승자독식이 가능한 기술이므로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필자는 2016년 초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Deep Mind)가 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들이 아무리 개인적 선택의 자유를 강조해도 사회를 해체시키면서까지 이를 주장할 수는 없다. 물론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선택의 범위가 확대되면 개인의 효용도 증가하는 것으로 간주해왔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다양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곧 개인의 효용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해왔다. 정보 처리의 한계로 인해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면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
얼마 전 미국 중간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통령 선거 중간에 열리기에 중간선거라고 불리는데 상원의원의 1/3과 하원의원 전원, 그리고 주지사를 비롯해 주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투표로 선출된다. 이미 미디어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중간선거의 결과가 미국 정치와 경제, 나아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평했기에 필자가 특별히 보탤 말이 없는 것 같다. 다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논평을 내놓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필자는 문득 이와 관련해 뭔가 이야기하고
빅데이터(Big Data)는 더 이상 데이터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대중도 빅데이터를 모르면 시대 흐름에서 뒤처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축적된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빅데이터 분석은 기업, 비영리단체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빅데이터는 199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일반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빅데이터는
지금 유럽에서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가 진행 중이다. 공동선 경제(Economy for the Common Good)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선 경제는 “소수의 부를 증식시키는 데 기여하는 대신 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설계된 윤리적인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작가이면서 현재 비엔나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펠버(Christian Felber)다. 펠버는 1972년생이니 2010년에 이 운동을 추진했을 때 불과 38세의 젊은이였다. 이 운동의 성패를 떠나 이런 신선
현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어떤 형태로든 이론 모형이 필요하다. 이론 모형은 지도와 같이 우리를 원하는 목적지로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이론 모형은 정확한 지도와 같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반면 나쁜 이론 모형은 부정확한 지도처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장경제에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용하려는 지도가 좋은 지도인지 아닌지, 나아가 우리가 지도를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시장이 형성된 시기에 대한 분명한 자료는 없지만 부족 공동체를 형성한 이후 자연스럽게 출현했을 것이다. 인류 최고(最古)의 수메르 문명이 만개했던 기원전 3000년경 수메르인들은 점토판에 문자로 기록을 남길 정도로 개화되어 있었다. 이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체계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던 시장이 존재했음이 틀림없다. 시장의 본질은 상호 이익이 되는 거래에 있다. 거래란 본질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것과 다른 사람이 보유한 것을 교환하는 행위다. 따라서 거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소비하고 남는 잉여가 존재해야 한다.
동서고금·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간은 스토리, 즉 이야기를 좋아한다. 재미 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영웅 이야기이다. 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이 말했듯이 모든 영웅 이야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크게 나누면 출발(departure) → 입문(initiation) → 귀환(return)이라는 패턴을 갖는다. 출발이란 영웅이 소명을 인식하고 여정을 떠나는 단계를 말한다. 입문은 각종 시련을 거치면서 자신을 돕는 조력자들을 만나 과제를 해결하고 모두에게
시장경제는 지금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의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저서 '넛지'에서 자유시장의 인센티브 기능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했다. “자유시장은 종종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도록 자극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핵심 문제들을 해결한다. 예를 들어 운동화 시장이 적절하게 돌아가고 있다면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다. 질 나쁜 운동화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질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