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SMC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PBR 3~30배 낮아
밸류업 도입 후 주주환원확대·ADR 상장 시 주당 13만 기대
저평가 개선 기대에 보통·우선주 외인 코스피 순매수 5,6위
반도체 불황에 최근 3년 주주환원 유지..과한 기대 자제 필요

증권시장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슈로 연초부터 뜨겁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기 앞서 시장이 미리 반응하고 있는데요. 데일리임팩트가 시장 움직임을 그때그때 전달하겠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삼성전자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후 주주환원 확대와 나스닥 상장에 나서면 현재보다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업황 악화에 따라 최근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한 상황이어서 과도한 저평가 개선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430조원에 달하는 국내 1위 상장사다. 연매출은 258조원 수준이며 주요 매출원인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세계시장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 중인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 대비 주가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16일 주가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26배로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의 PBR 12.82배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 들어 1위 자리를 빼앗긴 애플(38.73배)과 비교하면 무려 30분의 1 수준이다. 두 기업이 글로벌 시총 1, 2위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자릿수 차이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수준이다.

PBR은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과 장부가(청산가치)를 비교한 수치다. PBR이 1배 미만일 경우 회사가 보유한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저평가 논란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세계 10대 우량 기업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연간 매출이 2배 이상 낮은 대만 반도체업체 TSMC(4.35배)는 리스트에 포함됐다.

우선주 전량 매입 후 주주환원·나스닥 상장하면 주가 '13만원' 가능해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면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보유한 현금으로 우선주 전량(8억2288만6700주)을 매입해 주주환원과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5일 공개서한을 통해 삼성전자가 저평가 개선 작업에 나서면 현 7만원 수준의 주가가 13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5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과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과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김민영 팀장

포럼은 삼성전자의 저평가 원인으로 저조한 주주환원과 취약한 이사회 다양성 등을 꼽았다. 실제 삼성전자의 2023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예금, 적금 등 현금성 자산 92조원을 보유 중이며 글로벌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멤버 중에는 단 한 명의 외국인도 없다.

이에 포럼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92조원 중 50조원을 투입, 우선주를 100% 매입해 이 중 20조원 어치를 즉시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나머지 30조 원은 미국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향후 순이익의 30∼50%를 주주환원에 쓸 것을 약속하고, 대만 TSMC처럼 이사회를 글로벌 인사로 채운다면 현재 PBR 1.4배 수준에서 2.2배로 뛰어 주가는 13만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전자가 예탁증서(DR)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인 자급 유입과 함께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이 기대된다“며 ”밸류에이션 상승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저평가 개선·반도체 업황 회복에 주가 전망 긍정적"

증권가에서도 저평가 개선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연초 7만9600원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6일 기준 7만2800원으로 8% 이상 하락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라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84.92% 감소하는 등 어닝쇼크 영향이다.

저조한 실적에 따라 주가가 하락했지만 업황 개선 기대감에 증권사에선 높은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을 제시하며 매수의견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2023년 4분기 고객사의 재고가 정상구간에 접어들기 시작하며 메모리 수요가 회복됐다"며 "올해 1분기 수요 정체와 2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폭 둔화에 대한 우려, 재고조정의 끝이 보이면 3분기로 예정된 가격 상승폭 확대 시점이 2분기로 당겨질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사법리스크 완화도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전반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 신규 투자 확대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향후 기업가치가 제고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포함 삼성그룹주 전반의 낮은 기업가치는 이 회장 사법 리스크에 따른 그룹의 전략적 의사결정 지연과 정책 및 규제 리스크 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 실효성이 확대되고, 유통업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및 규제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ESG 포함한 해외 대형 펀드의 자금 유입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주가 개선 기대감에 외국인 순매수를 이어갔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4일 밸류업 정부가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한 이후 이달 16일까지 삼성전자(우)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3859억, 3684억원을 순매수했다. 두 종목은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5, 6위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우) 주가는 3.1% 상승했다. 

향후 3년간 주주환원 유지한 삼성전자...과도한 밸류업 기대 경계해야

다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저평가 개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스스로 자구안을 내놓는 것인 만큼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개선책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제안한 주당 13만원 달성을 위한 우선주 전량 매입 및 ADR 상장 등을 추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라 향후 3개년 주주환원 수준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지난달 공개한 3개년(2024년~2026년) 주주환원정책은 지난 2021년과 동일하게 잉여 현금 흐름의 50% 환원과 매년 9조 8000억원 배당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밸류업 프로그램은 결국 기업 스스로가 저평가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기에 어떤 정책이 나올지 예견하기 어렵다"며 "다만 업황을 고려해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유지한 것과 같이 추후 나올 개선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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