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집행유예로 출소 뒤 10여 차례 해외 출장

투자자 신뢰 회복·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삼성전자

[미디어SR 변윤재 기자] 오는 13일 207일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행선지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부가 “이번 가석방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힌 만큼, 이 부회장은 오너 리더십을 증명해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부재했던 7개월여 동안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사실상 표류 상태다. 주력인 반도체·스마트폰 기술 경쟁력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차세대 성장동력인 배터리·인공지능(AI)·바이오·5G(5세대 이동통신)·전장(자동차용 전기·전자부품)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경영 정상화를 바탕으로 초격차 전략을 다시 짜야할 처지다. 

동시에 가석방 당위성도 보여줘야 한다. 일단 형 집행 상태인데다, 삼성물산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부정 여론이 높아지는 건 부담이 된다. 

진보진영의 반기업 움직임은 화학고와도 같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기업정서 기업 인식보사를 실시했더니, 응답 기업의 93.6%가 ‘반기업정서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은 삼성을 타깃으로 반기업 고삐를 조일 태세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개혁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법무부의 발표 직후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했다. 이들이 가석방 심사 당시 제출한 반대 탄원서도 재계와 비등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완전한 경영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은 글로벌 행보에 힘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8년과 비슷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45일 간 칩거했다가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이후 중국·일본·인도·베트남 등지를 돌며 10여차례 출장을 감행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유럽이 꼽힌다. 삼성의 핵심사업이자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 경쟁력과 직결돼서다. 최근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이 불붙으면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확보전이 치열해졌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2030’ 달성을 위해 투자액은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린 만큼,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구입을 더 늘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럽에는 EUV 노광장비를 제작하는 ASML이 위치해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5G와 같은 혁신 기술 기업도 모여 있다. 기술 고도화를 타진하고, 파운드리 경쟁자 대만 TSMC를 꺾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1위를 견인하기 위해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를 방문해 피터 버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와 회동을 갖고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다른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미국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추진 중이다. 삼성SDI도 배터리 공장 신설을 타진하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에 들어간다. 이에 미국 현지를 찾아 생산설비 투자를 조속히 확정 짓고 백신을 비롯한 바이오사업을 챙겨야 한다. 

특히 재계가 정부에 사면을 요구하면서 이 부회장에게도 ‘경제 재도약의 견인차 역할을 해 달라’는 주문했다는 점에서 세계적 인맥을 다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은 정·재계를 아우르는 탄탄한 인맥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2018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조지 W 부시·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세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 등 전·현직 주요국 수반을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시안에 80억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냉랭했던 한·중 관계를 푸는 역할을 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꼬였을 때에도 이 부회장은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럭비월드컵 개·폐막식에 초청받아 양국을 잇는 가교가 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