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유지, 사법 리스크 대응, 10조원 상속세 부담 등 난제 해결 능력 보여줘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 flickr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사진. flickr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뒤부터 이미 총수 역할을 맡아온 터라 급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관련한 재판의 매듭은 전적으로 부회장이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동시에 10조원대의 상속세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반도체산업의 지형 변화가 예고되는 등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올해 1~3분기 실적은 굳건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아버지만큼의 경영 능력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자인한 뒤 ‘앞으로의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세계 반도체산업의 지각 변동이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반도체기업 SMIC에 수출규제를 내리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진 가운데 최근 SK하이닉스가 10조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개발 기업 ARM(암홀딩스)을 약 47조원(40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및 칩설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며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의 두 차례 회동,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 방문, 베트남 R&D센터 공사 현장 방문 등 전세계 현장을 꼼꼼히 살피면서 광폭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함께 국내 글로벌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7월 삼성과 현대차 경영진은 현대차의 남양연구소를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도 시승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선보인바 있다.

정회장으로선 현대차의 미래 비전 등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소에서 자신의 지론을 폈고,  이 부회장은 재계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의 문을 공식적으로 연 인사가 됐다.

또한 이 부회장은 올해도 산학협력 기금으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규모도 2배 이상 확대한 바 있다.

미중간 무역갈등과 함께 초격차를 좁혀오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이 부회장의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역설하면서 평택캠퍼스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라인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 평가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부회장, 연이은 사법 리스크까지 잘 넘겨야...

이 부회장이 2014년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부터 그룹 경영을 책임져 온 만큼, 경영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 부회장의 위기 대응 능력을 심판대로 올린 또다른 이슈는 바로 승계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다.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2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26일 오후2시에는  당초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의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예정돼, 이 부회장이 출석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주(喪主)인 이 부회장은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다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출석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날로 예정된 재판을 취소하고 새로 재판 일정을 짤 가능성도 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6일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법정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낸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향후 재판 일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법적 (재판 출석) 의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일정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리는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피고인들에게 편향적인 재판을 한다"며 재판부 변경을 신청한 뒤 약 9개월 만에 열리는 재판이다.

특검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서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고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은 기존 재판부에서 계속 심리하게 됐다.

최근 특검은 지난주 재판부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결정한 데에 대해 "절차와 내용이 위법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부정거래·시세조종)를 비롯해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으로 검찰에 기소된 첫 재판도 지난 22일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편집. 미디어S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편집. 미디어SR

천문학적인 상속세, 10조원 육박 예상...향후 주가에 따라 결정

25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상속세가 예상된다. 재계에선 상속세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 주식 평가액의 60%, 나머지 재산의 50%가 상속세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라면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게 된다.

이 회장은 국내 상장사 주식 부호 순위에서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은 23일 종가 기준 18조2251억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은 이들 4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들 4사의 상속세 총액은 10조6000억여원에 달한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은 상속세 총액 가운데 자기가 상속받은 비율만큼 상속세를 납부하게 된다.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예상되지만 분납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회장의 법정상속인들은 연이자(1.8%)를 적용해 신고·납부할 때 6분의 1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뒤 9215억원의 상속세를 연부연납제도로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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