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제3자배정 유상증자방식에 딴지......법원에 가처분 신청

오는 25일 법원 판단에 M&A 향방 갈려...경영권 분쟁 2라운드

(왼쪽부터) 강성부 KCGI 대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 사진. 김민영 디자인 기자
(왼쪽부터) 강성부 KCGI 대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사진. 김민영 디자인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칼을 둘러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연합’(조현아·강성부펀드·반도건설) 간 경영권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이 잇달아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데다 KCGI(강성부펀드)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인수 계획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한진칼 임시 주주총쇠 소집도 요구한 상태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인수‧합병(M&A) 계약이 이같은 난관을 넘고 최종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양대 항공사의 M&A가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 회장과 3자연합 간 ‘실탄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2일 KCGI의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2일 메리츠증권에서 한진칼 주식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앞서 10여곳의 금융회사에서 380만주를 담보로 710억원을 대출했으나 이를 해지했다. KCGI는 메리츠증권을 통한 이번 대출로 약 59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KCGI 측은 한진칼의 신주인수권 등 현금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미리 마련해뒀다고 밝혔다. 신주인수권은 투자자에게 예정된 가격에 발행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증권이다.

3자연합의 일원인 조현아 전 부사장도 양대 항공사 통합 발표가 있던 지난 16일 하나금융투자에서 한진칼 55만주를 담보 대출을 받고, 다음 날인 17일에도 SK증권에서 6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29~30일에도 우리은행(30만주), 한국캐피탈(2만8000주), 상상인증권(3만주) 등에서 주식담보 대출로 현금을 확보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공: 대한항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공: 대한항공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비슷한 시기에 현금확보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이같은 담보 대출이 경영권 분쟁 대비용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의 대출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물려받은 재산의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일 것이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3자 연합에 맞서는 조원태 회장도 지난 5일 하나은행에서 42만5000주를 담보로 받은 대출(100억원)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 한진칼 제공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 한진칼 제공

현재 3자연합 측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41.4%)보다 5%p 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3자연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은행이 양대 항공사의 M&A를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게 되면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의 10.7%가량을 확보하게 돼 지분율이 역전된다. 산업은행이 M&A를 위해 기존 경영진을 옹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과 재계에서는 산은이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산은을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가정할 경우,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한진칼 유상증자 후 47.33%로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3자연합은 신주인수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도 지분율이 42.9%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그러나 산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행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산은이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KCGI 측은 “항공산업 재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동의하나 기존 주주의 권리 보호 방안에 관하여 아무런 고려도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안을 강행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KCGI는 앞서 “국민의 혈세가 동원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신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증자 참여 의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온 바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5월과 11월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디어SR에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가 무산된 데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얘기”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우발 채무가 향후 M&A 과정에서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M&A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CGI "우리도 주식 살 돈 있는데..." 3자배정 방식에 딴지

한편 KCGI는 이번 M&A를 막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CGI는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중단시켜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진칼은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추가발행하는 주식을 모두 산은이 인수하는 방식을 취한 (5000억원, 지분율 10.66% 가량) 가운데 이를 중단시켜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오는 25일 오후 5시에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이 한진칼에 5000억원을 주기로 한 날(유상증자 납입일)이 다음달 2일인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1일 이전에 법원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한진칼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만일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CGI는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다. 하지만 한진칼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떄문에 KCGI는 임시 주총 허가도 법원에 추가로 요청할 수 있다. 만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한진칼 임시 주총이 열리게 되면 3자 연합은 현 경영진을 반대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인사들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고 표 대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내부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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