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진:구혜정 기자
한진그룹.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이어 물류 계열사인 ㈜한진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한진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가 최근 ㈜한진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HYK파트너스가 설립한 ‘HYK1호펀드(이하 HYK)’는 지난 8일 ㈜한진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이 담긴 내용 증명을 보냈다.

HYK1호펀드는 현재 ㈜한진의 지분 9.7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한진칼, 정석인하학원 및 특수관계인으로 27.41%를 보유하고 있다.

HYK펀드는 “㈜한진이 국내 2대 물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재벌 계열사 오너 중심의 경영으로 인해 기업 가치가 매우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주주의 적극적인 경영 감시 활동과 지배구조 개선, 경영 혁신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경우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HYK1호펀드가 ㈜한진의 경영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HYK펀드는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면서 △전자 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임 △이사의 자격 제한(10년 내 징역형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이사 자격을 상실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또한 HYK펀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 자산 매각 △임원의 보수 및 퇴직금 규정 정비 △관계사 일감 몰아 주기 근절 등을 제안했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도 요구했다.

아울러 HYK펀드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람(최소 1인)이 사외이사로 선임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진 이사회는 내년 3월 임기만료로 인해 한진현 사외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진 사외이사 수는 정관상 3인 이상 그리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충족해야 한다. 한진현 사외이사가 물러나더라도 사외이사가 추가로 선임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한진의 사외이사는 총 4명이며 이사진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HYK펀드는 제안한 내용에 대한 검토 결과를 이달 18일까지 회신해달라고 ㈜한진 이사회에 요구했다. 이사회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야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

HYK펀드의 지분 보유 기간이 아직 6개월을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제안은 정식 ‘주주제안’이 아니며, HYK펀드가 주총에 직접 안건을 올릴 수 없어서다.

HYK펀드의 최대출자자는 섬유업체인 경방으로, 이 회사는 지난 10월 HYK파트너스에 총 900억원을 출자하면서 보유한 지분을 전부 넘겼다. 경방은 지난 4월 주요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린 후 계열사 등을 통해 빠르게 지분을 매집해 지난 9월 2대 주주에 올라선 바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디어SR에 “HYK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경방 측이 펀드에 지분을 넘긴 것 자체가 경영 참여 목적인 셈”이라면서 “㈜한진은 기타주주 비중이 높은 회사로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높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진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30% 이하로, (오너 측이)우호주주를 확보하더라도 시가 총액을 고려해 1400억원 가량으로 최대주주로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엄경아 애널리스트는 미디어SR에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물류사업의 유통 라인을 내재화 했을 때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추가 투자의 타당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와 경방이 연대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KCGI의 주요투자자인 조선내화가 경방의 지분 3% 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김담 경방 회장과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동문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HYK펀드 측은 KCGI측과의 연관성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태이며, ㈜한진 측에서 HYK 펀드 측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요구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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