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주기장을 채우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제공
김포공항 주기장을 채우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추진이 16일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는 대한항공이지만 산업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지원은 모회사인 한진칼이 받는다.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이하 산경장)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공식화했다.

산은과 한진그룹 측 설명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조8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 신주와 영구채를 인수한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이 2조50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은 이 가운데 7300억원을 부담한다. 한진칼은 이같은 자금을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보통주 5000억원+교환사채 3000억원)를 통해 마련한다.

산은은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인해 △노선 운영 합리화 △인천공항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 확대 △신규노선 개발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 시너지를 기반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시 시장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직접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함으로써 항공산업 정상화를 위해 소요되는 정책자금 투입 규모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M&A가 성사될 경우 자회사로 보유한 LCC(Low Cost Carrier, 저가항공사)까지 포함하면 국내선 점유율은 60%대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전세계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할 경우 M&A를 거치면 세계 7위권으로 단번에 순위가 수직상승하게 된다.

이같은 ‘빅딜’과 관련해 이날 한진그룹도 지주회사인 한진칼 이사회와 대한항공 이사회를 각각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되기 전부터 ‘플랜B’(대안)로 이번 ‘빅딜’을 구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항공업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된 후 2조4000억원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산은은 업계 1위 대한항공에도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 ‘빅딜’을 항공업계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었던 셈이다.

항공경영 전문가인 허희영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디어SR에 “외국 항공사의 경우 대형 항공사 간 산업 재편을 비롯해 대규모 M&A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국내의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탄생? 기대감 높지만 ‘빅딜’ 성사까지는 첩첩산중

M&A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한진 측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디어SR에 “통상 M&A는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되지만 이처럼 M&A 타진 가능성이 대외에 밝혀진 상황을 비춰봤을 때 정부의 (M&A 추진)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지용 교수는 “다만, 실제 ‘빅딜’이 성사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아시아나의 우발채무와 인수 가격 등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이밖에 경영권 분쟁 이슈와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의 진통 등이 예상돼 이해관계 조율이 원만하게 해결돼야 M&A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M&A 추진 과정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산은이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논쟁거리로 부상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직접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증자를 통해 추진되면서 지분율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이하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완패했던 3자연합은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한진칼 지분 46.71%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조원태 회장(41.4%)과 비교해 5%p 넘게 앞선 상황이다.

하지만 산은을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되면 KCGI 측 지분이 희석되면서 조원태 회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좁혀진다.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내세운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이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공식화되자 “조원태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에 대해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면서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까지는 인수 방식 및 자금 투입 규모가 결정됐을 뿐”이라면서 “KCGI 등 기존 주주의 반발과 관련한 입장과 대응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한진칼이 거래 당사자로서 투자합의서 등 계약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향후 경영권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통합작업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는 구조”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서지용 교수는 미디어SR에 “아무래도 기존 경영진과의 대척점에 선 KCGI의 반발이 (산은 및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과점 우려에 진화 나서는 정부

국내 1, 2위 항공사가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면서 독과점 문제로 인한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M&A의 변수로 거론된다. 하지만 1999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기아자동차가 ‘회생 불가 회사’로 간주돼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인수가 승인됐다.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이같은 예외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무엇보다 정부 측에서 이번 M&A 드라이브가 비롯된 만큼 기업결합 심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정위 관계자는 조심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수 추진 발표가 났으나 아직 기업결합 신고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현재 상황에서 ‘회생 불가 회사’ 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M&A 추진 공식화 이후 “급격한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국토부는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으나 이날 발표 후 외국 항공사와 다른 LCC와의 경쟁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국토부측은 이어 “(향후) 항공 운수권 배분 시 ‘단독노선 운임평가’ 평가항목의 배점을 올리고, 슬롯 배정 시 과도한 운임설정 관련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신설 검토하는 등 소비자 편익 저해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허희영 교수는 미디어SR에 “현재 국제선 운항이 줄어든 상태지만 정상화 이후에는 외국 거대 항공사들과 경쟁하게 되므로 가격 변동(인상)폭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일부 국제노선의 경우는 조정이 필요하고 국내선 공급량이 과도한 만큼 자회사 간의 경쟁체제가 유지되거나 중‧장기적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아시아나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아시아나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조원태 “일터 지키는 데 모든 역량 집중하겠다”지만...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경영권 분쟁 및 독과점 논란을 넘어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사모펀드나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두 항공사의 합병은 다른 기관이 인수하는 경우보다 조직이 더 비대해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항공산업을 살린다는 미명 하에 임직원들만 내쫓기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채권단 측도 사실상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산은이 합병 효과로 언급한 ‘효율성’과 ‘바용 절감’은 결국 노선 조정과 기재 축소, 사업 정리 등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지용 교수도 미디어SR에 “중복 노선을 조정‧축소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같은 진통을 고려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수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양사) 통합 이후 무엇보다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자리 보전을 위한 노력 외에 구체적인 고용 승계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등 양사 6개 노조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6개 노동조합은 내주 초 서울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노조와 양대 항공사, 산업은행 및 채권단이 참여하는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HDC현산 역시 금호산업에 준 계약금 2500억 원을돌려받지 못하면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HDC현산은 인수 불발에 따른 귀책 사유가 판별되지 않아 여전히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1위 하나투어 무급휴직, 도미노될까...항공업계도 떠는 중

이밖에 항공업계 직결된 국내 여행업 1위기업 하나투어가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이 종료되는 다음달부터 전 직원 대상 `완전 무급휴직`에 들어가면서 여행업계에 대규모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여행업 올스톱 상황이 장기화되는데 따른 후유증이자 여파이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13일 오후 2300여 명에 달하는 전 임직원을 대상(필수인력 제외)으로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4개월간 완전 무급휴직에 들어간다는 긴급 공지를 올렸다.

하나투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사스(SARS)와 같은 글로벌 바이러스 위기까지 넘겨 왔는데, 전 직원 완전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사측은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무급휴직 동의서에 대한 전자서명 날인을 26일까지 완료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까지 휴직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정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원들은 사측의 이번 결정을 사실상 해고 통보로 받아들이며 즉각 반발하는 분위기이지만, 여행업계는 하나투어발(發) 감원 도미노 현상이 여타 업체로 줄줄이 번질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선두주자가 무너지면 전국 100개 이상의 소규모 대리점들과 해외 현지 랜드사들까지도 줄도산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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