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SK 공동 제공
7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SK 공동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전기차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 시대를 대비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미래 전기차 배터리 및 신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발걸음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팀 코리아’를 결성하는 밑그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이날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삼성SDI, LG화학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때와 유사하게 SK이노베이션의 서산 배터리 공장을 찾아 생산 라인 등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내 니로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의 조립 라인을 둘러봤다. 2012년 준공한 서산공장은 연4.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규모를 갖춘 곳이다.

이날 두 총수와 양사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뿐 아니라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등의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과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BaaS는 배터리를 대여‧교환하거나 재활용하는 등의 서비스를 말하는데 현재 사업 구상 초기 단계라 개념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를 해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운행 중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교체 시기가 곧 다가오는 가운데 총 방전 500회 후에도 에너지는 30% 정도 남아있다”면서 “이 경우 차를 운행하기에는 부족한 에너지지만 사용은 가능하다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해보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현재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재인 흑연 또는 실리콘을 리튬 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행거리를 확대하고 차량 경량화를 가능케 한다.

특히 SK그룹은 전기차 발전을 위한 전력반도체, 차세대 경량 소재(금속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 등에 대해서도 현대차와 긴밀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현재 대부분을 수입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최소한의 전력으로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반도체인데, SK그룹은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듀폰사로부터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는 등 전력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밖에 SK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양사 경영진이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협의에 대해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19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SK그룹 내 배터리사업을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원해온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양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와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일찍부터 배터리 영역을 SK의 신성장 사업으로 주목해 투자와 육성을 아끼지 않고 배터리 사업 성장을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5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이어 지난달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났다. 정 수석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을 만나면서 현대차-배터리 3사 간 회동이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위한 ‘팀코리아’의 대형 밑그림이 완성됐다.

한국의 경우 전기차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판 뉴딜'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와 삼성·LG·SK 등 4대 그룹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부터 양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1차업체로 선정됐다. 약 5년에 걸쳐 10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방문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 및 신기술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기획조정실 김걸 사장,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현대모비스 박정국 사장 등이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했으며,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SK(주) 장동현 사장, SK이노베이션 지동섭 배터리사업대표 등 SK그룹 경영진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이했다.

현대자동차 EV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전면.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EV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전면.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시장 3위 공략에 잰 걸음

정 수석부회장의 이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배터리 3사의 기술력에 힘입어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노리겠다는 포부에서 비롯됐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그간 코나·니로 등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 모델에서 엔진 등 내연기관을 제거하고 그 공간에 전기모터를 설치해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의 완성도를 높이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개발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내 전기차 판매량 56만대를 목표로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세계 3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아차도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전기차를 50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까지의 성적도 좋은 편이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각국의 완성차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완성차업계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확고한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 시간, 가격 등이 모두 배터리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제공.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팀 코리아’ 성장세 청신호

현재 국내 배터리3사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월 기준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점유율 총합은 35.3%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3대 이상에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이번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톱5'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CATL이 내수 기반으로 파나소닉에 이은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SDI가 6.4%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4.1%로 글로벌 7위 자리에 올라 있어 향후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세에 따라 순위 변동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중국 옌청 등의 배터리 공장 증설 등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공급량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GWh지만, 이들 공장이 완공된 2023년에는 71GWh가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은 올해 1분기 기준 지난해 4분기 보다 영업손실 폭을 75억 줄여 10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완공한 중국과 헝가리 생산 공장을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 가동하면서 초기 가동비가 발생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손실 폭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SNE리서치 분석 결과 올해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434GWh를 기록하고, 2030년에는 2985GWh까지 확대돼 588%의 증가율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에 각국이 전기차 보급 확대 전략을 펼치고 완성차업체들이 뛰어들면서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당장 2023년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는 406GWh인 반면, 공급은 335GWh에 불과해 18%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배터리 3개 업체가 점유율을 높이고 ‘글로벌 탑티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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