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제공 :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제공 : 현대차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심장부인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회동을 가지면서 글로벌 IT-자동차 기업 간 협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은 21일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Urban Air Mobility), 로보틱스(robotics)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양사 경영진은 오전부터 연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도 시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6년 설립된 남양연구소는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현대·기아차의 개발을 전담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종합 자동차 연구소로 350만㎡ 부지에 종합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디자인센터, 재료연구동, 전자연구동 등의 시설이 있고 연구인력 1만3000여명이 근무한다.

정 부회장으로선 현대차의 미래 비전 등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남양연구소에 초대받게 되면서 재계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의 문을 공식적으로 연 인사가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환담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환담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장 사장 등이 함께 했으며, 현대차그룹 측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 등이 삼성 측을 맞이했다.

특히 이번 회동에는 김기남 부회장과 강인엽 부문장까지 동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현대차 간 협력이 배터리에 그치지 않고 ‘미래 산업’ 전반에 걸쳐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UAM, PAM(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을 시각화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

도심에서 항공 모빌리티가 상용화되면 사람들의 이동 수단은 또다른 ‘뉴노멀(새로운 표준)’ 시대를 맞이하게 될 예정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말 인간중심 모빌리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23년 항공 택시를 개발해 2029년 시장 진출을 계획한 바 있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려면 차세대 배터리 기술뿐 아니라 IT(정보통신)과 자율주행 기술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의 협업과 함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필요도 있다. 이 때문에 양사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근 혁신의 속도는 한 기업이 홀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두 총수의 회동은 글로벌 IT 기업과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협력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는 기회가 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양사 간 본격적인 사업 협력까지는 시일이 꽤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양산을 앞두고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으나 현재 삼성SDI와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삼성·LG·SK를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에 대해 협의한 것을 언급하며 "(배터리 3사와)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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