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수소경제 구축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수소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두산과 한화 등의 기업은 수소 생산 및 공급을 뒷받침한다.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팀 코리아’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지난 7월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의 두 축으로 정부는 수출을 포함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생산을 2022년 8만1000대에서 2040년 620만대로, 수소 충전소는 2022년 310곳에서 2040년 1200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주도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수소경제 리더십을 확보하면서 ‘그린 뉴딜’의 경제적 효과 또한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소시장은 본격적인 팽창기를 앞둔 셈이다.

지난달 20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한국이 2022년부터 수소경제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고, 10년 내 수소경제 선도국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으로 규모의 경제가 보다 빨리 실현되면서 수소 생산단가가 하락함에 따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에서 탈피해 수소‧전기차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면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수소가 더 나은 대체 자원으로서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수소차시장, 현대차 독주로 리더십 선점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 4987대가 팔린 넥쏘를 앞세워 수소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고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292대의 넥쏘를 판매했다(공장 판매 대수 기준).

최초의 수소차는 독일 다임러가 1994년 개발했지만 첫 양산차는 2013년 2월 현대차가 내놓은 '투싼 수소차'다.

경쟁하는 도요타 '미라이'가 출력 113kW, 주행거리 502km인 데 비해 넥쏘는 출력 120kW, 주행거리 609km로 앞선다.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지의 성능비교에서도 넥쏘는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았다. 66점을 받은 벤츠의 수소차 'GLC F-Cell'과는 큰 격차다. 또 유럽의 신차 안전도평가 '유로 NCAP'에서도 수소차로는 처음으로 최고등급을 획득했다.

수소차의 강점은 상용차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수소차는 매연을 배출하지 않고 오히려 미세먼지를 99.9% 걸러 깨끗한 공기를 내놓을 수 있어서다.

최근 전주에서 운행을 시작한 현대차의 수소 버스는 1km당 4863kg의 공기를 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약 10만km 주행 시 성인 85명이 1년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이 때문에 수소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서의 수소전기차는 승용차보다 대중화 속도가 빠를 전망이다.

상용차가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이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전체의 24%를 차지하고 있어 보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수소전기 상용차는 경제성도 높다. 40t급 트럭 기준으로 구동계(파워트레인) 무게가 디젤차는 7.5톤, 전기차는 10톤이나 되지만 수소차는 7톤이다. 그래서 운행거리 100km 이상부터 연료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지난 7월 이미 세계 최초로 30톤급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양산해 수출했다.

수소 트럭 ‘엑시언트’ 10대를 스위스로 스출하면서 최초의 상용 수소 트럭에 첫 수출 기록까지 꿰찼다.

현재 해외 경쟁사들은 시제품 정도만 선보인 수준일 뿐이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국 니콜라는 시제품은커녕 아직 공장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엑시언트 40대를 추가 수출하고 2025년까지 1600대를 더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북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2030년 기준 유럽은 대형 트럭의 20%인 6만대가, 미국은 5%인 1만5000대가 수소차로 교체될 것으로 관측된다.

철도사업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현대로템을 통해서도 수소경제는 진일보한다. 현대로템은 전세계 수소전기열차 소요 규모가 약 6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측하면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전략에 맞춰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소전기트램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2021년까지 성능시험 플랫폼 차량을 제작할 예정이다.

7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SK 공동 제공
7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SK 공동 제공

정부의 전폭 지원에 SK·두산 등 수소충전소로 생태계 구축

수소 모빌리티가 대중화하고, 수소경제 생태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수소 충전소를 2022년 310기, 2030년엔 660기 이상, 오는 2040년까지는 1200개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전국 100개의 신규 수소충전소 구축 계획이 수립돼 있으며 7월말 기준으로 44기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됐다.

향후 수소충전소의 확충이 수소경제의 성패를 가를 수도 있는 만큼 현대로템은 일찍이 수소리포머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소리포머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로, 현대로템은 수소리포머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설계, 구매, 시공에 이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 융복합충전소 시범사업’에 사용될 수소리포머 1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 강원테크노파크에서 발주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에 사용될 수소리포머 2대를 수주하면서 첫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한 현대로템이 창원에 구축하는 수소충전소는 2021년 완공될 계획이며 열차, 트램, 상용차(버스·트럭), 승용차 등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모빌리티를 충전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창원시와 함께 국내 최초 수소액화플랜트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두산퓨얼셀의 친환경 소형 발전기술까지 확보하게 됨으로써 연료전지(440kW), 풍력발전(3~8MW), 가스터빈(270MW, 380MW)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현재 두산퓨얼셀은 2023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주 잔액은 2조6000억원에 이른다.

SK도 수소산업에 뛰어든다. SK그룹 계열사의 공장들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SK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를 대거 활용해 유통·판매에까지 나서 수소경제의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가스 계열사인 SK어드밴스드는 프로필렌을 만드는 공정에서 연간 3만 t가량의 부생 수소가 나온다.

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만들어져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부생 수소를 가공해 수소 충전소에서 판매하거나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SK가스는 수소 충전소의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인천 남동구의 LPG 충전소에 수소 충전소를 운영해왔다.

현대차가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수소산업을 이끌고, 정부가 이를 전폭적으로 뒷받침 하는 가운데 SK도 이같은 수소 인프라 구축을 통해 그룹 내 시너지 효과와 사회적 가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도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 콜에서 수소 충전소 사업 진출 로드맵을 밝혔다.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연간 30만 t 규모의 부생 수소를 수소 충전소에서 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의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2025년까지 80개의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침에 따라 수소 충전소 시설 확대를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정부는 이들 기업을 뒷받침하며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충전소 확충에 더욱 힘쏟는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충전소 증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는 충전소를 신설할 때만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있는데 기존 충전소에 설비를 추가로 들이는 경우에도 비용을 절반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충전소 한 곳을 신증설하는 데 44억원가량이 필요한 만큼 정부 지원금은 충전소당 2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는 수소차·버스의 확산 및 수소충전소 구축 등에 맞춰 수소추출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국민 불편 없는 수소 모빌리티 인프라를 조기 구축해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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