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광폭행보'로,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직접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최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국내 주요그룹 총수를 연이어 만나고 있다.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연달아 만난 것이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 편집: 장한서 기자
국내 배터리 3사. 

한 때 정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뒤로 LG화학이 거래선을 뺏겼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디어SR에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경우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조달할 수 있는 공급처 확보가 필수인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했을 때 (배터리) 3개 회사 중 한 개를 택하기보다, 현대차로서는 각 사와의 긴밀한 협력의 토대를 다져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즉,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이같은 ‘광폭행보’는 전기차가 새로운 기본값, ‘뉴노멀’이 되는 시기가 점차 가까워져서다. 전기차의 위상은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궤를 같이 한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이미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의 55%를 줄이기 위한 의무방안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중국 정부도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전기차 판매 추세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럽지역도 다시 내연기관차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었으나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도요타 등 굵직한 완성차 업체들도 일찍이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규제에 대한 단기적 완화는 있을 수 있는데,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보조금이 전기차 성장을 이끈 시기를 2세대 사이클이라 한다면, 지금은 성능이 시장 수요를 이끄는 3세대 사이클을 맞고 있다”면서 “2023년경이면 전기차의 총소유비용(TCO)이 내연기관차와 대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 iF 디자인상(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에서 본상을 수상한 전기차 콘셉트카 ‘45’. '45'를 기반으로 현대차는 내년 초 차세대 전기차 ‘NE(코드명)'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2020 iF 디자인상(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에서 본상을 수상한 전기차 콘셉트카 ‘45’. '45'를 기반으로 현대차는 이듬해 초 차세대 전기차 ‘NE(코드명)'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확고한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 시간, 가격 등이 모두 배터리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측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의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현재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 배터리의 경우 현재의 배터리보다 5배 이상 더 오래 사용해도 성능이 유지될 수 있으며, 리튬-황 배터리는 경량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배 이상 높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배터리다.

LG화학이 미래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증가하면서도 현재 내연기관차 구매 비용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나갈 수 있게 된다.

이날 두 총수의 만남에는 현대차와 LG 양측 경영진도 동석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 측에서는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기획조정실 김걸 사장,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현대모비스 박정국 사장 등이, LG 측에서는 권영수 부회장과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 전지사업본부장 김종현 사장, 배터리연구소장 김명환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양측 경영진은 LG화학 오창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과 선행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했다. ‘E-GMP’ 기반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LG화학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다.

LG화학은 지난 30년 간 선제적인 R&D 투자를 통해 1만 7,000건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확보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5.5%의 점유율로 올 1~4월 합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차지했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순수 전기차만 총 2만4116대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나아가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난해 2.1%에서 2025년 6.6%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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