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롤모델 '일본 거버넌스 개혁' 세미나
체면문화·모범사례·거래소 영향력 등 주효
"한국, 이사회 개혁·투자자 피드백 등 시급"

증권시장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슈로 연초부터 뜨겁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기 앞서 시장이 미리 반응하고 있는데요. 데일리임팩트가 시장 움직임을 그때그때 전달하겠습니다.

코다이라 류시로 니케이 신문 선임기자가 지난 19일 여의도 Two IFC에서 개최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코다이라 류시로 니케이 신문 선임기자가 지난 19일 여의도 Two IFC에서 개최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최태호 기자 ]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앞둔 가운데, 롤모델 격인 일본 PBR(주가순자산비율) 개혁 성공에는 체면 중시 문화, 모범사례, 거래소의 영향력 등 3가지 요인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과 문화적 차이가 있는 국내에 적합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서는 장기투자자들과 지속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에서 일본 금융 전문가를 초청해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오는 26일 정부가 공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롤 모델 격인 일본 개혁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을 알아보기 위해 열렸다.

앞서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PBR 1배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과 세부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고, 해당 조치는 최근 닛케이 225지수가 최고점에 근접하게 상승하는 데 기여했다.

연사로 참석한 코다이라 류시로 니케이 신문 선임기자는 주제발표에서 일본 PBR 개혁의 성공 요인에 대해 △ 체면중시문화 △ 모범사례를 충실히 따라가는 문화 △거래소의 막대한 영향력을 꼽았다.

코다이라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일본 문화에 따라 동일한 산업의 회사가 주주 가치를 증진시키면서 좋은 계획을 발표하면 같은 업계에서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다이라는 "그렇지 않으면 체면이 구겨지기 때문"이라며 "증권거래소는 이런 기업의 관행을 잘 포착해서 기업가치 제고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좋은 모범 사례를 제시한 점도 요인으로 꼽았다. 코다이라는 "일본 기업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좋은 양식이나 모범사례를 따르는 것을 잘한다"며 "도쿄증권거래소가 좋은 모범 사례들과 템플릿을 잘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도쿄증권거래소의 영향력을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코다이라는 "거래소 책임자들은 과거 일본은행, 일본 재무성, 노무라, 다이와증권 등 일본 증시에 영향력을 끼쳤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상장폐지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따른 이유 중 하나"고 말했다.

코다이라는 PBR 개혁의  결과로 엘리엇과 팰리스캐피탈 등 해외 행동주의펀드 활동이 일본에서 활발해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주주행동주의가 많이 일어난 국가다.

코다이라는 "기업들이 공개한 PBR 개선책 중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은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장과 결이 맞으면서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여의도 Two IFC에서 개최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에 참석한 세미나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지난 19일 여의도 Two IFC에서 개최된 ‘일본의 기업거버넌스 개혁에서 배운다’에 참석한 세미나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는 일본과 문화적 차이가 있는 국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 고려 할 점에 대한 패널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김광기 ESG경제 대표는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 이사회 개혁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일본은 오너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이지만 국내선 오너가 이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보다 사외이사 비중이 크지만 실질적인 사외이사 추천을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하기에 주주들은 찬반을 투표할 뿐 진정한 대리인을 이사회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이 연대해 협의체 등을 구성해 실질적으로 이사를 추천하는 시스템이 나와야 하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포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은 일본의 체면 문화가 없고 한국거래소의 위상이 도쿄 증권거래소에 비하긴 어렵기에 정부가 제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교해야 한다"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초대형 장기투자자 90곳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반영한 만큼, 국내에서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코다이라는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 문화와 다른 한국에서 거래소가 규제를 마련 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코다이라는 "체면 문화, 거래소의 권위가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모든 걸 양식화하고 기업 문화에 녹여내는 게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 경우 엄격한 규제를 마련해 상장사에 적용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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