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연 7%대'..'변동'이 '고정'보다 0.5%p↑
변동금리 오름세에 '고정' 비중 91%까지 확대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오락가락하는 금리 흐름 속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두고 고민하던 차주들이 최근 고정금리로 기우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긴축완화 시그널에도 주요 지표금리의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주요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 기준, 최근 공급된 대출 상품 가운데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90%대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대출 금리 또한 변동금리의 급격한 오름세로 고정금리와의 격차가 조만간 1%p(포인트) 수준까지 벌어지고,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당분간 고정금리 선택 비중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장 금리 수준보다는 차주의 대출 기간 및 용도, 향후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고정 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7% 넘어선 변동금리, 고정금리는 여전히 ‘6%대’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공급 중인 고정형 주담대의 금리는 연 4.241%~6.608%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는 지난 9월 초(연 3.79%~6.21%)와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약 0.4%p~0.5%p 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상승세는 해당 상품의 지표금리인 국내 5년물 은행채(AAA)의 오름세 여파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은행채 금리는 연 4.7%대에 진입했는데, 이는 4.3%대 수준을 유지했던 전월 초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0.4%p 가량 올랐다.

이같은 고정형 주담대 금리 오름세 못지않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흐름이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 지표금리 코픽스(COFIX)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변동형 주담대 금리 또한 무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7%~7.099% 수준에 형성돼 있다. 고정금리(연 4.241%~6.608%)와 비교하면 하단은 약 0.03%p, 상단은 0.5%p 가까이 높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상단이 연 7%대를 돌파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에 진입한 건 올해 한국은행이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0.25%p 올렸던 지난 2월 이후 약 8개월여만이다.

고정형 금리와 변동형 금리의 격차가 지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11일 기준 고정형 상단 금리(6.606%)와 변동형 상단 금리(7.099%)의 격차는 0.49%p 수준. 불과 3주 전인 지난달 하순(9월 20일 기준) 고정형 및 변동형 상단 금리 격차가 0.13%p(고정형 6.03%‧변동형 6.16%)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비교적 단시간 내에 0.4%p 이상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격차가 벌어진 건 고정형 대비 변동형 금리의 오름세가 더욱 가팔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변동형 금리의 경우, 코픽스뿐 아니라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권에 속해 있는데 최근 미국 국채(10년물 기준) 금리는 지난 2007년 이후 약 16년 만에 연 4.8%를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기준 국내 예금은행 주담대 고정 및 변동금리 비중. 고정금리 비중은 하반기 대비 낮은 수준에 형성된 바 있다. / 디자인=김민영 기자.
상반기 기준 국내 예금은행 주담대 고정 및 변동금리 비중. 고정금리 비중은 하반기 대비 낮은 수준에 형성된 바 있다. / 디자인=김민영 기자.

90% 비중 넘어선 고정금리, 대세 될까?

이처럼 변동금리 대비 고정금리 오름세가 더딘 흐름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고정형 대출금리에 대한 차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당장 낮은 금리를 선택, 이자 부담을 낮추려는 대출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중 또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공급한 전체 주담대 가운데 고정형 금리 비중은 평균 91.4% 수준이다. 이는 전월(88%) 대비 3.4%p 가량 오른 수치이자 월평균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같은 흐름은 비교 대상을 국내 전체 은행권으로 넓혀봐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은행권 고정형 주담대 비중은 76.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54.2%) 고정형 주담대 비중과 비교하면 20%p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지난해 6월 40%대에 머물렀던 고정형 비중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 4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80.7% 수준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이후 긴축완화에 대한 시장 내 기대감이 커지면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올 5월(77%)과 6월(73.1%) 두 달 연속 감소한 뒤 7월의 73.7%를 기록하며 다소 반등했지만, 증가 수준은 소폭(0.6%p)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 8월 76.5%로 전월 대비 3%p 가량 확대됐는데,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연내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이 연초 언급했던 올해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71%) 달성은 유력한 상황이지만,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높은 가계부채의 선제적 관리를 위해선 고정금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당국의 입장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주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금융당국의 핵심 정책은 가계부채의 질적‧양적 관리”라며 “은행권 자본확충, 충당금 적립 강화 등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방안에 더해 고정금리 목표 비중(71%) 달성을 위한 행정지도 또한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고정금리가 상수? “상황 맞춰 고려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무조건 고정금리를 선택하기보단 자신의 대출 기간과 상환능력, 그리고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고려해 고정금리 또는 변동금리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은행업계에서는 연내 긴축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이르면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와 채권 금리가 하락 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고정형 대비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변동형 금리가 점차 낮아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금리 역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상적으로 은행권에서는 조달 비용 및 이자수익 등을 고려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보다 높게 책정해 왔다. 따라서 긴축 기조가 다소 완화되고 주요 지표금리가 안정화되면 은행권도 자연스레 이전과 마찬가지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보다 낮게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고정금리 사용자의 경우, 상황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시점을 확인해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금리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신규 가입자의 경우에는 더욱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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