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육박' 했던 주담대 금리, 상생 압박 등에 오름세 주춤
'변동금리 보다 낮은 고정금리', 금리 역전에 고정금리 수요↑
변동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높아…고정금리 수요 늘어날 듯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연 8%대 돌파를 가시권에 두고 있던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주춤한 가운데, 고정금리에 대한 차주들의 수요가 확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전성 관리, 그리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금융당국 또한 은행권에 고정금리 영업 강화를 주문한 것 또한 이러한 고정금리 확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일련의 지표금리의 흐름을 고려하면 당분간 고정금리의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만큼, 차주 본인의 대출 용도 및 상환 시점 등을 고려해 필요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한때 연 8%대 진입 가능성을 높였던 국내 은행권 주담대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고정금리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내 긴축 완화 시그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으로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우대금리‧가산금리를 조정한 점 역시 고정금리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단지 전경. / 사진=DB
서울시 강서구 한 아파트단지 전경. / 사진=DB

고착화된 ‘고정금리 역전 현상’

실제로 최근 국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3%~6.07% 수준에 형성돼 있다.

뚜렷한 하락세도 눈에 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1%~6,26% 수준을 보였다. 일주일 만에 하단은 0.08%p, 상단은 연 0.19%p 가량 하락한 셈이다.

이러한 고정금리의 수준은 변동금리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3~7.12%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단은 0.3%p 가량 높고, 상단의 경우 연 7%대의 높은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동안 공식처럼 여겨졌던 ‘고정금리>변동금리’ 기조가 깨졌다는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에서는 조달비용, 추후 금리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보다 높게 책정된다. 다만, 최근 고정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국내 은행채(5년물‧AAA) 금리의 하락, 미국 연준의 긴축 완화 시그널이 더해지면서 고정금리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같은 속도감있는 하락세에 급기야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상황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은행채(5년물‧AAA) 금리는 연 4.463%에 형성돼 있다. 이는 이달 초(4.734%) 은행채 금리와 비교하면 보름 새 0.27%p 가량 하락한 수치다. 여기에 지난 10월 도달했던 올해 연고점(4.810%)과는 0.32%p나 하락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정금리의 준거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연스레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의 흐름을 감안하면 당분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역전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주춤한 상승세에 비중 키우는 고정금리

이같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역전 현상은 당장 고정금리 비중의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고금리 기조에도 추후 금리 인하 가능성, 그리고 당장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변동금리를 선택했던 차주들이 대거 고정금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국내 은행권에 신규 공급된 주담대 상품 중 고정금리 비중은 75.2% 수준을 보였다. 전월 대비 소폭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지만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9월 기준 고정금리 신규 취급 비중이 전체의 50.1%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증가 폭을 보인 셈이다.

이처럼 최근 고정금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은행권에서 공급한 누적 기준 전체 주담대 내 고정금리 비중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잔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41.4%로 전월(40.9%) 대비 0.5%p 높아졌다. 전년 동월(33.3%)과 비교하면 8.1%p 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반대로 변동금리 비중은 58.6%로 전년 동월(66.7%) 대비 쪼그라들었다. 물론 여전히 변동금리 비중이 고정금리보다 크지만, 최근의 추세라면 고정 및 변동 간 비중 격차가 한 자릿수까지 좁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같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비중 흐름은 국내 주요 시중은행으로 비교 범위를 좁혀봐도 유사하게 포착된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10월 말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89%로 90%에 육박했다. 전월(91%)보다는 2%p 가량 하락했지만, 올해 초(86%)와 비교하면 여전히 3%p가량 확대된 수준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고정금리 선호, 당분간 지속될 듯

업계에서는 이같은 고정금리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긴축 완화 및 금리 동결 전망,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 등이 이러한 전망의 근거다.

당장 최근 공개된 미국 내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한때 5%를 넘어서기도 했던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도 4.5% 수준까지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국내 은행채 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자연스레 미국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인한 국내 은행채 금리 하락, 이에 따른 고정금리 하락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또한 당분간 은행권을 향한 고정금리 확대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기 위한 소위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세부 방안을 준비 중이다.

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당 조치는 변동형 주담대를 대상으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로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변동금리 증가 수요를 억제해 일련의 대출 폭증을 막고, 건전성 관리 및 이자 부담 경감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당국의 기조에 맞춰 고정형 금리 영업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한 달간 공급한 주담대 중 95% 이상이 고정형이었을 정도로 고정금리 확대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은행권은 가산금리‧우대금리의 인위적인 조정에 의한 고정금리 인하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위적인 금리 조정으로 금리체계가 엉켜버리는 일련의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 흐름을 감안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추가 인상도 예상 가능하다‘며 ”전반적인 고정금리 확대 방침은 지속할 계획이지만 차주의 상환 계획, 대출 목적 등에 따라 필요시 변동금리 사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