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당국 규제에도 월 4.2조 증가
주담대 급증에 ‘10월 위기설’ 가능성더 거론
시중은행 "금리 인상 통한 대출억제 가능성"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가 급증하며 이로 인한 가계 빚 폭탄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와 증가 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COFIX), 은행채 등 지표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 또한 어느덧 연 7%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 또한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좀처럼 잡히지 않는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주담대 발 ‘10월 위기설’이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10월 주담대 흐름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 중단 또는 규제 적용이 이번 달을 기점으로 모두 시행되는 데다, 은행들도 주담대 금리를 일제히 높이면서 수요 억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담대 증가세가 다소 꺾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늘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 나이를 만 34세 이하로 특정해 공급한다. 그간 KB국민은행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년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적용해 왔다.

여기에 이번 연령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공급했던 국내 12개 은행 모두 연령 제한 또는 취급 중단을 선택하게 됐다.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 사진=DB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 사진=DB

가계부채 뇌관 된 ‘50년 만기 주담대’

이처럼 은행권이 사실상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서 손을 뗀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 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이자 수익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주담대 만기를 늘려 대출 잔액을 키웠고, 이 때문에 주담대 잔액이 단기간 내 수조원 이상 불어났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 금융당국의 전략적 판단이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이라는 은행권의 주장도 이어졌지만 그리 힘을 얻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4조999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5대 시중은행 모두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을 시작하기 이전인 지난 6월 말 주담대 잔액(511조4007억원) 대비 3조5990억원 가량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678조2500억원에서 680조8100억원으로 2조6000억원 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담대가 견인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공급된 5대 시중은행 내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주담대 규모(3조5990억원)도 2조원 이상 큰 수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존 30~40년 만기의 주담대를 일시 상환한 후 50년 만기로 갈아탄 수요가 적지 않은 데 따른 잔액 변화로 해석된다”며 “50년 만기 주담대가 전체 주담대 잔액 확대를 이끈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멈추지 않는 주담대 증가세

이같은 주담대 잔액 급증세를 금융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늘어날 정도로 흐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주담대 증가세도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50년 주담대 관련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시작된 지난달에도 전체 주담대 증가세는 지속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국내 은행권 주담대 증가 폭은 5조7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8월(6.6조원)보다는 작지만, 7월 증가분(5.6조원)과는 거의 유사한 규모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의 잔액은 지난 9월 한 달간 약 4조2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월 공급 규모(4조8000억원) 대비 6000억원 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4조원 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주담대 증가세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이어지는 듯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8조 30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517조8600억원) 대비 약 44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이자,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1조1400억원)의 약 40% 비중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연 7%대를 넘어선 주담대 금리가 대출 부실화를 야기할 또 하나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사 주담대 잔액 증가세가 다소 진정된다 하더라도, 고금리로 인해 신규 차주뿐 아니라 기존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더욱 확대될 경우 또 다른 리스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중동지역 전쟁 이슈와 미국발 긴축 공포, 국내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주담대 기반의 가계부채로 인한 ‘10월 위기설’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으로 소위 ‘9월 위기설’은 진화됐지만,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 11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최우선 정책 과제는 ‘가계부채 관리’라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기본 입장이지만 은행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대출 증가세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증가세 꺾어라’…금리 올리는 은행권

일단 업계 안팎에선 이번 10월 가계대출 흐름이 올해 4분기 나아가 내년 1분기까지의 대출 시장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출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한 당국과 시장의 소위 ‘약발’이 통할 경우, 당분간 대출 증가 흐름 또한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뿐 아니라 은행들도 당장 주담대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당장 국내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주담대 금리의 0.1%p~0.2%p 인상을 완료할 것으로 전해진다.

눈여겨볼 부분은 고정형,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추종하는 은행채, 코픽스(COFIX)의 흐름과 관계없이 자체적인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이자장사의 수단으로 가산금리가 활용된다는 일각의 지적이 이어지자, 인위적으로 가산금리를 내리거나 인상 폭을 줄여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소위 ‘이자수익 확대’와는 무관한 결정”이라며 “대출 수요를 조금이라도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인위적 금리 조정을 하는 것이며 추후 상황에 따라 다시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제한(만 34세 이하 공급), DSR 만기 40년 적용 등의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는 이번 달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전체 금융권 내 9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1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주담대 증가 폭 또한 통계적으로 전월 대비 유의미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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