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전년 동기대비 영업익 131% 증가...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아직 '적자'

국내 배터리 제조사 CI 사진. 각 회사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LG화학이 자동차 전지 부문에서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팀코리아’로 나선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2분기 매출은 6조9352억원, 영업이익은 571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4000억원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배를 넘는 131.5% 증가했다.

특히 전지부문은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 부문이 BEP(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서 ‘K-배터리'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업계 1위인 중국기업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의 경우, 중국의 보조금 공세에 힘입어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파나소닉의 경우에는 소형(배터리)까지 합해 흑자를 기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LG화학이 자동차 배터리 부문 만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전지) 부문은 2018년 4분기 첫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길 만한 반짝 흑자를 기록한 뒤에는 투자 확대 등으로 최근까지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야말로 실질적으로 LG화학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실제로 LG그룹 내에서는 올해를 사실상 '배터리 부문 흑자 전환의 원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배터리 부문의 구체적인 흑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 초반(1~4%)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부터 중국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한 것이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한 LG화학이 지난 몇년간 유럽·미국·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증설 작업을 펼쳤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말 생산능력은 100GWh(기가와트시)로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1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1998년부터 20년 넘게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온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개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배터리 제조사 중 유일한 화학기반의 회사로, 소재 내재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향후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내건 폭스바겐 ID3가 올 9월 유럽에서 출고를 시작한다고 전해진 것도 반가운 소식 가운데 하나다. 폭스바겐을 포함해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신형 전기차를 내놓으면 배터리 수요는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공장 수율 안정화 등으로 수익 기반을 마련한 LG화학 입장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살아남에 따라 하반기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장승세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총괄(전무)은 "연말까지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장 전무는 “유럽 주요고객 전기차 모델 출시와 소형 전지쪽 IT 기기 수요 확대를 합쳐 (전지 부문은) 전분기 대비 3분기에 25% 이상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연간 실적 기준으로 자동차 전지 부문을 포함해 (영업이익률은) 전지 본부 전체에서 한자리 수 중반 정도 손익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부문 사업은 직전 분기보다 영업손실이 8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사업은 신규 가동한 해외 공장들이 조기 안정화하며 판매량이 늘었지만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일회성 비용의 증가로 인해 영업손실 폭이 확대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규모를 확대하고 투자‧개발을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은 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흑자는 빠르면 내년이 될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2022년이 돼야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매출 2조5586억원 영업이익 10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 감소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는 중이므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올해 매출 50% 성장, 내년 흑자전환을 전망했다.

김헌준 삼성SDI 전지사업 전략마케팅 상무는 "올해 자동차전지는 전년대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올해 수준 성장과 자동차 전지 단독 흑자전환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6월부터 유럽 전기차 보조금 상향되면서 최초 판매가 대비 최대 51% 할인율이 적용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자동차 전지 부문은 (상반기 대비) 50%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그룹 제공

LG화학 필두로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쑥쑥

올해 상반기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도 LG화학이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해 코로나 여파에도 국내 3사의 선전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 대다수 배터리 업체들은 사용량 점유율이 감소했으나, 한국 3사 배터리 사용량은 크게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누적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0.5GWh를 기록, 82.8%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이면서 전년 동기 4위에서 1위로 뛰어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34.9% 증가한 2.6GWh의 배터리 사용량을 기록해 4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66% 증가한 1.7GWh로, 순위도 세 계단 올랐다.

3사 모두 점유율이 대거 급등하면서 각 사의 점유율 합계는 전년 동기 15.7%에서 34.6%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각 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판매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의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3(중국산)',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EV', 포르쉐 '타이칸 EV' 등에 탑재됐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EV', 폭스바겐 '파사트 GTE', 'e-골프' 등의 판매량 증가가 성장을 이끌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 '쏘울 부스터', 기아차 '봉고 1T EV' 등의 판매량 상승이 주효했다.

다만 6월 월 단위 사용량에서는 중국의 CATL이 단연 1위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7월 7일 디지털생중계를 통해 새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 7월 7일 디지털생중계를 통해 새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미 ITC 판결 우려 잔존...최종 판결 전 합의 이끌어 내야

한편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특허 소송전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LG화학은 컨퍼런스콜에서 “우리 전지사업은 기술의 가치가 사업의 가치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며 “영업비밀 침해 행위는 회사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항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LG화학측은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최종 판결 전에 양사가 협상을 통해 합의할 수 있고 이는 객관적 근거를 통해 합리적 수준으로 쌍방이 합의해야 한다”며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해 조속하고 원만히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ITC의 최종 판결이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고위 관계자 일부만 협상 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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