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안다운용 등 5개 펀드 제안 주총 상정
행주펀, 1.2조 규모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요구
삼성물산 "대규모 현금 유출 우려...경영부담"
삼성물산 오너·우호지분만 42%..행주펀 표대결 승리 '불투명'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내외 행동주의펀드들이 삼성물산에 배당증액과 자사주 매입을 제안하면서 다음 달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2%에도 못 미치는 지분을 보유 중인 행동주의펀드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표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은 시티오브런던과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펀드가 소수주주 제안으로 올린 자사주 취득과 현금배당 등 요구안을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삼성물산 지분 1.46% 가량을 보유한 5개 펀드는 주주 제안을 통해 삼성물산 측에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안과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안을 결의하라고 요구했다. 

자사주 취득 규모는 보통주 386만1000주로 지난해 종가 12만9500원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약 5000억원이다. 또 펀드들이 제안한 배당금의 경우 삼성물산이 2023년 배당으로 제시한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2550원, 우선주 현금배당 주당 2600원보다는 76.5%, 75% 높았다.

펀드들이 요구한 주주 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원으로 파악되며 이는 삼성물산의 지난해 뿐 아니라 올해 잉여현금흐름(바이오로직스 제외) 10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앞서 펀드들은 지난 2일 삼성물산과 주주들을 상대로 저평가 해소 방안이 담긴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했다. 

펀드들은 서한에서 "삼성물산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전략적 지분과 건설, 무역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가는 2015년 제일모직 합병 이후 크게 하락했다"며 저평가 해소 방안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삼성물산 "투자재원 확보 어려워..경영부담 가중"

삼성물산은 펀드들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지난해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2023~2025년)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최소 주당 배당금 2000원 유지 및 관계사 배당 수익의 60~70% 수준 환원, 보유 자사주(보통주 13.2%, 우선주 9.8%)  5년간 분할 소각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규모 재원 유출로 장기적인 회사의 신성장 동력 확보 및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주주 제안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회사에 위임해 주시기를 권유드린다"고 덧붙였다.

42% vs 1.46% 높은 오너 일가·우호지분에 행주펀 표 대결 승리 어려워  

이처럼 행동주의펀드들과 사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다음달 15일 삼성물산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두고 펼쳐질 양측의 표 대결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는(지난 2023년 9월 말 기준) 이재용 회장(18.10%) 등 특수 관계자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33.63%다. 이어 KCC(9.17%)와 국민연금공단(7.25%)도 주요 주주로 있으며, 소액주주 비율은 39.21%다.

이 가운데 이재용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난 2015년 제일모직 합병 때 부터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KCC 지분까지 합치면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42.8%다.

이번 펀드들이 제안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은 주주총회 보통결의 사항으로 서면 의결권을 포함한 출석 주주 의결권의 절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 시 가결된다. 

삼성물산 입장에선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로부터 8% 지분만 더 확보해 펀드들이 제안한 안건에 반대하거나, 반대로 사측에서 제안한 안건에 표를 던지면 표 대결에서 완승 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주주 가운데 국민연금의 경우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제안에 보수적인 입장이라, 사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KT&G에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과 안다자산운용이 사측에서 제시한 배당액보다 높게 제안한 배당 안건에  '장기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측의 배당 안에 표를 던진 바 있다.

결국 행동주의펀드들이 요구한 안건이 주총까지는 올라갔으나 현실적으로 사측을 상대로 표 대결에서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이 실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을 협력 관계로 보고 의결권을 보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삼성물산 사례에서도 사측의 안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이번 주주 제안 자체는 사측이 배당정책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의미없는 행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행동주의펀드의 표대결이 예상되면서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지난 15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 대비 4100원(2.69%) 상승한 15만65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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