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시공사 선정 '난항'
사업성 높은 곳은 경쟁 과열 나타나기도
건설 시장 침체 및 고금리, 원자잿값 인상 등 원인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고금리, 공사비 급증 등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외면하면서 국내 일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사업성이 보장되는 소위 ‘알짜’ 사업지는 경쟁이 과열되는 등 수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업체 부족 및 업체 미응찰로 유찰되는 정비사업이 이달에만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보장되는 곳에만 몰리는 건설사

같은 강남 3구에 위치해도 건설사들은 사업성을 꼼꼼히 따지며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 신반포 27차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가까이 위치한 강남 3구 노른자 입지에도 불구하고 업체 미응찰로 유찰됐다. 입지 조건은 나쁘지 않지만 총 2개 동, 210가구를 재건축하는 소규모 사업장이라 외면 받은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잠실 우성 4차 아파트 역시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해 입지 여건이 양호하지만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하 4층~지상 32층 공동주택(아파트) 9개 동 총 825세대를 짓는 사업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조합은 지난 12일 2차 입찰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다. 2차 입찰은 오는 3월4일 마감을 앞두고 있다.

반면 입지 프리미엄이나 대규모 단지 등 사업성이 보장되는 '대어' 사업장에는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내에서 주목받는 사업장으로는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압구정 재건축 구역이 대표적이다. 압구정 3구역의 경우에는 설계업체 선정 과정부터 설계사 간 소송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은 연내 시공사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의 대형 건설사들은 해당 구역 단지 내 새해 인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전담 조직까지 구성하는 등 벌써부터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부촌’이라는 상징성 및 사업성이 높은 곳인 만큼 해당 구역에서의 수주 성과가 향후 수주력을 키우는데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외에도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재건축 정비사업 △부천 심곡동 무지개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흥시 거모동 아주1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부산 사하구 괴정3 가로주택 정비사업조합 △수원시 심우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구로구 고척동 한성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등 유찰로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사업지가 전국에 퍼져있다.

중화우성타운 재건축 정비사업은 중랑구 동일로 우성타운 일원에 공동주택 223세대 및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 8일과 16일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걸었으나 현장 설명회 참여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한성아파트의 경우 1, 2차 입찰에 실패해 3차 입찰공고까지 이어졌다. 통상 2차 입찰까지 실패 시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지난 2020년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은 시공사 선정에서 입찰 무효화, 단독 입찰 등 두 번의 유찰을 겪으면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이에 세 번째 입찰하느냐, 수의계약을 하느냐로 조합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조합원들은 수의계약 시 조합에 불리한 조건이 제시될 수 있다는 의견과 재입찰 시 빠른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각각 주장했으나 이내 투표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정해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건설사 별 자금여력 문제, 공사비 이슈 등으로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에 있어서는 압구정, 여의도 등의 사업지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행하는 편" 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선별수주 이유-정비사업 전망은

업계에서는 건설 시장 침체와 고금리, 원자잿값 인상 등을 양극화 현상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올해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알짜배기 사업장에만 경쟁이 몰리는 점도 양극화의 이유로 꼽힌다. 

공사 기간이 길어져 미뤄지는 재건축 사업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23일 부동산R114가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입주(예정)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사 기간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평균 29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최근 4개년(2020년~2023년) 평균 25개월 대비 4개월이 더 걸리는 셈이다. 지연 원인으로는 공사비 및 건설업계 갈등, 부실 공사 이슈 등이 있다.

또 2024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분양계획 아파트는 전국 총 14만7185가구로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다 물량으로 집계됐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최다 물량으로 집계됐지만) 계속된 분양 지연으로 지난 2021년~2023년 평균 정비사업 실적이 계획 대비 45%에 그쳤고, 올해 주택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아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물량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만 아니라 이전에도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사업지에는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되는 기조가 있었다“면서도 "현재 재건축 선별 수주 현상이 고금리 등 건설 시장 침체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